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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불확실성은 재미가 된다
예고된 불확실성은 재미가 된다
  • 김지헌 세종대 교수 admin@the-pr.co.kr
  • 승인 2013.11.13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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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헌의 브랜딩 인사이트] 준비된 소비자 겨냥해야

[더피알=김지헌] 일반적으로 불확실성(uncertainty)은 소비자에게 위험(risk)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업이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정적인 요인으로 인식돼 왔다.

예를 들면, 제프리 무어(Geoffrey A. Moore)는 캐즘마케팅(Cross­ing the Chasm)이란 책에서 하이테크 제품에 대한 대중의 수용도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제품에 대한 두려움(Fear), 불확실성(Uncertainty), 의심(Doubt)을 의미하는 ‘FUD’를 효과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브랜드의 불확실성 또한 항상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독(毒)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저관여도(low involvement)의 소비자에게는 불확실성이 약(藥)이 될 수도 있다. 관여도는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할 때 느끼는 위험이라고 볼 수 있다. 소비자는 자신과 관련성이 높고 중요한 제품을 두고 의사 결정할 때 위험을 더 많이 느끼게 되고 이를 고관여(high involvement)라고 한다.

이때 소비자의 불확실성에 대한 수용영역(latitude od acceptance)이 좁아진다. 즉 관여도가 높을 때 소비자의 머릿속에는 ‘불확실성=위험’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불확실성이 높은 브랜드에 대한 구매의도가 낮아지게 된다. 빨간 자동차를 주문했는데 파란 자동차가 출고될 가능성이 있다면 당연히 소비자는 그 브랜드의 자동차를 구매할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이다.

독(毒)이냐 약(藥)이냐…불확실의 이중성

이와 반대로 저관여의 소비자는 불확실성에 대한 수용영역이 상대적으로 넓다. 이는 불확실성이 위험이 아닌 재미로 느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계획된 불확실성은 브랜드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데 매우 유용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2007년 5월 싱가폴의 한 기업은 ‘애니싱(any­thing)’과 ‘왓에버(whatever)’라는 브랜드 네임을 가진 여섯 가지 맛의 탄산음료와 일곱 가지 맛의 아이스티를 각각 출시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음료들은 캔에 물음표가 그려져 있을 뿐, 맛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 먹기 전에는 맛을 알 수 없는 복불복이라는 점이다.

불확실성을 재미로 바꾼 이 음료들은 출시한지 보름 만에 350만개의 판매고를 올릴 수 있었다. 즉 유쾌한 긴장감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한 것이다. 국내의 한 음료자판기 운영자의 주장에 따르면 선택 버튼을 물음표로 해서 어떤 음료가 나오는지 모르게 한 버튼이 소비자들에게 다른 어떤 버튼보다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계획된 불확실성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또 다른 브랜드로 일본의 치바현에 위치한 ‘가시와 미스터리 카페’를 빼 놓을 수 없다. 이 카페에서는 음식을 주문한 고객이 자신이 주문한 메뉴를 먹지 못한다. 다소 황당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고객이 주문한 음식은 다음 고객이 먹고, 그 고객은 바로 전에 주문한 고객의 음식을 먹는 방식이다. 결국 고객은 자신이 어떤 메뉴를 먹을지 전혀 알지 못하는 셈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묘한 긴장감과 함께 다양한 즐거움을 준다. 예를 들면, 앞서 주문한 고객의 메뉴가 내가 주문한 것과 정확하게 일치할 때 마치 큰 행운이 찾아온 것 같은 쾌감, 다음 고객을 위해 멋진 메뉴를 미리 주문하여 선물할 수 있는 나눔의 즐거움, 생각지도 못했던 음식을 받았을 때의 다소 황당하지만 유쾌한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불확실성 재미, 프로모션 전략에도 적용 가능

불확실성의 재미는 제품 또는 매장의 설계뿐 아니라 프로모션 전략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특히 소비자들의 사은품 선택은 불확실성이 위험으로 인식되지 않는 저관여 상황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재미를 제공하는데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애견용품 전문 인터넷쇼핑몰인 ‘도그카페’에서는 한 때 불확실성을 재미로 승화시킨 이색 이벤트를 실시해 고객들에게 색다른 체험의 기회를 제공했다. 도그카페에서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은 ‘훔쳐줘 매장’으로 이동해 점원인 수니언니가 졸고 있는 틈을 타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한 가지 훔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때 제품에 따라 수니언니에게 발각될 확률을 다르게 설정해 고객들에게 유쾌한 긴장감을 제공했다.

이처럼 저관여의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불확실성은 독이 아닌 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미리 공지된 브랜드의 불확실성만이 소비자의 수용영역을 넓힐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즉, 캔에 그려진 물음표와 같이 소비자들이 불확실한 결과를 얻게 된다는 것을 미리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오렌지 주스 패키지의 음료를 마셨는데 포도 주스가 들어있는 식의 불확실성은 재미가 아닌 소비자의 불쾌함을 유발시킬 수 있다. 이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수용영역 이상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저관여의 소비자들에게 불확실성을 이용한 전략을 활용하고자 할 때 ‘레디-셋-고(ready-set-go)’의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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