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국제 행사의 건배주로 선정되는가 하면, 항공사 기내 서비스에도 막걸리가 등장한다. 지난 월드컵 때에는 최고의 판매량을 올리는 한편, 우리나라를 알리는 데에도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과일과 섞어 칵테일로 마시기도 한다. 어르신들이 선호하는 싼 술의 이미지를 벗어 던진 막걸리는 우리 쌀로 만든 웰빙 전통술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문종 기자 roy@the-pr.co.kr
서울탁주, 우리쌀로 빚은 ‘장수 생막걸리’ 부각
서울탁주제조협회는 1962년 설립된 국내 탁주업계 최고·최대의 탁주 제조업 단체로, 전국 막걸리 판매량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막걸리 1위 업체다. 주력 제품인 장수(長壽) 생막걸리는 효모균이 그대로 살아있어 자연 발효에 의한 탄산으로 감칠맛과 청량감이 뛰어나고 영양이 풍부한 전통주다. 엄선된 백미를 사용하고 장기저온숙성 생산하므로 특유의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또 8월 초부터 주원료인 쌀을 수입산에서 우리쌀로 바꿔나가고 있다. 우리쌀로 만든 장수 생막걸리는 기존의 병 디자인을 바꾸고 표면에 ‘국내산 쌀’을 표기했으며 출하가격을 기존 800원에서 100원 가량 올렸다. 현재 장수 생막걸리의 하루 생산량은 80만병(750㎖ 기준)이며, 이 중 우리쌀을 원료로 한 막걸리 비중을 최대 10만병까지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서울탁주 관계자는 “이마트 등의 대형마트에는 우리쌀로 된 막걸리만을 납품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쌀로 만든 장수 생막걸리의 비중을 늘려나갈 것”이라며 “고객의 수요에 맞춰 생산량을 차츰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탁주의 월매 캔 막걸리는 탄산과 막걸리의 절묘한 만남으로 탄생한 신세대 및 해외 수출용 막걸리다. 월매 캔 막걸리는 저온에서 완전 숙성시킨 후 최첨단 설비로 살균처리 했으며, 천연탄산이 첨가돼 톡 쏘는 신선함과 상큼한 맛이 특징이다. 캔 제품답게 1년간 장기보존 할 수 있기도 하다. 또 포장을 1000㎖ 내열·내압 페트병으로 개선한 월매 쌀 막걸리도 제조일로부터 최대 8개월까지 보존할 수 있다.국순당, 업계 최초 TV CF 방영
2009년 5월 업계 최초로 유통기한이 30일인 ‘국순당 생막걸리’를 출시한 후 1년 만에 3천만병의 판매고를 올렸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매출성장 폭이 커져 이제는 월 20억원 이상 매출하는 대박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분기에는 간판 상품인 백세주(95억원)를 뛰어넘는 10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순당 관계자는 “생막걸리가 빠른 속도로 전국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생막걸리의 유통기한을 연장시킨 ‘막걸리 발효제어기술’과 업계 최초로 실시한 10℃ 이하의 ‘냉장유통 시스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국순당은 현재 600여 대의 냉장유통 차량을 통해 저온 상태에서 막걸리의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순당은 지난 4월 29일 ‘우리 쌀로 지은 국순당 생막걸리(우국생)’로 100% 우리쌀 막걸리를 출시했다. 우국생은 1년 이내 수확한 우리쌀로만 빚어 생막걸리의 맛과 향이 탁월하다. 또 백세주의 생쌀발효법을 적용해 기존의 고두밥(막걸리 원료)을 만들어 사용하던 막걸리와는 달리 쌀을 가공하면서 발생하는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하고 쌀막걸리 특유의 향과 맛을 한층 더 살린 것이 특징이다. 디자인에서도 기존의 초록색 페트병과 달리 투명 페트병에 막걸리의 주재료인 쌀과 물방울 모양을 결합시킨 독특한 외형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국순당은 이외에도 ‘우리술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복원된 고려시대 양반가에서 즐기던 고급 막걸리인 ‘이화주’, 100% 우리쌀과 인삼으로 빚은 고급 말걸리 ‘미몽’, 전북 고창군 농가에서 생산한 복분자와 우리쌀을 원료로 한 ‘자연담은 복분자 막걸리’ 등 프리미엄 막걸리를 선보이고 있다. 한편 국순당은 업계 최초로 막걸리 CF를 제작했다. 최근의 막걸리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선 젊은 층으로의 저변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CF 모델로 황정음과 윤종신이 활약해오다 최근 개그맨 유세윤이 가세했다.오리온, 참살이L&F 인수 후 마케팅 총력
미디어플렉스는 지난 5월 참살이L&F의 지분 60%를 50억원에 인수하며 막걸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참살이L&F는 지난 2005년부터 참살이탁주를 생산해오던 업체로, 전신은 남한산성소주다.
참살이탁주는 100% 친환경 무농약 우리쌀만을 원료로 하고 있다. 400년 전통의 경기무형문화재 제13호 기능보유자와 전수자가 직접 빚어내는 참살이탁주는 장인의 기술과 혼이 담긴 고품격 막걸리를 지향한다. 이에 ‘2009 대한민국 전통주 품평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한식세계화 2009 국제 심포지엄의 공식 오찬주로 선정되기도 했다.
참살이L&F 관계자는 “하루 1만5000병을 생산하는 시설을 갖췄는데 아직 규모가 작다보니 수요를 맞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존 경기도 광주 공장의 생산설비를 확장해 3만병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참살이L&F는 8월 26일 양재동 AT센터에서 대리점 모집을 위한 사업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참살이L&F에서는 효과적인 대리점 운영을 위해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판촉 지원 등을 통해 아낌없는 지원책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참살이L&F는 현재 인쇄매체에 지면광고를 집행중이며, 하반기에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위해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대기업 막걸리 진출 ‘카운트다운’
오리온그룹의 자회사인 미디어플렉스의 참살이L&F 인수로 대기업의 막걸리 시장 진출이 어떻게 될지 주목받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8월 22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대강소백산막걸리(제천), 탁사마(창녕), 전주생막걸리(전주) 등의 지역 막걸리를 한자리에 모아 시음행사를 가졌다. 이 막걸리 3종은 CJ제일제당이 전국 냉장유통을 맡았다. 진로는 지난 3월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진로막걸리’를 공급받아 일본과 미국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롯데주류도 서울탁주의 ‘월매’를 일본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다. 여기에 농심도 막걸리 시장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막걸리 내수시장 진출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는 있지만,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업계에서는 결국 발을 담그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8년 국내 막걸리 시장은 약 3000억원, 2009년 4200억원, 올해도 55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되며, 오는 2012년에는 1조원 돌파가 예상된다.배상면주가, ‘도심형 양조장’ 열어
배상면주가는 ‘우리술 100년 대계’ 프로젝트로 도시형 양조장인 ‘느린마을 양조장’을 개점했다. 느린마을 양조장은 단순히 술을 만드는 공간이 아닌, 우리 술 문화를 상징하는 커뮤니티로서 물 사용을 극도로 줄이고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친환경 공정 도입을 통해 생태적·공동체적·문화적·미학적 가치를 담은 도심형 양조장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문화적 소비, 생산공정 공개를 통해 소비자의 안정성 확보, 무첨가 원칙으로 신선한 술을 공급하는 3S(slow, safe, simple) 전책을 도입해 새로운 양조장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느린마을 양조장은 장기 발효를 통해 충분히 숙성된 생막걸리를 제공하고 있다. 6월 양재 본점을 시작으로 도봉산점이 8월 14일 문을 열었으며 노원, 영동시장, 강변점도 오픈 준비중이다. 연내 서울 지역에 10개점 이상을 열 계획이다. 오직 이곳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느린마을 막걸리’는 당분을 강화하기 위해 인공첨가물을 첨가하던 대부분의 다른 생막걸리와는 달리 인공첨가물을 배제한 심플 푸드라는 점이 특징이다.웰빙주로 각광 받는 지역 토종 막걸리들
자색고구마 막걸리, 천년초선인장 막걸리, 우뭇가사리 막걸리, 메밀 막걸리, 연근 막걸리….
최근 막걸리 원산지 표시제와 막걸리 품질인증제도가 시행된 후, 지역 쌀과 특산물을 주재료로 한 막걸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배경에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경기도가 가장 열성적이다.
경기도는 지난 8월 19일 ‘경기도 막걸리 Boom UP Start!’를 선포하고, 막걸리의 세계화, 명품화를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이 행사에서 경기도는 최근 일고 있는 막걸리 열풍 확산과 도내 막걸리 업체들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자색고구마 막걸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해 배해정누룩도가가 상품화했다. 또 천년초 선인장을 사용한 제조기술을 이전 받은 배다리술도가는 80일만에 천년초선인장 막걸리 생산에 성공했다. 전국 잣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가평에선 잣막걸리, 인천 강화지역에서는 인삼 막걸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또 강원지역에서는 평창 봉평의 메밀 막걸리, 양양의 송이 막걸리, 정선의 옥수수·곤드레 막걸리가 유명하다. 충청지역에서는 예산의 사과 막걸리, 당진의 백련 막걸리, 공주의 밤 막걸리가 많이 알려져 있다. 호남지역에서는 광주의 울금 막걸리, 해남의 고구마 막걸리, 광양의 매실 막걸리, 고창의 복분자 막걸리 등이 있으며, 영남지역에서는 문경의 오미자 막걸리 등이 웰빙주 대접을 받고 있다. 울릉도의 호박 막걸리와 제주의 감귤 막걸리도 지역을 대표하는 건강주로 떠오르고 있다.저작권자 © The PR 더피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웰빙’ 고속성장에 대기업들도 ‘기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