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습관을 뒤흔들 열정적이고 원초적인 힘
당신의 습관을 뒤흔들 열정적이고 원초적인 힘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3.11.08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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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버벌 퍼포먼스 <푸에르자 부르타(FUERZA BRUTA)>

[더피알=이슬기 기자] # 하얀 정장을 차려입은 한 남자가 컨베이어벨트 위를 걷는다. 그의 축 처진 어깨가 안쓰럽고 외로워 보이는 것도 잠시, 그는 달린다. 사정없이 그를 향해 돌진하는 벽을 뚫는다. 그를 제외한 많은 것들이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랐다가 하릴없이 떨어지길 반복한다. 어쩐지 우리네 모습인 듯 서글프다가도 어딘지 통쾌하다.

▲ 넌버벌 퍼포먼스 <푸에르자 부르타>의 한 장면.

어느새 습관처럼 갖가지 생각들이 일기 시작한다. 컨베이어벨트라는 장치의 메타포라던가, 남자의 등에 걸린 와이어라던가, 잘 알지도 못하는 철학자의 이름까지 떠올려 주억거리려는 찰나 공연은 휘몰아친다. 몇 번의 반전들 사이에서 전혀 다른 장르의 음악과 몸짓들이 뒤섞이는 동안 관조하듯 머리를 굴리는 당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질 것이다.

‘푸에르자 부르타(Fuerza Bruta)’는 스페인어로 ‘잔혹한 힘’이라는 뜻. 공연은 내내 인간을 굴리는 잔혹한 힘과 그 앞에 놓인 인간의 모습을 다양하게 표현한다. 공연 중간 중간에 그리고 말미에 어떤 희망적인 장치를 심어놓은 듯하나, 이에 대한 연출의 ‘진짜’ 의도를 궁금해 할 필요는 없다. 무엇을 느끼든지 당신이 맘껏 표현하면 그게 답이다.

전용 빅탑시어터에서 진행되는 공연은 고정된 무대도 없고 지정된 좌석도 없다. 그만큼 신선한 것들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무대 위에서 흥을 돋우던 배우가 어느 순간 당신의 옆에 다가온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듯 배우와 관객의 구분도 사라진다. 배우들의 흥과 관객의 에너지가 만들어내는 화학작용이 매력적이다.

▲ 넌버벌 퍼포먼스 <푸에르자 부르타>의 묘미는 배우와 관객이 함께 만들어 내는 화학작용에 있다.

이색적인 퍼포먼스를 원한다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신물이 난다면, 제대로 놀고 싶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당신의 상상보다 더 화끈하게 놀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 공연은 라틴의 멋이 느껴질 만큼 열정적이고 당신의 못난 몸짓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충분히 원초적이다.

2005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초연된 이 공연은 이미 ‘델 라 구아다(De la Guarda)’의 흥행으로 관객참여형 공연부문의 실력을 입증한 팀의 작품이다. <푸에르자 부르타>는 초연 이후 2012년까지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콜롬비아, 미국, 브라질,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 수 많은 국가에서 월드투어를 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12월31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내 FB빅탑시어터, 9만9천원 ~ 22만원.

 

 INTERVIEW 디키 제임스(Dique James) 연출

“느끼고 즐기고 분출하라”

<푸에르자 부르타>는 어떤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나?
<푸에르자 부르타>는 좌석 없이 무대만을 사용하고자 했다. 배우들은 관객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무대 위에서 함께 논다. ‘어떻게 하면 배우와 관객 모두가 연극적인 몸짓을 경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이 쇼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푸에르자 부르타>와 전작인 <델 라 구아다> 모두 아르헨티나에서 만들어져 전세계를 강타했다. 문화적으로 다른 관객들이 공연에 환호하게 한 비결이 뭔가?
우리는 다른 스타일의 사람들을 위해 공연을 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서로 섞이며 뭉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쇼를 고민했다. 이 쇼는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문화가 달라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에 닿으려고 노력했고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여러 나라에서 공연을 하면서 문화가 달라도 모두가 <푸에르자 부르타>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달리는 남자를 비롯한 <푸에르자 부르타>의 메인부분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달리는 남자배우는 쇼의 모든 부분에 걸쳐있고 모든 요소들을 연결한다. 이 배우는 매번 다른 분위기와 다른 순간들을 통과한다. 그는 컨베이어벨트 위를 뛰고, 모든 것들은 그를 통과한다. 나는 이것의 의미를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모든 관객에게 자신만의 해석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자배우의 콘셉트를 굳이 말하자면 ‘어떻게 하면 누군가를 같은 공간에서 모든 것을 통과하며 계속 움직일 수 있게 하느냐’다.

공연은 매일 밤 즉흥적인 경험이 될 것 같다. 공연팀에게는 어떤 의미가 될까?
공연을 통해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이 우리가 그간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언어가 되길 바란다. 우리는 어딘가를 향해 계속 나아가고 있지만 그곳이 어딘지는 알지 못한다. 단지 무언가를 계속 시도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핀다. 우리는 관객들이 이 공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길 원하지 않는다. 아마 대다수의 관객들이 이 부분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저 관객들이 배우와 함께 탐구하며 움직여주기를 원할 뿐이다.

<푸에르자 부르타>에서 육체적 경험의 역할은 무엇일까?
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관객들이 원한다면, 움직임에 동참하고, 느끼고, 듣고, 만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관객들이 실제로 그렇게 하길 원한다. 관객들이 배우들에게 가깝게 다가오고 느낌대로 몸을 움직이는데 스스럼없길 바란다. 그것이 예술이 궁극적으로 창작을 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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