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가 광고계에 던진 화두
‘꽃보다 할배’가 광고계에 던진 화두
  • 박재항 (admin@the-pr.co.kr)
  • 승인 2013.12.2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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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항의 C.F.

칼럼명인 C.F는  커머셜 필름(Commercial Film)과 기업 파일(Corporate File)의 중의적 표현입니다. 커뮤니케이션에서 기업의 ‘비밀파일’을 뽑아내며 브랜드 전략을 읽어가고 있습니다.

[더피알=박재항] 지난 11월8일 2013년 대한민국 광고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영화계의 대종상처럼 한국 광고계의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광고인들의 경합장이며 최고 잔치 무대이다.

경쟁부문이 갈수록 세분화 돼 작년부터는 7개 부문에서 각각 대상을 수여, 칸느광고제와 비슷한 형식을 띄게 됐다. 경쟁부문이 많아져서인지 본상보다는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번외 부문’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쏟아지는 느낌도 준다. ‘올해의 광고모델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 상은 2007년 KTF(현 KT) ‘쇼(SHOW)’ 브랜드의 막춤소녀로 혜성같이 등장했던 서단비씨가 수상하면서 시작됐다. 올해는 KT의 LTE 광고 등에서 주역모델로 활동한 악동뮤지션이 수상했다. 하지만 올 하반기 활약상으로만 본다면, 또는 단체 수상이 가능했더라면 악동뮤지션이 올해의 광고모델이 되긴 힘들지 않았을까? ‘꽃보다 할배’ 4인방의 폭풍을 악동뮤지션이 헤쳐 나갔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 lg유플러스는 tvn에서 지난 7월초부터 방영되기 시작해 곧바로 돌풍을 일으킨 ‘꽃보다 할배’의 네 주인공을 광고모델로 가장 먼저 기용해 주목을 끌었다.

과감한 모델기용 효과

tvN에서 7월초부터 방영되기 시작해 곧바로 돌풍을 일으킨 ‘꽃보다 할배’의 네 주인공을 광고모델로 가장 먼저 기용한 기업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꽃보다 할배’가 방영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과감히 그들을 캐스팅했고, 8월에 광고를 제작·집행하는 기염을 토했다.

광고계에서 갑작스레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인기를 끈 인물들을 광고모델로 전면에 내세우는 건 일종의 모험이다. 10여년 전 모 개그맨이 출연하던 개그프로그램에서 유행어 하나를 히트시켜 스타덤에 오른 적이 있다. 어느 클라이언트사의 대표이사가 무조건 그 친구를 광고모델로 제작하라고 했다. 소극적으로 반대하다가 결국 대표이사의 ‘하명’대로 해당 개그맨을 기용했으나, 불행하게도 광고 집행 시점에선 프로그램에서 그 친구가 맡은 코너는 이미 없어진 터였다. 결과적으로 사람들 볼 낯이 없어진 대표는 잠적(?)하다시피 했다.

그런데 올해 LG유플러스 광고는 모험이 갖는 리스크를 마다하지 않았다. 소위 대박을 치는 이들을 누구보다도 먼저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데 앞장서 온 것.

실제 싸이가 글로벌스타의 조짐을 보이던 무렵 가장 먼저 그를 모델로 기용한 곳도 바로 LG유플러스다. 이어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역시 LG유플러스 광고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화 광고 외 류현진이 모습을 나타낸 광고는 처음이었다. 역시 그의 미래가 그렇게 밝지는 않았던 시점이었다. SNL코리아의 최고 히로인으로 떠오르기 시작하던 김슬기를 몇몇이 눈치 보던 시점에서 확 채서 나갔던 기업도 바로 LG유플러스였다.

▲ lg유플러스는 소위 대박을 치는 이들을 누구보다도 먼저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데 앞장서 왔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lg유플러스가 선보인 싸이광고, 류현진광고, 추성훈-추사랑 부녀광고.
고정구도 파기의 선봉에 선 모델전략

2012년에 들어서면서 LG유플러스의 분기별 영업이익은 계속 감소했다. 2012년 1분기 665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그해 3분기에 103억 적자로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4분기가 되자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2012년 1분기 수준을 넘어 700억을 돌파했다. 이어 올해 3분기에는 1분기 두 배인 1400억을 훌쩍 넘겼다.

광고모델로 따지자면 바닥을 치던 시절에 싸이광고로 전환점을 만들고, 류현진·김슬기라는 새로운 광고모델계의 스타로 상승세를 공고히 했으며, 통신부문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네 분의 할배로 주마가편(走馬加鞭)의 형세를 이어갔다.

물론 광고모델 전략으로만 그런 성과를 이룬 것은 아니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KT에 눌려 50 대 30 대 20의 3자 구도상에서 20을 유지하는 데도 힘든 모습을 보였지만, 그 가운데에서 양대 통신사보다 먼저 LTE를 도입해 이를 변곡점으로 삼으려 했던 움직임을 보였다. LTE라는 신제품 하나를 경쟁업체보다 먼저 내놓는 것을 넘어 외부에서 비쳐지는 3등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했던 것 같다.

2007년 당시 KTF가 SK텔레콤 보다 먼저 3G시대의 문을 열면서 ‘쇼’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던 때가 연상됐다. 강남스타일 열풍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던 시점의 B급을 자칭하던 싸이는 그런 LG유플러스와 광고모델로는 최고의 궁합이었다.

그 뒤 이어진 광고모델 선정에서의 과감함이 한편으론 LG유플러스란 브랜드를 구성하는 핵심 조각이 됐다. 메이저리거 류현진은 ‘망내외 무제한요금제’를, 입담이 좋은 김슬기는 LTE의 여러 장점을 알리는 식으로 모델특성도 고려해 광고 메시지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광고전략에서도 틀 깨야

LG유플러스의 이번 ‘꽃보다 할배’ 팀의 품목은 IPTV이다. 마침 ‘꽃보다 할배’와 비슷한 포맷에 출연자만 여성으로 바꾼 KBS ‘마마도’에 나온 중견배우 김용림씨가 SK브로드밴드의 같은 서비스 광고에 얼굴을 비췄다. 비록 시리즈 광고캠페인의 한 편에 나온 것이지만, 아무래도 비교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꽃보다 할배’ 팀이나 이제는 원로배우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은 김용림씨의 통신사 광고를 보면 IPTV도 TV의 일종으로 보고, 일반 TV 시청비율이 높은 노년층을 기용한다는 전제가 깔린 듯하다. 전형적인 틀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LG유플러스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LG데이콤 시절 탤런트 전원주씨를 기용한 광고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품목은 국제전화였고, 유학생 부모들을 공략한다는 공식에서 나온 것이었다. 크리에이티브로서는 틀을 깼지만 전략적인 측면에서의 돌출은 없었던 셈이다.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2000년대 중반 KTF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란 기업광고 카피가 품목의 전형성을 넘어 발휘되길 기대해 본다.
 


박재항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미래연구실장
前 이노션 마케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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