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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변호사의 이유있는 ‘외도’
꿈꾸는 변호사의 이유있는 ‘외도’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3.11.28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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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라이브러리] 저소득층 학생 위한 미술학원 ‘꿈꾸는 앨리’ 설립한 정보근 변호사

소통라이브러리는 우리 사회의 소통문화를 새롭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자유롭게 협력하는 코너로, 이종혁 광운대 교수와 함께 진행합니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소통문화를 창출하고 이끌어가는 숨겨진 인물들이 인터뷰의 주인공입니다.

한 변호사의 작은 바람에서 출발했다. 배우고자 하는 아이들이 돈 때문에, 가난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 아이디어와 의지만 있던 그가 자신의 재능을 기꺼이 내어놓겠다는 이들을 우연처럼, 필연처럼 만났다. 그리고 이태원의 작은 골목에 자리한 카페에서 서로 머리를 맞댔다.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무료 미술학원 ‘꿈꾸는 앨리’의 시작이었다. 2011년 5월 꿨던 봄날의 꿈을 현실화시킨 법무법인 한결의 정보근 변호사를 만났다.

▲ 정보근 변호사.

[더피알=강미혜 기자]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조용한 동네. 한 오래된 건물 2층을 오르니 물감 냄새 물씬한 15평 남짓의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제대로 못 찾아오실 텐데요”하며 지도를 첨부해 건물위치를 알려준 인터뷰이의 ‘세심함’에 대한 이유를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별도의 표시도, 그 흔한 간판 하나도 없다. 꿈꾸는 아이들과 그 꿈을 실현시키는 조력자들의 소박한 공간이 바로 ‘꿈꾸는 앨리’(이하 앨리)다.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무료 미술학원 앨리는 정보근 변호사와 조각가 정치구, 사회적 기업 딜라이트 김정현 대표 등 7인이 뜻을 같이해 만들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꿈을 접어야 하는 아이들의 꿈을 실현시켜 주자는 마음들이 앨리를 탄생시킨 동력이다.

현재 앨리에서 미술교육을 받는 중고등학생은 40여명 가량. 이중 10여명이 치열한 대입을 준비한다. 수업은 미술 재능기부자 20명이 담당하고 있다. 무료지만 수업의 퀄리티도 상당히 높다. 오죽하면 입소문이 나서 자녀들을 맡기기 위해 청탁(?) 하거나 엄포를 놓는 사례가 생겨날 정도다.

앨리를 방문한 이날은 미술수업 외 또다른 특강도 진행되고 있었다.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에 재직중인 김은정 검사가 학교폭력과 성폭력, 가정폭력 등에 관한 대처법을 앨리 친구들에게 전하러 온 것이다. 정 변호사의 아내이기도 한 김 검사의 또다른 재능기부인 셈이다. 부창부수(夫唱婦隨·남편이 주장하고 아내가 이에 잘 따름)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풍경이 앨리 속에 그려져 있었다.

▲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꿈꾸는 앨리'에서 한 학생이 열심히 그림 그리기에 집중하고 있다.(사진제공=꿈꾸는 앨리)

변호사이면서 본업과는 전혀 다른 영역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도와주시고 계신데요, 이런 일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라도 있나요? 
히스토리가 꽤 긴데요...(웃음) 대학시절부터 저소득층 교육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사회적 기본권, 흔히 얘기하는 사회복지라는 것이 바로 교육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대학생때 야학교사도 했고요. 학교를 졸업하고 로펌에서 돈 버는 일을 몇 년 하다 보니 문득 인생이 무미건조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정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었죠. 그게 뭘까 생각하다 평소 관심을 갖던 교육에 눈을 돌린 것입니다.
특히 음악, 미술 등은 경제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실상 배우기 힘든 분야라 문화예술 쪽에 관심을 뒀고, 정치국 작가를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레 미술 교육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저소득층 아이들이 미대에 진학해서 사회에 잘 진출할 수 있도록 꿈을 펼치는 토양을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고맙게도 여러 작가들이 재능기부로 동참해주셨어요.

퀄리티 높은 미술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으니 경쟁률도 상당할 것 같습니다. 앨리인 선발 기준은 뭔가요?
우선 소외계층이어야 합니다. 배움의 여건이나 환경이 안 되는 아이들을 우선으로 배려하기 위해서죠. 그러다 보니 부득이하게 ‘증빙자료’도 받고 있습니다. 초창기 엄격하게 따지지 않았더니 어느 정도 경제력 있는 가정의 아이들이 지원하는 부작용(?)도 있더라고요.(웃음)
또 하나 중요하게 보는 것이 바로 미술에 대한 열정입니다. 대학시절 야학교사를 하면서 크게 실망했던 점이 간혹 배움에 대한 열정 없는 친구들이 있다는 거였어요. 수업에 잠깐 참여하다가 빠지면 가르치는 선생도 기운이 빠지고, 그 친구 때문에 수업기회를 놓친 아이들은 피해를 보게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앨리를 선발할 땐 심층면접을 통해 정말 미술을 배우고 싶은지, 그 열정을 보고 있어요.

앨리는 자원봉사, 재능기부라기 보다 미술을 매개로 한 사회적 나눔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일에 참여하는 분들의 가치 또한 남다를 듯합니다. 

봉사나 기부에 대한 막연한 생각, 기대만으론 나눔을 꾸준히 해나갈 수 없습니다. 실력보다는 성실성이 더 요구되는 것 같아요. 또 재능을 기부한다고 해서 꼭 재능기부단체로만 구성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누구든 참여하고픈 적극성만 있으면 됩니다. 결국은 한 마음으로 같은 일을 해나가는 좋은 동료들을 만나는 게 중요한데, 이 점에서 앨리는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앨리는 재능기부자와 주임선생님이 협업하는 형태인데요. 미술교육은 재능을 기부하는 선생님들이, 커리큘럼 구성 등 운영의 전반적인 일은 주임선생님이 각각 맡아 하십니다. 주임선생님 역시 거의 봉사 개념으로 활동하시고요. 다양한 재능기부자와 책임감 있는 분들이 힘을 합친 특수한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 '꿈꾸는 앨리'는 사회적 소통활동들도 조금씩 해나가고 있다. 지난 추석엔 기부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해피빈'에 각계각층 사람들의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해 직접 기부하기도 했다. 사진은 당시 해피빈에 게시된 앨리 학생들의 작품.

미술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앨리의 활동이 학원이라는 공간 안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바깥으로도 확산될 수 있지 않을까요? 예컨대 학생들의 작품이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에 그림으로 활용되는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로 말이죠.
그렇지 않아도 그런(사회적 소통) 활동들을 조금씩 해오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와 연계해 벽화 봉사활동을 하거나, 지역 인근학생들의 미술수업을 진행하는 식으로…. 지난 추석기간엔 해피빈(기부 커뮤니티 포털사이트/happybean.naver.com)에 앨리 친구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 게재되기도 했습니다. 추석을 맞는 각계각층 사람들의 마음을 이미지로 표현한 건데요, 아이들도 의미 있는 일에 참여했다는 사실에 굉장히 뿌듯해 했습니다. 재능을 기부 받은 아이들이 다른 곳에 재능을 기부할 수 있게 된 거죠. 

듣고 보니 앨리는 단순한 교육과 나눔 외에 사회적 소통에도 관심이 큰 것 같아요.

앨리를 운영하는 궁극적 목표가 사실 사회적 소통입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소통하는 거니까요. 현재 많은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개인적 역량이 아닌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배움의 기회나 사회 진출에 제약을 받고 있어요. 그런데 그런 사회적 장벽보다 더 안타까운 것이 그들 스스로 자기표현에 인색하다는 점이에요. 외부환경 때문에 계속 움츠러들다 보니 자존감이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자기표현에 인색해져버리는 것이죠.
그래서 앨리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미술교육을 통해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아이들 스스로가 자존감을 갖길 원해요. 그래야 그림을 통해 자신을 표출하고, 친구와 주변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사회와도 소통할 수 있게 되니까요.

요즘 일이 너무 많아 제대로 잠잘 시간도 없다는 정 변호사는 인터뷰 전날에도 고작 한 시간 눈을 붙였단다. 그런데도 앨리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에는 눈을 반짝이며 목소리 톤을 높였다.

그가 교육을 통해 열린 나눔과 사회적 소통을 실천하게 된 데에는 넉넉지 못했던 유년시절의 영향이 컸다. 기타나 피아노 같은 악기를 배우고 싶었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워 그러질 못했다고. 아쉬웠던 그 시절의 기억을 지금 자라나는 청소년이 갖진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앨리를 꿈꾸게 했다.

혼자라면 꽤 막막했을 법한 일이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을 만나면서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었다. 설립을 같이 한 7인뿐만 아니라 미대생, 현직 작가, 디자이너 등 이후 여러 곳에서 합류한 사람들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앨리를 보면 우리사회 오피니언 리더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변호사님은 사회적 지위로 보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오피니언 리더이신데요. 한 분야에서 사회를 주도해나가는 분이 소외된 계층을 대상으로 무언가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참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진 재능을 일정 부분 나누는 것뿐이에요. 미술에 대해 잘 알지도, 교육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지만 업의 특성상 기업 관련 법을 전문적으로 다루다 보니 단체를 조직하고 운영해 가는 데에는 일정 부분 재주(?)가 있다랄까요? 다행히 후원자들을 모으고 관리하는 일도 별 어려움 없이 수행하고 있습니다.(웃음) 이 외 나머지는 모두 미술로 재능을 기부해주시는 분들이 다 역할하세요.

사회적 소통을 위한 일종의 무브먼트가 앨리라는 점에서, 향후 기회가 된다면 공익활동에 앨리인들이 그림으로 참여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희 역시 그 부분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입시준비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미술적 재능을 공익에 기부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공익 추구는 앨리가 지속가능한 사업모델로 발전해나가는 데에도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종혁 교수는 “앨리가 사회적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하나의 베이스캠프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재능기부를 통한 나눔, 나눔을 통한 사회적 소통, 소통을 통한 사회적 변화의 선순환을 이뤄내는 작은 씨앗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뜻에서다.

정 변호사는 관계를 통한 앨리의 발전 가능성에 기대를 갖고 있다. “누가 옆에서 툭하고 건드려주면 즉시 움직일 준비가 돼 있어요.(웃음) 서로가 서로를 자극시킬 그런 네트워크를 만들어 앞으로 전라도, 강원도 등 여러 지역에서 제2, 제3의 앨리가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품은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하고픈 이들이 있다면, 페이지를 넘기는 지금 꿈꾸는 앨리(www.alley.or.kr)를 한번쯤 방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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