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소통 첨병, ‘나는 페북지기다’
각양각색 소통 첨병, ‘나는 페북지기다’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3.12.11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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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자들의 토크

[더피알 = 이슬기 기자] 쏟아지는 기업계정 속에 SNS채널이 ‘사회관계망’이라는 본연의 가치를 제대로 살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터. 기업 SNS 소통의 최전선에서 ‘좋아요’와 댓글에 울고 웃는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자들의 어깨도 날로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름하여 ‘나는 페북지기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는 페북지기들과의 대화를 살짝 공개한다. 온-오프를 넘나들며 돈독하게 정을 쌓는 돌베개출판사의 조원형 마케터, 다양한 콘텐츠와 눈길끄는 디자인으로 무장한 윤디자인연구소의 구본욱 에디터, 표현은 거칠지만 마음은 따뜻한 옆집 형 콘셉트의 와이비엠시사(YBM Sisa)의 마스터리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 (왼쪽부터) 윤디자인연구소 구본욱 에디터, 와이비엠시사 마스터리, 돌베개출판사 조원형 마케터.

역시 콘텐츠가 주 제품인 회사들이 눈에 띄더군요. 운영하시는 페이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돌베개출판사 조원형(이하 돌베개)
저희 돌베개출판사는 1979년 창립 이후 인문사회과학서적을 만들어 왔어요. 주요 저자로는 신영복, 유시민 선생이나 프리모 레비 등이 있고, 연암 박지원 관련 책들 같은 고전을 비롯해 문화 예술분야에서도 꾸준히 출간하고 있습니다. 출판사다보니 저희는 주로 책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어요. ‘책 사세요’ ‘책 읽으세요’ ‘이 책 재밌어요’ 등등.(웃음) 사실 책이 나오면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좀 한정적인데요. 페이지를 통해서 저희의 정체성을 알리고 충성도 높은 독자분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자와의 만남, 강연회 등의 행사를 통해 온라인에서 인사한 독자들과 직접 만날 기회를 만들고 있고요. 책또, 책벗, 책씨, 책돌, 책벗 등 다양한 콘셉트의 이벤트를 통해 뵙기도 하죠.

윤디자인연구소 구본욱(이하 윤디자인) 저는 폰트를 만드는 윤디자인연구소의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윤고딕’ ‘윤명조’로 알려진 회사죠. 계열사로 2008년에 설립된 ‘엉뚱상상’이 있어요. ‘엉뚱상상’은 고객사의 뉴미디어 채널 관리, 콘텐츠 제작을 주 업무로 하는 전문가 집단입니다. 저희는 여러 가지 폰트상품이나 정보를 소개하기도 하고 디자이너들과 소통하고자 페이지를 마련하게 됐는데요. 디자이너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죠.

와이비엠시사 마스터리(이하 와이비엠) 저는 와이비엠마스터리/시사닷컴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마스터리입니다. 저는 저희 페이지를 캐릭터 중심으로 운영하다보니 가명과 함께 캐릭터 탈을 쓰게 됐는데요. 미리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보통 저희 회사는 많이들 아실 거예요. 학창시절부터 영어에 시달리시다보니 호감이 아닌 게 문제죠.(웃음) 그래서 저희는 교육회사의 딱딱한 이미지를 좀 완화하고자 젊은 감각의 소통을 지향하고 있어요. 페이지는 저희 회사 전체를 포괄하는 계정은 아니고 어학학습기 ‘마스터리’를 주요로 하고 있습니다. ‘마스터리’의 울퉁불퉁 일상이나 고군분투 직장생활에 영어 얘기를 접목해 꾸려가고 있죠.

▲ 소위 '떡볶이집 dj' 콘셉트로 페이지를 운영한다는 돌베개출판사 조원형 마케터.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독자들과 정을 쌓는 돌베개출판사는 페이지에서 최대한 자연스럽고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려고 노력한다.

각 페이지마다 성향이 많이 다른데요. 페이지를 운영하시는 방침이나 방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주로 어떤 콘텐츠로 꾸려가시나요?

돌베개
서점이나 언론에서는 주로 그날 나온 새 책을 얘기하지만 저희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400여종이거든요. 페이지에서는 그때그때 이슈가 있을 때마다 연관되는 책이야기를 꺼내죠. 날씨에 따라서 어울리는 노래를 링크하기도 하고, 종종 다른 출판사 책 얘기도 합니다. 어떤 분은 옛날 떡볶이집 DJ같다고 하시던데.(웃음)

마케팅을 위한 기업페이지지만 보실 때 재미도, 의미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책은 최대한 제가 직접 읽고 소개하려고 하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제 주관도 섞어서 구성하고 있고요. 직접 책이나 현장을 찍은 사진을 올리고, 뒷이야기를 전하는 등 생생한 이야기를 공유하려고 노력하죠.

특징이라면 다른 페이지들보다 좀 수다스럽다는 점인데요. 근무시간 사이에는 한 시간에 한 번씩은 말을 걸려고 하거든요. 아침인사를 했으면 저녁에 마무리 인사도 하는 편이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행사를 오전 오후로 소개하기도 하고, 출간이 임박한 책소식도 전하죠. 그러다보면 하루에 7~8건은 금방 넘어가요.

윤디자인 그러면 페이지 ‘좋아요’가 좀 줄어들지 않나요?(웃음)

돌베개 처음엔 좀 걱정했는데 독자분들이 착하신 분들이라 그렇진 않더라고요.(웃음) 저희 페이지 같은 경우에는 정치적으로 좀 과격한 얘기가 있을 때 ‘좋아요’가 줄어드는 현상이 간혹 있어요. 2010년 말 개설할 때부터 제가 관리해오고 있는데요. 꾸준히 하다보니까 ‘좋아요’에 조금 의연해질 수 있게 됐죠.(웃음)

윤디자인 저희 페이지는 하루에 2~3개 정도를 올리고 있어요. 일정을 미리 잡아서 콘텐츠 구성과 시점을 잡습니다. 블로그를 같이 운영하는데, 일주일에 4번 정도는 블로그 콘텐츠를 링크하죠. 블로그는 저희 회사 직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작성하는 방식이에요. 내용은 모두 각자 마음껏. 그래서 폰트, 디자인 관련 세미나 소식뿐만 아니라 회사가 위치한 홍대의 맛집이나 디자이너들이 공감할만한 일상이야기 등 콘텐츠가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죠.

또 저희 페이지는 비주얼 중심으로 운영해요. 포스팅마다 박스를 만들어 이미지로 전달하고 글은 최대한 줄여 3~4줄 안에 담죠. 글보다는 폰트가 눈에 들어와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웃음) 최대한 다양한 폰트를 접할 수 있게 유도하는 편이고요.

▲ 와이비엠시사 마스터리. 딱딱한 영어공부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거금들여' 정철연 작가에게 의뢰해 마스터리 캐릭터를 고안했다. b급이지만 마음만은 훈훈한 동네형이다.

와이비엠 저희는 영어학습의 부담스러운 이미지를 걷어내기 위해 친근한 캐릭터를 고안했습니다. 마스터리의 얼굴은 마조앤새디의 정철연 작가 손에서 탄생했고 어투는 예전에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었던 ‘싱하형’을 벤치마킹했죠. B급 캐릭터예요.

마스터리를 소개하자면 일단  LG를 열렬히 응원하는 야구팬이고요.(웃음) 영어를 얘기해야하지만 영어 얘기만 하면 싫어하니까 ‘영어를 공부하면 여러 가지 가능성이 생기고 기회가 열린다’는 메시지를 은근하게 전달하고 있어요. 일상사와 영어얘기를 비율로 치자면 7 대 3정도로 맞추고 있죠.

반응이 좋은 콘텐츠에 대한 페북지기의 촉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어떤 콘텐츠들이 반응이 좋나요?

와이비엠
일단 야구얘기는 호응이 좋고요.(웃음) 소위 ‘약 빨았다’고 표현하는 B급 개그를 자주 구사하는 편인데, 실제로 반응은 진정성 있는 콘텐츠가 더 좋아요. 얼마 전에 ‘우리가 영어를 못하는 건 영어공부를 너무 많이 하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의 콘텐츠를 공들여 준비했더니, 엄청난 호응을 받아서 기분 좋았습니다.(웃음)

돌베개 저희 페이지는 제 감성이나 사견을 녹여낸 책이야기에 반응이 좋은 편이에요. 예를 들어 퇴근길에 제 일과를 얘기하면 준비하고 있는 강연회나 책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거든요. 일종의 감성커뮤니케이션이죠. 대개 너무 완벽한 사람보다 좀 부족해도 진정성 있는 사람에게 정이 가게 마련이잖아요. 온라인상의 소통이라도 결국 관계라서 그런 부분이 있다는 걸 많이 느껴요. 또 우리 역사나 사회적 이슈 등에 대해서도 주류 담론에 휩쓸리지 말자, 기억하고 짚고 가자, 한 번 더 생각해보자는 얘기를 하는 편인데 돌베개의 정체성과 닿아있기도 해서 공감들을 많이 해주시죠.

윤디자인 저희는 찾으시는 분들이 디자이너가 많으시다보니 업계 세미나, 공모전 등의 소식에 관심이 많으세요. 신상폰트에 대한 관심은 거의 폭발적이죠. 사실 국내에 규모 있는 폰트회사가 많지 않은 편이라 업계의 매체로서의 성격도 지니고 있어요.

운영하시면서 딜레마를 느끼시거나 고민하는 지점이 있으신가요? 회사 내에서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느끼는 어려움이라던가.

돌베개
회사에서는 전적으로 제 재량에 맡기고 있는데요. 운영하면서 딜레마라면 제 캐릭터가 드러나는 부분이에요. 제 휴가 때 독자 분들이 근황을 물으시거나, 행사 때 담당자들 고생한다고 간식을 챙겨 주시는 등 관계가 돈독해져서 보람도 있고 감사한 순간도 너무 많은데요. 다만 저희 조직에 제 목소리만 있는 건 아니니까, 어떻게 좀 더 균형을 잡을 수 있을까하는 고민은 늘 하고 있습니다.

종종 업계에서 회사와 갈등을 겪는 관리자분들을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저는 SNS에 대한 허황된 기대도 문제고 소통 방식이 바뀌었는데 예전 잣대로 재단한 비약도 모두 문제라고 보거든요. 합리적인 중도의 태도를 가지려면 ‘관계망’이라는 점, 결국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는 걸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와이비엠 저희의 경우 올 초에 시작했는데, 일단 회사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는 것 자체를 고무적으로 보시는 편이고요. 아쉬운 점이라면 페이지의 성격이 시사닷컴, 그리고 어학학습기 마스터리에 한정되다보니 회사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콘텐츠를 다 활용하지 못한다는 거죠. 네, 저흰 아직 목마릅니다.(웃음) 더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외에도 오프라인에서 자주 얼굴을 보고 정을 쌓을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어요.

▲ 윤디자인연구소 구본욱 에디터. 디자인 회사답게 윤디자인연구소의 페이지는 이미지 중심으로 소통한다. 글도 3줄을 넘지 않게 신경쓴다. 대신 이미지와 폰트로 눈길을 사로잡고 임직원이 함께 포스팅하는 블로그에서 톡톡 튀는 콘텐츠를 자랑한다.

윤디자인 저희는 정기적인 보고체계가 있어서 회사와의 갈등은 없고요. 고민이라면 더 활발한 교류를 하는 방안이겠죠. 디자이너분들의 뇌를 열어보고 싶다는 욕구가…(웃음) 그리고 역시 직접 얼굴 보는 게 강력하다고 봐요. 오프라인에서 인사할 기회를 궁리하고 있어요.

페이지를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와이비엠
일단, ‘좋아요’와 댓글이 큰 힘이 됩니다. 그리고 (마스터리 톤으로) 영어 별거 아니다, 쫄지 마라. 형 믿어봐.(웃음)

윤디자인 담당자를 울다가도 웃게 만드는 댓글과 ‘좋아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폰트 안 사셔도 되니까(웃음) 둘러보시고 많은 댓글 부탁드려요.

돌베개 담당자들 마음은 다 같지 않을까요.(웃음) 저희는 페이스북 통해서 도서전이나 행사 오셔서 ‘페북 잘보고 있어요’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 많은데요. 책 안 사셔도 되니까 많이 나오셔서 인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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