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과 ‘강론파문’
‘특검’과 ‘강론파문’
  • 명재곤 기자 (sunmoon@the-pr.co.kr)
  • 승인 2013.12.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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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곤 세상토크

박창신 신부(71). 신학대를 나와 군 제대 후 1973년 사제 서품을 받고 지난 40여년간 익산, 정읍, 전주 성당 등에서 사제로 부역하다 2012년 8월 은퇴했다.

진보성향의 한 원로신부가 2013년 세밑 정국을 바짝 얼어붙게 만들었다. 지난 11월22일 시국 미사에서 던진 강론이 뇌관으로 작동,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강론의 휘발성 때문에 야권은 초기에 다소 제한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정부와 여당, 보수성향 단체들은 반대진영을 거세게 몰아 붙였다. 정국 이니셔티브를 움켜 쥘 호재를 만난 듯 초 강경일변도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국미사 사흘뒤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강경대응 ‘가이드 라인’을 사실상 설정했다. 박 신부 강론을 겨냥한 원칙표명이다.

▲ 박창신 신부(71)가 지난 11월22일 시국 미사에서 던진 강론이 뇌관으로 작동,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사진은 관련 내용을 생중계한 <팩트tv> 영상 화면 캡처.

‘강론 파문’, ‘특검’요구와 맞물려 쉽게 가라앉지 않을듯

‘국민분열을 야기하는 일’로 해석되는, 정부 여당과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의 공분을 사는 문제의 강론은 무엇인가.

“여러분 예를 하나 듭니다. 독도는 어디 땅이에요. 우리 땅이죠. 일본이 자기 땅이라고 와가지고 독도에서 훈련하면 우리 어떻게 해요.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돼요. 왜 대답이 없어요. 엔엘엘, 문제 있는 땅에서 한미군사운동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하겠어요. 그것이 연평도 포격사건이에요. 그래놓고 북한을 적으로 만들어가지고 지금까지 이 난리를 치르고 선거에 이용하고 한 겁니다.”

강론 마무리께 박 신부의 이같은 발언이 여권 및 보수층을 크게 자극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박 신부의 발언은 사제이기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본을 망각한 언동으로 북한의 논리를 대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도발을 옹호하는 것으로 결코 좌시할 수 없으며 마땅히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강경대응에 나선 것은 연평도 포격 3주기를 맞아 국민의 생명과 재산, 영토를 지키는 책무에서 강한 소명의식을 드러낼 필요가 있었던 때문으로 풀이들 한다. 더불어 천주교 일부의 주장일지라도 그 같은 상황인식과 주장이 여타 종교 및 시민사회로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강력히 차단하는 게 정국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음직 하다.

새누리당은 민주당 등 야당측에 박 신부의 주장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며 야당 책임론을 제기했고 보수단체들은 성당앞 시위, 박 신부 검찰 고발등 ‘강론 파문’을 또 다른 호기로 인식하듯, 맹공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 새누리당은 민주당 등 야당측에 박 신부의 주장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며 야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사진은 지난 11월26일 오전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연평도 포격 옹호발언을 한 박 신부 규탄결의안 상정을 제안하는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을 국방장관이 바라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하지만 박 신부의 일부 발언을 빌미삼아 ‘종북’프레임으로 여권측이 특검국면전환에 나서고 있다는 정황론이 범 야권내 공감대를 확산시키면서 정국은 더욱 꽁꽁 얼어붙는 모습이다.

‘강론 파문’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진상규명을 위한 야당 ‘특검’요구와 맞물리면서 상당기간 정쟁 불쏘시개로 불완전 연소할 것 같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야당 및 진보세력들은 시국미사에서 나온 ‘일부 발언’에만 의도적으로 초점을 맞춰 여권 강경론자들이 특유의 ‘종북몰이’ ‘공포정치의 선언’에 나선 것으로 경계한다.

정치권, 특검정국 해법찾기에 나서고는 있지만…

박 신부는 “국정원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으로 대통령선거가 합법적으로 치러지지 않았다”며 박 대통령의 퇴진론을 강론에서 펼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수사도 강조했다.

시국미사후 국가기관 대선개입 진상규명을 위한 천주교 외의 타 종교계 목소리도 확산되는 중이다.

민주당과 진보세력은 “강론의 본질은 지난 대선에서 국가기관의 불법과 진실은폐을 밝히라는 것이다”며 “강론의 일부인 연평도 포격건 발언만을 문제삼는 것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견강부회식 덮어씌우기이며 야비한 정략이고 여론 공작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측은 “사제단 시국미사에 관해 국민은 차분한데 정권만 호들갑을 떨고 있다”면서 “특검을 회피하려는 물타기이자 보수세력을 결집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여권측 주장을 평가절하했다.

박 신부 강론후 10여일 동안 정치권은 정국경색 탈출구를 찾기위해 노력중이나 수월해 보이지는 않는다.

민주당과 정의당, 안철수 의원측은 이르면 금명간 공동 특검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2일 새누리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4자회담’을 열어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특검을 둘러싼 대치정국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4자회담이 특검 해빙 물꼬를 틀지, 아니면 각각의 입장만 확인하고서 대립구도가 더욱 날카로워질지 결과가 주목된다.

갈등과 대결, 분열과 혼란, 의혹과 진실의 중심에 누가 있는 가를 서로가 상대방에게 따져 묻는 오늘이 한편으로는 그지없이 씁쓸하다.




명재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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