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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속 ‘숨은’ 기업 포지셔닝 전략
광고 속 ‘숨은’ 기업 포지셔닝 전략
  • 박재항 (admin@the-pr.co.kr)
  • 승인 2013.11.08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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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항의 C.F.] 사업영역, 지향점 자연스레 녹여내

칼럼명인 C.F는  커머셜 필름(Commercial Film)과 기업 파일(Corporate File)의 중의적 표현입니다. 커뮤니케이션에서 기업의 ‘비밀파일’을 뽑아내며 브랜드 전략을 읽어가고 있습니다.

[더피알=박재항] 삼성SDI에서 지난 9월 주로 경제 관련 잡지에 집행했던 인쇄광고 시리즈 중 하나를 보자. 이 광고에서 삼성SDI는 스스로를 ‘친환경 에너지로 미래의 전기차를 달리게’ 하는 ‘글로벌 에너지기업’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자사의 3대 사업영역 및 지향점을 광고물의 아랫부분에서 아이콘 형태의 심볼과 함께 다른 색상의 글자로 세 가지로 나눠 소개한다.

첫째,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등 혁신적인 IT제품을 가능하게 하는 배터리 기술’이다. 삼성전자의 TV나 컴퓨터 등에 디스플레이를 위한 브라운관을 생산, 납품하면서 출발한 삼성SDI의 기원과 역사에 부합한다. 납품하는 물품이 배터리로 바뀌기는 했지만.

▲ 삼성sdi가 최근 집행한 인쇄광고물. 이 광고에서 삼성sdi는 스스로를 ‘친환경 에너지로 미래의 전기차를 달리게’ 하는 ‘글로벌 에너지기업’이라고 정의한다.
둘째는 ‘에너지 효율과 환경을 고려한 새로운 친환경 전기 에너지 기술’이고, 마지막 세번째가 ‘에너지 걱정없는 세상을 위한 앞선 대형 에너지 저장 기술’이다. 친환경 에너지와 대형 에너지 저장 기술은 삼성전자의 완제품을 위한 부품의 성격을 뛰어 넘은 것이다.

또한 삼성SDI는 각각의 에너지 성격에 맞는 광고를 집행했는데, 이 광고의 사진에서 삼성SDI가 얘기하는 ‘친환경 전기 에너지 기술’의 목표 고객은 자동차 업체이다.

비록 인쇄광고이긴 하지만 한동안 잠잠하던 삼성SDI로서는 광고 관련 새로운 전략 방향을 잡은 듯하다.

특히 기업 전략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단초를 광고물을 통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사명의 의미 변경이나 B2B(기업 대 기업 간 거래)의 커뮤니케이션 활동과 관련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준다.

지금은 자연스럽게 삼성SDI라고 불리지만, 혹시 삼성SDI로 사명이 바뀌기 전 원래 기업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SDI’가 무엇의 약자인지 아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약자(略字)가 아닌 고유명사화된 기업명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아는 사람들은 아직 제법 있다. 삼성SDI는 1970년 ‘삼성-NEC’로 출범했다가 1974년에 ‘삼성전관’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1999년까지 회사의 공식명칭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지만 외부에선 간단하게 ‘삼성전관’으로 불렸다. TV화면의 핵심인 브라운관을 생산하는 기업이었다. 이후 1999년 삼성전관은 디지털·글로벌 시대에 맞춰 사명 변경을 공표했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발빠른 움직임이었다.

올해 삼성SDI의 공식 기업블로그를 보니 SDI가 특별한 약자(略字)는 아니라며 “삼성SDI는 약자가 아닌 고유명사라는 점 잊지 마시구요”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SDI를 아무 뜻 없는 고유명사라고 내밀 수 있었을까?

삼성전관은 1999년 말 사명 변경을 알리면서 처음엔 ‘SDI’를 ‘삼성 디스플레이 인터페이스(Samsung Display Interface)’라고 발표했다. 이후 ‘S’는 ‘삼성(Samsung)’이 맞지만, ‘D’는 ‘디스플레이(Display)’와 ‘디지털(Digital)’, ‘I’는 ‘인터페이스(Interface)’뿐 아니라 ‘인터넷 컴포넌트(Internet component)’를 뜻한다고 의미를 첨가했다.

이어 현재는 아예 고유명사라면서 특별히 고정된 단어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왜 말을 함부로 바꾸냐고 탓할 일은 아니다.

IBM이 처음 무엇의 약자인지 알고 있는가? 1991년 뉴욕경영대학원의 한 노교수가 자신의 형에게 IBM 얘기를 했더니, 그 형이 “아, 그 회사! 거기 타이프라이터를 정말 잘 만들지?”하고 묻더란다. 잘 알려진 것처럼 IBM은 원래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머신(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의 앞머리 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다. 지금 IBM은 소프트웨어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굳이 이들이 약자를 풀어서 ‘기계(Machine)’라는 점을 강조하는 경우는 없다.

3M도 마찬가지이다. 본래 뜻인 3개의 M 중 하나인 ‘광산(Mining)’과는 이제 전혀 관계가 없다. 미국 루이지애나 앞바다에서의 원유유출사고로 빛이 바랬지만, BP는 원래 ‘브리티시 페트로리엄(British Petroleum·영국 석유)’란 의미에서 ‘비욘드 페트로리엄(Beyond Petroleum·석유를 넘어)’으로 원래 단어를 바꿔 친환경을 위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실제 자신의 주력품목을 바꾸기 위한 움직임도 보였다. 이런 측면에서 SDI를 특정 단어들의 약자가 아닌 고유명사화하려는 삼성SDI의 노력은 시대적 상황에 발맞춘 당연한 노력이라고 본다.

캡티브 B2B의 한계를 넘어

삼성SDI는 태생부터 삼성전자를 고객으로 하는 전형적인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전속시장)’, 즉 ‘계열사 전속시장’을 지닌 B2B 기업이다. 수원에 있는 삼성그룹의 전자단지에 처음 갔다가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전기, 삼성코닝 등의 여러 기업들이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기업들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이름조차 생소했다. 모두 B2B 기업인만큼, 소비자를 향한 광고를 비롯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투자하는 금액은 매우 미약했다. 삼성전관 시절에 ‘삼트론(Samtron)’이나 ‘싱크마스터(SyncMaster)’처럼 소비자에게 직접 소매 유통으로 팔았던 컴퓨터 모니터 제품이 있기는 했지만, 제품 브랜드만이 알려졌을뿐 그 뒤의 기업 브랜드의 존재를 알리려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깨고 나온 기업이 바로 삼성SDI였다. 삼성SDI는 사명을 바꾼 후 수십억원대로 공격적인 광고 집행을 했다. 물론 바뀐 사명을 고지한다는 이유가 있었지만, 소비재 기업의 사명 변경 이후의 광고 집행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삼성SDI로 사명 변경한 것을 알리는 2000년 광고의 태그라인은 ‘윈도우 포 디지털(Window for Digital)’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긴 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디스플레이(Display)’라는 주요 업종을 표현했다. 그런데 이후 그룹 차원의 조정을 통해 삼성SDI는 점차 디스플레이라는 원래의 업종으로부터 멀어져 갔다.

국내외에서 제법 히트를 쳤던 싱크마스터도 삼성전자의 모니터본부로 이관시킨 전력이 있긴 했다. 2000년대 초반에 필자가 삼성SDI의 미래 브랜드 방향을 협의하기 위해 들어간 적이 있는데, 그 때 이미 배터리를 미래의 핵심품목으로 소개했다.

이번 광고물을 보면 배터리 중에서도 전기차를 주요 목표고객으로 정했음을 알 수 있다. 우연인지 9월에는 전기차 1위 업체이며 화제의 중심인 테슬라가 기존의 파나소닉 외 삼성SDI와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소식이 흘러 나왔다. 최초로 한국을 방문한다는 폭스바겐 회장이 삼성SDI를 들를 예정이다. 광고에서 확연히 드러난 전기차 배터리를 향한 삼성SDI의 현장 노력의 일단을 보여주는 활동이다.

삼성SDI가 기존에 확고했던 전자제품용 배터리를 넘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어떻게 공략하고, 광고에서 공언한대로 어떻게 에너지기업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며 브랜드를 그 시장에서 확립하는지 지켜볼 가치가 있다.
 


박재항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미래연구실장
前 이노션 마케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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