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전쟁…‘정당의 입’ 대변인
총성 없는 전쟁…‘정당의 입’ 대변인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3.12.3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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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여·야의 입’ 유일호·배재정·이정미 대변인 인터뷰(上)

[더피알=박형재 기자] 국회 대변인은 정당의 ‘입’으로 통한다. 각종 정책과 현안, 이슈에 대한 당의 공식 입장을 전달하고 정당의 여러 소식을 외부로 알리는 다리 역할을 한다.

여야 간 하루에도 몇 번씩 벌어지는 크고 작은 전투의 최전선에 서는 사람도 대변인이다. ‘총성 없는 전쟁’의 최전방 공격수부터 사고가 터지면 불 끄는 소방수 역할까지 쉴 새 없이 전장을 누빈다.

<더피알>은 새누리당과 민주당, 정의당 대변인들과 서면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꿈꾸는 정치와 ‘촌철살인’ 대변인의 세계를 조명했다. 답변 순서는 의석수 기준이다.

▲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왼쪽부터)

대변인, 치명적이지만 매력있는

“치명적이지만 매력있는”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은 자신의 직업을 이렇게 평가했다.

대변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상대 정당과 ‘말펀치’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어려움, 브리핑을 하며 말 한마디·단어 하나에 고민하는 압박감 등 고충이 많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직업이란 평가다. 정당의 소통 창구라는 자부심과 긍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적인 보상이다.

대변인이 갖춰야 할 재능으로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당의 입장을 설명하는 소통의 다리가 돼야 한다고 여야 대변인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

정치 특성상 의견이 다른 상대를 이해, 설득, 포용하는 능력은 기본이며 시시각각 바뀌는 정국 상황에서 신속, 정확하게 당의 입장을 전달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현상의 본질을 꿰뚫고 당의 입장을 쉽게 전달하는 기본기가 선결돼야 한다. 말재주로 상대를 현혹하려 말고 진실과 진심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야 대변인이 본 정치PR과 기업PR의 유사점과 차이점에 대한 질문에는 ‘소통’이 바탕에 놓여 있다.

대중과 소통한다는 점, 필요한 것을 먼저 찾아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나 상품을 만든다는 점에서는 서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상품은 구매 소비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반면 정치와 정책의 경우 모든 국민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상품으로 치자면 모든 사람들이 만족하고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여야 대변인들은 새해 덕담으로 내년에는 좀 덜 싸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2013년 여야의 대치상황이 길어지면서 대변인들끼리 서로 맞부딪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아쉬움과 함께 2014년은 대변인끼리 상호 존중과 예의를 지키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는 바람이다.

새해에는 각 당 모두 국민들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정치, 따뜻한 말만 많이 하는 대변인들이 되길 바란다는 속내도 내비쳤다.


먼저 새해 덕담과 함께 상대 정당 대변인의 장점에 대해 말해달라.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이하 유일호)모든 분들이 나름대로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강직하고 곧은 성품이 돋보이는 분이다. 대변인활동으로 바쁜 상황에도 의정활동에 열심이며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한결같은 성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2013년은 여야의 대치상황이 길어지면서 대변인들끼리 서로 맞부딪치는 경우가 많았다. 2014년은 상호간의 존중과 예의를 지켜가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시길 기원한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이하 배재정)기자들에게서 ‘새누리당이 마치 야당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최전방 공격수인 원내 대변인들의 논평도 거칠다. 그에 반해 유일호, 민현주 두 분의 새누리당 대변인은 당 안팎에서 많은 압력이 있음에도 가급적 정쟁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진중한 논평을 하는 편이다. 소신 있는 행동이 두 분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국민 여러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말이 생각나는 한 해였다. 2014년에는 민생도, 민주도 모두 국민 손에 쥐어지는 해였으면 좋겠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이하 이정미)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은 언론 주목도가 높은 정당이라는 것이 상대 정당 대변인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새누리당과는 워낙 정국에 대한 의견차이가 커서 뭐라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어떨 때는 너무 거침없이 발언하는 용기에 놀랄 때가 많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항상 차분한 브리핑이 인상적이고 박용진 대변인은 재치만점이다.

새해에는 각 당 모두 국민들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정치, 따뜻한 말만 많이 하는 대변인들이 되길 바란다.

대변인은 정국 흐름을 읽고 당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드러내는 자리인 만큼 어려움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대변인이 갖춰야할 재능과 덕목은 무엇이라 보는가?

유일호 대변인이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당의 입장을 국민께 설명하는 소통의 창구다. 정치의 본래 목적대로 국민에게 제대로 봉사하기 위해서는 의견이 다른 상대를 이해, 설득, 포용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를 위해 열린 마음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며 진솔한 대화를 나눌 줄 아는 것이 대변인이 갖춰야할 덕목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배재정 정당의 대변인이 가장 많이 응대하는 이들은 언론사 기자다. 수시로 걸려오는 기자들의 다양한 문의 전화에 당의 입장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역할이다. 때문에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늘 신중해야 한다. 긴장의 연속, 이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다.

대변인은 ‘빠른 판단력’과 ‘호소력’을 갖춰야 한다. 수시로 변하는 정국을 빠르게 읽어낸 뒤 소속 정당이 국민들과 함께 하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 논평을 낼 때 이 점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

이정미 보통 대변인들에게 촌철살인과 같이 말을 요리하는 능력을 기대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현상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그것을 국민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당의 입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기본기다.

자칫 진실과 진심을 말하기 보다는 말재주에 빠질 우려가 큰 자리임으로 항상 국민들이 내 말을 어떻게 들을 것인가를 가장 우선해야 한다.

특히 정당의 대변인은 당의 정치적 입장에 대해 누구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당론에 입각해서 말해야하며 빠르지만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대변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애로사항을 느낄 때는 언제입니까.

유일호 대변인의 역할은 당과 국민의 소통 창구로서 최일선에서 제기되는 모든 정치, 정책이슈에 대해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당의 입장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지금처럼 여야가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대변인으로써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에서 당 대변인은 큰 책임감과 부담감을 갖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올해처럼 정치이슈가 많이 제기되고 각각의 현안들에 대해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따가운 비판이 제기될 때가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럴수록 보다 명확한 당의 입장을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도록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당직을 맡아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역민들과 만나고 대화 나눌 기회가 다소 줄어든 점에 대해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

배재정 대변인 브리핑을 끝내고 나면 가끔 의원실로 격려 전화가 걸려올 때가 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논평을 했을 때 그런 경우가 많은데 ‘아무도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는데, 대변인이 논평을 해주어 큰 힘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힘이 난다.

대변인에 임명되고 처음으로 마이크 앞에 섰을 때 ‘국민과 민주당 사이의 가교가 언론이라면, 민주당과 언론의 가교가 대변인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언론에 민주당의 입장이 제대로 보도가 되지 않을 때 늘 마음이 무겁다. 그럴 때마다 각오를 다지며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정미 진보정당의 대변인이기 때문에 타 정당에서 다루지 않는 우리 사회 소외된 이웃에 대한 이야기를 꼼꼼히 신경 써서 다룬다. 얼마 전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이 국회 청소노동자들의 인격을 모독하는 발언을 했는데 그것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했다. 이것은 우리 정의당, 그리고 정의당의 대변인만이 할 수 있는 논평이었고, 그 후 국회 안에서 몇분의 청소노동자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받았을 때 정말 코끝이 찡했다.

애로사항은 너무 많다. 당 대변인이 다른 당처럼 여러명이 아니라 나 혼자기 때문에 어떤 때는 공항에 비행기타기 직전 현안이 터져서 길바닥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논평을 처리할 때도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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