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홍보’의 한계
‘직업홍보’의 한계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3.12.0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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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一心] 은퇴 후 홍보인생 이모작은…

[더피알=김광태] 숨 가쁘게 달려온 11개월. 2013년도 어느새 한 달을 남겨두고 있다. 12월은 각 기업의 임원 인사가 있는 달이다. 승진하는 사람이 있으면 으레 나가는 사람이 있기 마련. 희비가 교차 된다.

임원으로서 퇴직은 대부분 은퇴로 받아들여진다. 올라갈 만큼 다 올라갔다는 뜻으로 실제 사회적 평가도 정점에 서있다.

하지만 막상 퇴직 통보를 받는 순간에는 “정말, 내가?!” 하는 일종의 패닉 상태가 된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퇴직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면 그때부터는 지난날 직장생활에 대한 회한과 함께 직업에 대한 회의마저 몰려온다.

그렇다면 홍보인으로서 ‘직업홍보’는 어떨까?

지난해 퇴직한 어느 홍보 임원의 자조 섞인 한마디. “홍보는 직업이 아니었나봐.” 30년 넘게 외곬홍보를 한 그의 입에서 설마 그런 말이 나오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 임원은 “다른 직종은 30년 이상 몸담으면 은퇴해도 전문가로서 인정받고, 여기저기 갈 곳도 많은데 홍보는 현업에 있을 때나 대우해 주지 나오고 나면 무용지물”이라고 했다.

실상 ‘홍보’는 다른 직종처럼 공인된 자격증 제도가 없다. 그러다 보니 은퇴 후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중견그룹에서 퇴직한 모 홍보임원은 “삼성 같은 큰 기업의 홍보임원 출신은 중견그룹에서라도 모셔가지만, 우리 같은 중견그룹 홍보임원 출신들이 은퇴하면 진짜 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모 서치펌 대표도 “중견그룹에서는 삼성 출신이나 기자 출신을 선호하지 다른 기업 출신들은 관심 밖”이란다.

여기에 홍보직은 기업에서 승진에도 한계가 있다. 삼성을 제외하곤 대부분 기업들이 기껏해야 부사장이다. 그것도 그룹을 총괄하는 홍보수장일 경우다. 잘돼야 전무지, 대부분 상무 정도에서 끝난다.

은퇴해서 홍보와 관련된 기관이나 단체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거의 없다. 전문 단체로는 한국PR협회가 유일한데 현직 홍보임원들이 비상근으로 겸직하고 있고, 퇴직 홍보임원이 상근하기에도 규모가 너무 영세하다.

유관 협회로 광고 관련 단체가 많이 있긴 하나, 홍보임원 출신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기는 언감생심이다. 한국광고주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광고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삼성그룹 출신 이순동 전 사장이 유일하다. 또 부회장급으로는 한국광고주협회 상근부회장을 지낸 아남그룹 홍보임원 출신 김이환 부회장과 현재 한국ABC협회 부회장인 LG그룹 홍보임원 출신 김영수 부회장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홍보라는 직업을 활용해 성공한 케이스라고 하면 일찌감치 간부 시절에 회사를 그만두고 PR회사(홍보대행사)를 차린 케이스다.

사실 홍보업무를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언론 홍보를 제외하곤 광고, 전시, 출판, 협찬, 이벤트 등 거의 모든 업무가 대행사나 외부 업체에 의존한다. 그러다 보니 기업(인하우스) 홍보인들은 홍보지식은 있어도 본인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홍보에서 20년 넘게 일하다 2년 전 퇴직한 모 부장은 “첨엔 홍보대행사를 창업해 보려고 했는데, 막상 시도해보니 경쟁PT에서 계속 떨어지더라”며 “보도자료 만들고 기사 키우고 들어내는 작업은 능하지만 정작 수주에 필요한 제안서 포장과 브리핑에는 취약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아예 포기하고 지금은 음식점 하나 내려고 요리학원을 열심히 다니고 있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인생 이모작을 홍보와 관련지어 생활해 나가는 선후배들이 거의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정말 홍보가 직업이 아니라는 말이 나올만하다.

그러나 요즘 젊은 홍보맨들 생각은 사뭇 다르다. 특히 SNS의 출현이 많은 젊은 홍보맨들에게 꿈과 기회를 안겨주고 있다. 언제든 아이디어만 있으면 소자본에 창업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느 젊은 홍보맨의 이야기. “홍보가 직업이 아니라니요? 천만에요. 홍보만큼 전도유망한 직업은 없는데요. 아마도 그 말은 그 옛날 아날로그 홍보시대 때 이야기 아닌가요?”

그렇다. 맞다. 시대가 바뀌었다. 비로소 ‘직업홍보’에 대한 희망이 보인다.



김광태

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서강대 언론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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