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런 사과문, ‘혹 떼려다 혹 붙여?’
좀비런 사과문, ‘혹 떼려다 혹 붙여?’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3.11.0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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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한 사후조치에 소비자 불만 가중…피해자 카페까지 생겨나

[더피알=강미혜 기자] 좀비 체험 마라톤이라는 ‘좀비런’ 이벤트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커무브가 미숙한 사후조치로 구설에 휘말렸다. 이벤트 운영상의 미숙함보다 그에 대한 ‘쿨하지 못한’ 주최측 사과가 논란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좀비런 행사를 기획한 커무브 원준호 대표는 지난 5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좀비런을) 최선을 다해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운영이 미숙하였던 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원 대표는 “행사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좀비런 탑러너의 이름으로 기부하여 ‘블루터치’ ‘용인병원유지재단’과 함께 20대 청년 정신건강검진을 위한 공익 캠페인을 준비했다”고 본 취지를 밝힌 뒤, “사전에 그리고 현장에서 명확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한 부분들로 인해 한 달여 동안 기대를 품고 참가해 주신 분들이 실망감을 느낀 점은 너무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과문 전문 https://www.facebook.com/zombierun.korea)

▲ 지난 2일 오후 9시부터 경기도 과천시 서울랜드에서 열린 ‘좀비런’ 이벤트. 사진출처=좀비런 공식 페이스북.

이는 앞서 지난 2일 오후 9시부터 경기도 과천시 서울랜드에서 열린 ‘좀비런’ 행사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불편과 혼란을 겪은 데 따른 공식적 사과다.

좀비런은 좀비 또는 도망자 역할에 따라 3km 구간을 달리며 미션을 수행하는 이색 이벤트로, 20대를 주축으로 한 스타트업(창업 초기 신생 벤처기업) 커무브가 기획했다.

특히 이 이벤트는 ‘좀비체험’이라는 독특한 콘셉트 덕분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젊은층 사이에서 크게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만5000원이던 티켓가격이 6만~7만원 상당의 암표로 돌변해 팔릴 정도였다.

높은 인기에 힘입어 좀비런엔 약 6000명의 참가자가 몰리며 대성황을 이뤘지만, 이벤트 당일 주최측의 준비 미흡이 도마에 올랐다. 현장에서 티켓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속출했으며, 도시락과 물티슈 등 행사에 필요한 물품들도 크게 모자랐던 것.

결국 이벤트 종료 후 온라인상에선 “행사 스태프가 참가자수에 비해 너무 부족했다” “이건 뭐 돈내고 개고생하다 옴” “아 진짜 얼척없다.. 다들 하는 말이 초·중학교 축제수준도 안되는 행사진행이었다고...” “4만원 내고 알바하고 온 기분” “현장에서 1분에 1~2명씩 부상자가 나왔다” “대책 없는 현장.. 짜증이 머리끝까지 솟구쳤다” 등의 불만글이 폭주했다.

▲ 좀비런 행사를 기획한 커무브 원준호 대표는 지난 5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좀비런을) 최선을 다해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운영이 미숙하였던 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사진은 사과문 일부 화면 캡처.
이에 커무브 원 대표가 직접 사과글과 함께 해결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사과문 이후에도 사태는 좀처럼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논란이 확산되며 좀비런 피해자 카페까지 생겨났다.

원 대표의 사과문이 올라간 페이스북상에서도 “원준호 대표님 사과문 보니까 아직도 본인이 판매한 상품의 문제점이 뭔지 파악을 못하신 것 같네요(…) 더 성의있는 사과문과 후속조치를 바랍니다”는 댓글이 달리는 등 논란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해당 이슈 자체보다 사후 이슈대응이 더욱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이는 비즈니스 경험이나 시스템이 부족한 스타트업 기업들이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우선 사과문이 ‘사과’라는 핵심메시지에 충실하지 못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기업 사과문은 불필요한 사족을 빼고 핵심 메시지만 갖고 이슈에 방어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녹아 있어야 하는데, 커무브의 사과문을 보면 회사나 행사에 대한 자화자찬식 서술이 너무 많다”며 “현장에서 피해를 본 이해관계자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과문에 언급된 보상방안에 대한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커무브는 좀비티켓 환불과 관련, 사과문을 통해 “해당 링크(http://bit.ly/1czN4d8)에서 부분환불 신청서를 다운 받으신 후 좀비런 공식 이메일 계정(zombierun_kr@naver.com)으로 보내주시면 참여자 리스트 대조확인을 거쳐 부분환불처리 해드리겠습니다”고 공지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소비자와 1대 1 접촉, 부분환불식으로 보상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며 “기업 사과문과 환불조치 등은 대중에게 직접 오픈해서 공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가져가야 한다. 그래야 사고(이슈) 이후에도 책임 있는 모습,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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