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날씨, 그리고 PR
스포츠와 날씨, 그리고 PR
  • 김주호 (admin@the-pr.co.kr)
  • 승인 2010.09.1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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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호의 스포츠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조직위원회는 날씨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했다. 날씨가 따뜻해져 슬로프에 쌓였던 눈조차 녹아 올림픽을 제대로 치를지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조직위는 인공 눈을 뿌리고, 트럭으로 눈을 실어 슬로프에 붓기도 했다. 경기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맨땅이 드러난 슬로프나 트럭과 헬기로 눈을 나르는 모습은 동계올림픽 소식을 전하는 단골 뉴스가 되었다. 눈이 내리지 않는 것은 조직위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올림픽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조성되지 않을까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대회가 임박하면서 눈이 내려 대회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개막전 날씨 따라 행사 취소도
1996년 서울 아시안게임 당시 개막식 당일에도 폭우가 내렸다. 각종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은 공연이 제대로 효과가 표출되질 못한 것은 당연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개막식도 중동의 날씨와는 걸맞지 않게 폭우가 내려 개막식 일부 프로그램이 취소되는 해프닝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승마경기중 물웅덩이에 말이 넘어져 선수가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렇듯 얄궂은 날씨 때문에 주최 측은 스케줄 차질로 아쉬울 수밖에 없고, 모처럼 경기장을 찾아 화려한 쇼를 기대했던 관중에게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다른 시도가 있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강우에 대비해 중국은 인공강우 계획을 통해 미리 비가 내리게 하고 개막식에 비가 내리지 않도록 조치했다. 과학의 힘을 빌어 비로 인한 혼란을 사전에 차단해 버린 셈이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같은 경우는 특별한 예외에 속한다고 봐야할 것 같다. 날씨 자체를 통제할 수 없는 게 보편적 현상이니까.
스포츠 행사를 앞두고 항상 날씨를 알아보는 것은 중요한 점검 요소다. 날씨는 실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스포츠 대회의 야외경기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여름에는 비, 겨울에는 눈이 오면 많은 것들이 불편해진다. 여름의 폭염이나 겨울의 한파도 관중 동원 등 여러 가지 변수로 작용한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의 경우 개막식을 추운 밤 야외 경기장에서 진행하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에 오전 11시에 진행하는 과감한 결정을 하기도 했다. 반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은 개막식을 통해 아예 더운 여름에 경기장 한복판에 호수를 만드는 깜짝쇼를 보여줬고, 2006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은 경기장에 얼음판을 만드는 적극적인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통제할 순 없지만 대비는 해야
이렇듯 야외스포츠 행사를 진행할 때에는 비나 눈이 올 경우를 대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만 하는데, 고려해야 할 상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스케줄의 변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특히 야구경기는 비에 많은 영향을 받으므로 고객을 초청해 놓고 경기가 취소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우천 시 손님들을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대안을 세워 놓는 게 좋다.
둘째, 언론에 대한 고지다. 비가 와서 경기가 지연된다든지 변경될 경우 언론에 미리 고지를 해야 한다. 보도뿐만 아니라 중계방송 등이 준비되고 있다면 특히 많은 중계진들이 우천시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경기 속개나 취소 여부는 많은 준비를 필요로 한다.
지난 8월 12일부터 미국에서 열린 PGA선수권대회는 세계 최고의 메이저 골프대회다. 작년에 양용은 선수가 우승했던 대회로, 올해는 미국 미시간호수 주변의 위스콘신주 콜러의 휘슬링스트레이츠 골프장에서 열렸다. 이 대회는 처음 이틀간 짙은 안개가 껴 대회가 중지, 순연되는 사태를 맞았다. 그렇게 되면 중계를 하는 중계팀이나 방송 편성담당자 입장에서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갤러리들이나 선수들도 마냥 기다려야 하니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8월 13일부터 개최된 국내 최고 상금의 ‘하이원 리조트컵 SBS채러티’ 여자오픈 골프대회도 비 때문에 1라운드가 연기된 끝에 샷건 방식으로 치러졌고, 잔여경기를 이틀째 마쳤지만 다시 비로 인해 경기가 중단되었다. 결국 대회조직위는 한 라운드 전체를 취소하고 2라운드 경기로 승부를 가리기로 하고 15일 속개해 경기를 끝냈다. 이렇게 경기가 하루 취소되면 중계방송도 취소될 수밖에 없고, 관련 기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경기장 갤러리도 대회를 제대로 즐길 수가 없다. 따라서 보안 대책이 필요하다. 골프의 경우 예비 일을 활용해 경기를 순연해 진행한다든지, 방송사측과 협의해 녹화 방송 등이 나갈 수 있게 해야만 스폰서 기업 입장에서 노출기회가 줄어들지 않는다.

날씨 피해 최소화 위한 노력 필요
셋째, 관중이나 참석자들에 대한 배려다. 천재지변이지만 고객들의 마음이 상하면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피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우천취소나 연기, 행사변경 등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신속히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안내문, 안내방송, 홈페이지, 언론 보도자료 등 다양한 형태로 스포츠 이벤트 참여자들이 이해를 하고 앞으로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롯데가 우천으로 야구경기가 취소되자 경기장을 찾은 소수의 관중을 위해 야구장 내야에 비닐을 깔고 슬라이딩 퍼포먼스를 한 것은 관중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된다. 물론 이런 재미있는 이벤트는 다시 방송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넷째, 이상기후에 대비한 시설이나 준비물이 필요하다. 우천을 대비해 텐트를 친다든지 우비를 준비하고, 겨울에는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소형난로나 방한모, 담요 등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스쇼의 경우 추운 실내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여름일지라도 담요 등이 필요한데 VIP들을 위해 담요를 준비하거나 일반인들에게도 미리 안내를 해 긴 옷을 입고 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결론적으로 비, 눈, 안개 등 날씨는 전략적 PR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위협요인이다. 심해지면 시위 등을 유발하거나 환불소동이 일어날 수 있고, 기업 이미지에 먹칠을 할 수도 있다. 날씨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위에서 언급된 요인들을 사전에 잘 파악해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천재지변에 관한 것들은 소비자나 관람객들도 기본적으로 이해를 하고 넘어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잘 대비하고 신속히 커뮤니케이션하면 당초 목표로 했던 성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다. 따라서 스포츠 대회의 성격, 장소 조건, 참여자 구성 등에 대한 사전 분석을 통해 충분한 이상 기후에 대한 대비책을 고려해야 한다.

김주호

제일기획 마스터

(BTL캠패인팀장 ·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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