효성 조석래 회장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효성 조석래 회장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 명재곤 기자 (sunmoon@the-pr.co.kr)
  • 승인 2013.11.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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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곤 세상토크] 효성사건, ‘주홍글씨’격 예단은 금물

[더피알=명재곤 국장] 조석래 효성 회장은 민간 경제 외교통이다. ‘재계의 국제통’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세련된 매너와 능숙한 영어 일어 구사력, 우직한 유교적 경영관으로 무장한 그는 다양한 경제단체(모임)에서 한국을 대표해 활동했다. ‘주식회사 코리아’를 알리는 데 누구 못지않게 앞장섰다는 게 재계내 일반적 평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31대,32대 회장직을 역임(2007년2~2011년2월)하면서 한미FTA체결에 큰 족적을 남겼다. 한미재계회의 한국측 위원장, 한일경제협회 회장, 태평양 경제협의회(PBEC)회장, 한-스페인경제협회 회장, 한-덴마크 경협위원회 회장등 지난 1970년대부터 조 회장은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서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 효성 본사.
“재계가 비즈니스가 잘 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밖에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 좀 더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경영이 될 수 있도록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드릴 것이다” 지난 2007년 전경련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 말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맥이 닿는 기업관이다. 참여정부의 반(反)재벌정서를 감안할 때 ‘비지니스가 잘 될 수 있도록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조 회장의 소신 발언은 재계 원로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경련이 재벌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로 전락했다는 진보세력의 비판이 거셀 때도 전경련 역할론에 대한 조 회장의 지론은 분명했다. ‘가계-기업-나라경제발전’의 선순환속에서 전경련이 짊어져야 할 책무가 결코 가볍지 않고 막중하다는 걸 늘상 강조했다.

“우선 나라경제가 잘돼야 한다. 우리가 잘 사는 나라가 되고 그 여파가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퍼져야 한다. 재계가 자기 역할을 다하면 고용이 늘고, 이에따라 소득도 증가하고 소비가 늘어나면 투자가 일어난다. 이런 식으로 경제가 선순환돼야 자유시장 경제가 창달되고 우리나라 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한다. 우리 경제가 이렇게 되도록 하는 것이 전경련의 역할이다”(2007년3월)

근래 국무총리,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등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잇따라 국내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경기회복세가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에 나서주길 절실히 바라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재계에 러브콜을 보냈다. “산업보국의 정신으로 더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노력했던 우리의 기업가 정신은 나라를 일으키고 한강의 기적을 이룬 원동력이었다”며 “기업인 여러분께서도 창조적 혁신과 도전정신으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주역이 되어달라”고 얼마전 기업가 정신 주간 기념사에서 대독형태로 강조했다.

정부의 이같은 바람에 대한 재계의 대답은 조석래 회장의 예전 발언에서 찾으면 이렇다.

“물고기가 연못에 평화롭게 놀고 있는데 조약돌을 던지면 사라진다. 돈도 같은 성격이어서 상황이 불안하면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 정치가 안정되고 사회갈등이 해소돼 기업이 신바람이 나서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투자가 일어날 것이다” 몇 년전 조 회장이 한 토론회에서 밝힌 투자관이다. ‘자본은 그 속성상 환영을 받는 곳으로 흘러간다’는 충고이다.

이쯤에서,조석래 회장의 과거 발언을 애써(?) 소개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

단적으로 최근 효성 수사 배경 및 혐의 부분에 대한 사실여부, 그룹 전망에 대한 ‘카더라’식 해설이 재계안팎에서 난무하고 있어서다. 또 결론적으로는 효성 사태에 대해 조석래 회장이 ‘하고 싶은’말이 있다면 적기에 담담하고 당당하게 표출해달라는 바람에서다.

국세청이 검찰에 조석래 회장과 효성그룹 특정 계열사를 탈세혐의등으로 고발하면서 본격화된 효성수사는 갈수록 그 강도가 세지고 있다.

조 회장과 조현준 효성 사장, 조현문 변호사, 조현상 효성 부사장등 아들 3명에 대한 출국금지조치, 조 회장 성북동 자택과 냉동창고까지 포함된 전격 압수수색, 효성캐피탈의 사금고화 논란, (주)효성에 탈세추징금 3652억원 부과등 효성수사는 정황과 혐의만으로 한편으로는 효성의 반박주장이 더해지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세인의 입에 오르내린다.

와중에 올 초 차남 조현문 변호사가 그룹경영에 손을 뗀 것과 관련해 형제간, 부자간 갈등설도 돌출, ‘황금의 제국’드라마 한 토막을 구성하기도 했다. 조 변호사의 대외 이미지 관리를 하는 PR대행사인 뉴스커뮤니케이션의 행태도 업계에서는 화제다. 갈등설 진앙지로 거론돼서다.

▲ 자료사진=지난 8월28일 청와대서 개최된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단 오찬간담회 모습.

효성그룹에 대한 작금의 경마식 보도로 효성은 당국의 공식 발표나 차후 법원의 판결여부와는 상관없이 ‘비리, 탈세’기업군으로 낙인찍혔다. 효성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그지 없겠지만 아직도 재벌 비리설이 나돌면 민심 풍향계는 냉정하다. 소문과 혐의를 사실로 인정해 단죄하려는 반재벌 관성이 만만치 않다. 효성 오너 경영진들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진 경제범죄자로 주홍글씨가 새겨지고 있다는 게 재계 인사들의 걱정어린 시각이다.

진행형인 이번 사건을 두고 조석래 회장의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 없겠다. 재계 국제통으로 불릴 만큼 대외 신인도를 소중한 경영자산으로 여겼던 조 회장이 출국금지과 압수수색과정에서 느꼈던 자괴감이 얼마나 클 지 아들조차 짐작하기 어려울 게다. 조 회장은 그동안 기업활동에서 보여준 성품상 모든 걸 자신의 부덕의 소치로 삼으려는 유교적 결단을 내릴런 지도 모른다.

지난달 31일 산업은행은 “효성은 재무적으로 튼튼하고 관련 산업에서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다”고 판단, 효성 울산 용연공장 확충 공사비 2200억원 지원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26위 순위의 효성그룹을 이끄는 조석래 회장의 경영능력을 십분 평가한 방증중 하나이다. 금융권은 기업으로서 효성의 저력을 여전히 믿어주고 있다.

효성그룹 성장사와 조 회장을 잘 아는 재계 인사들은 “답답하고 분한 마음도 있겠지만 조 회장이 보다 떳떳하게 그룹의 입장을 당국과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도 효성은 물론 재계를 위해서도 고려할만 하다”고 조심스럽게 얘기들 한다.

재계 인사들이 조 회장 입을 쳐다보려는 것은, ‘먼지털이식 수사’ ‘찍어내기 수사’에 어느 기업(인)이 자유롭겠느냐는 공감대가 일각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정황으로 풀이된다.

정치적 목적하에 기업 수사가 이뤄진다면 기업이 버텨낼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수십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작정하고 정권의 칼날을 들이댈때 먼지가 나오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는 자조섞인 비난도 곳곳에서 나온다.

지난 2008년 무자년, 조석래 회장의 첫 공식업무는 봉사활동으로 시작했다. 효성그룹 사옥도 아니고 전경련 회관도 아닌, 충남 태안 바닷가에서 원유유출사고로 기름때 낀 돌을 닦으면서 기업인의 사회적 가치를 발휘하는 데에 힘을 보탰다. 당시 나이 74세에 자원봉사자의 한 명으로서 3시간여동안 기름범벅인 돌을 부직포로 묵묵히 씻어냈다는 게 동행자들 전언이다.

국내 몇 안되는 꼿꼿한 선비정신의 경영인으로 평가받는 조석래 회장이 이제는 ‘묵묵함’보다는 ‘당당함’으로 그룹과 자신의 현안을 풀어 나가길 다수 재계 인사들은 조심스럽게 바란다. 정치권의 특혜를 받지 않았다면 기업(인)이 정치적 희생양, 볼모가 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혹 조 회장이 침묵을 깬다면 박근혜 정부는 경청해야 한다. 더불어 ‘제1의 한강의 기적’을 일군 경제계 원로를 존중하는 문화도 차제에 형성하길 재계는 희망한다.




명재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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