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살려면 ‘위기감’ 공유하라
조직 살려면 ‘위기감’ 공유하라
  • 조성은 코콤포터노벨리 전략연구소 소장 (admin@the-pr.co.kr)
  • 승인 2013.12.30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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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의 사내컴 속으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관건

[더피알=조성은] 얼마 전 수십년 동안 생활소품을 수출하는 중견 중소기업을 방문한 적이 있다. 중국의 저가공세로 매출과 수익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불량률과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사장의 조직변화 요청 때문이었다.

사장과 직원들을 인터뷰하면서 발견한 흥미로운 점은 각자가 느끼는 위기감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었다. 사장은 엄청난 위기를 느끼고 있었지만, 직원들은 회사가 위기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직원들에게 회사가 위기라는 것을 말해주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사장은 직원들에게 중국의 추격으로 잠식당하고 있는 시장점유율, 수익률 등 회사가 얼마나 위기에 처해 있는지 수없이 말했는데, 어떻게 직원들이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직원들은 왜 사장이 느끼는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조직 내에서 위기를 공감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장점유율이 높고 수익률도 높고 봉급도 높은 회사, 즉 현재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회사에서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아무리 위기라고 외치며 조직변화를 촉구해봤자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더 힘들 것이다.

기업 위기는 사장만의 위기다?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자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는 직원들이 위기감(Sense of Urgency)을 갖게 만드는 것이 조직변화를 이끄는 첫 단계라고 했다. 실제 회사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할지라도 사장과 직원이 함께 위기감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어떤 직원도 회사가 변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따르지 않을 것이다. 그저 변화를 외치는 경영진의 말들이 강요와 피곤함으로만 느껴질 뿐이다.

위기감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변화를 원하도록 만드는 동기 요인이다. 그만큼 위기감을 전사적으로 공유하는 것은 성공적 조직변화를 이끄는 첫 단추를 끼는 것이다.

코틀러는 위기감은 직원들에게 회사의 현재 상황과 미래에 대해 걱정이나 근심,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위기감을 ‘허위적 위기감(False Urgency)’이라고 규정하고 조직변화에 성공하려면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허위적 위기감은 위로부터의 압력에 의해 직원들에게 회사가 처한 위기에 공감을 얻어 내지 못한 채 만들어진다. 이 역시 직원들에게 많은 일들을 하게 만들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의 근원적 원인이나 실제적인 해결에 목표를 두지 않기 때문에 생산적 결과를 내지 못한다. 주변에서 조직변화를 꾀하는 조직들이 직원들을 성과는 없이 바쁘게 하고 피로감만 느끼게 만드는 모습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진짜 위기감’은 직원들이 스스로 변화의 자발성을 갖게 만든다. 직원들이 회사의 안팎에서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직원들이 환경변화 속에서 회사에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분별하고 실제 문제가 되는 것들을 파악하고 해결해 나가게 만든다.

즉 위기감은 직원들이 경영진과 같이 세계화, 시장변화, 기술적 혁신, 소비자들의 변화, 새로운 정부규제 등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현실적 공감을 가지고 조직변화를 원하도록 만드는 동력이다. 그러므로 조직변화를 시작하려는 기업은 무엇보다 먼저 직원들과 위기감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몰두해야 한다.


직원들과 위기감을 공유할 수 있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경영진의 관점이 아니라, 직원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직원들의 눈높이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신경영 선언 이유

첫째, 직원들이 외부의 시선으로 회사를 볼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회사의 실체를 기회 및 위협과 연결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듯 수많은 수치들을 보여주며 주입시키기보다 실제 경험할 수 방법이 효과적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년 전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며 대대적인 조직변화를 시작한 신경영 선언의 힘은 전사적인 위기감 공유였고, 그 방법은 임직원들이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게 한 것이었다. 1993년 당시 선진 제품과 삼성 제품을 비교하는 전시회를 열어 직원들이 직접 일본 소니, 샤프, 도시바 제품과 삼성전자 제품을 모두 다 분해하고 서로 비교해 삼성제품의 실체를 직시하게 했다.

변화는 기존의 관행과 습성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반복되는 말과 교육만을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 직원들이 직접 느껴야 한다. 직원들은 과거 성공이 미래 성공을 전혀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금 조직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초래되는 비용과 결과들을 실감하게 될 때 비로소 변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둘째, 직원들이 위협과 동시에 기회를 함께 인식할 수 있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위기감의 목적은 변화를 촉발시키는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지 직원들을 걱정과 불안,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감과 희망의 감정을 일으키지 못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직원들의 사기저하와 저항만을 키우는 ‘허위 위기감’을 갖게 할 뿐이다.

그러므로 회사와 직원 개개인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디로 가야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결과로 어떤 기회와 혜택을 얻게 될지를 체감할 수 있도록 구체화시켜 보여줘야 한다.



조성은

코콤포터노벨리 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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