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그 끝은 광고?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그 끝은 광고?
  • 조성미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3.11.1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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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탈 쓴 광고, ‘기승전병 마케팅’

[더피알=조성미 기자] 인터넷이 탄생하고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면서 그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에 누구나 한번쯤은 의문을 제기해봤을 것이다. 특히 온라인의 발달로 모든 이들이 콘텐츠의 소비자이자 제공자가 되면서 정보를 가장한 광고가 우리를 괴롭히기도 한다. 더 이상 진실만이 존재하지 않는 가상공간 속에서 정보의 옥석을 가리는 일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기승전병’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기본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갖추고 일정한(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결론에 이르는 기승전결과 다르게 기승전병은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전혀 예상치 못하게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글을 재치 있게 표현한 것이다.


여기에서 ‘병’은 ‘병신 같은 맛’을 줄인 병맛이라는 신조어를 표현한 것으로, ‘병맛’은 어이없고 황당하지만 웃긴 것들을 말한다. 특히나 기승전병은 ‘병’에 해당하는 것은 사람이나 사물 등 어떤 것으로도 표현할 수 있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기승전병에서 파생된 ‘기승전광고’는 앞의 이야기에 어떻게 전개됐는지와 상관없이 종국에는 광고로 마무리 되는 것들이다. 생활에 유용한 정보이거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을 장황하게 소개한 뒤 마무리는 특정 상품이나 브랜드, 서비스를 갖다 붙이는 형태이다.

특히 이러한 방식을 자주 사용하는 특정 브랜드를 두고 ‘기승전+브랜드네임’으로 지칭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다는 30대 여성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다이어트 관련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블로그와 지식 검색 등에서 나름 유용한 정보를 찾았다고 생각한 순간, 마무리는 다이어트 식품을 판매하는 특정브랜드의 소개로 이어졌다.

그는 “글을 읽으면서는 한 번 시도해 볼 만한 다이어트 정보라고 생각했지만, 마지막에 H 브랜드를 보는 순간 앞서 본 정보의 신뢰도가 확 떨어졌다”며 “이후 인터넷을 통해 다이어트 관련 글을 볼 때는 ‘기승전H’를 피하기 위해 먼저 출처가 어디인지, 정보 제공자가 누구인지를 먼저 확인하고 읽게 됐다”고 설명했다.

모든 블로그 글은 기승전0?

이들은 좀 더 교묘하게 광고가 아닌 척 하기도 한다. 한 트위터리안은 ‘요즘 한창 뜨고있는 설국열차! 송강호씨의 멋진 모습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죠~^^ 저는 작중에 나오는 프로틴블록의 제조과정이 무척 충격적이었어요~ 그런 식품대신 몸에좋고 맛도좋은 H! 어떠세요?’를 예로 들며 “모든 블로그 글들은 기승전H임”이라고 비꼬았다.

또한 질병이나 건강에 대한 검색을 하면 종국에는 병원 광고나 식품 광고로 마무리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상업적인 메시지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글의 제목이나 검색 시 노출된 일부분만을 보고 상업적이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지만, 실상은 아닌 ‘척’ 상업적 의도를 품은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고 부정적인 감정을 더욱 강하게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낚시성 글에 대해 온라인 마케팅 전문가들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입장을 전혀 고려치 않고 단순히 공급자 중심에서 생산해 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온라인은 다양한 형태와 방대한 양의 정보가 흘러 다니고 있다. 하지만 그 양이 방대하고 떠돌아다니는 동안 가공되고 확대되면서 원출처는 불분명하고 특정한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이러한 게시물 자체가 수익으로 직결되는 수단으로 꼽히며 이에 대한 사용자들의 경계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브랜드액션 서대웅 대표는 “요즘의 소비자들은 기업이 정해놓은 프레임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세련되지 못하다고 생각해 이를 거부한다”며 “브랜드주권이 기업에서 소비자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브랜드의 가치를 설명하지 못한 채 광고만 해대는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거부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궁금한 것이 생기면 휴대폰을 꺼내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본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정보 습득의 채널로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광고하려다 되려 브랜드 신뢰도 역효과 초래

사용자들이 온라인 세상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원하는 것만큼이나 포털에서도 상업화된 콘텐츠에 대한 필터링 시스템이 강화되고 있다. 포털 역시 상업적이지 않고 사용자의 눈길을 끌고 포털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진짜 콘텐츠를 원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마케팅의 중요한 채널로 자리 잡은 블로그나 지식검색 등의 온라인을 무대로 활동하는 바이럴 마케팅 업체들은 ‘차별화된’ 콘텐츠 생산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너무나 직접적이고 광고 냄새 폴폴 풍기는 콘텐츠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며 “때문에 온라인 마케터들은 자신들이 홍보해야 하는 상품 혹은 서비스를 요즘 누리꾼들이 관심을 갖는 사안에 교묘하게 ‘녹여내는’ 것에 집중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어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은 이렇게 사이사이 녹여낸 것들에서도 광고의 냄새를 맡고 바로 거부감을 느끼게 됐다”며 “차라리 상업적인 의도가 있다면 온전히 그 목적을 드러내고 사용자가 참여하게끔 ‘놀이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서대웅 대표 역시 “최근 소비자들은 순수하게 웃음을 주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선호한다”며 “소비자와 스토리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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