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연상, 흔들고 쪼개어 기억에 남겨라
브랜드 연상, 흔들고 쪼개어 기억에 남겨라
  • 김지헌 세종대 교수 (admin@the-pr.co.kr)
  • 승인 2014.01.02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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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헌의 브랜딩 인사이트

[더피알=김지헌] 브랜드 전략의 핵심은 소비자의 기억 속에 경쟁브랜드와 차별화된 고정관념(stereotypic image)을 선점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우리는 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들이 제품범주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연상을 선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령 코웨이 정수기는 ‘깐깐한 물(또는 깨끗한 물)’을, 풀무원은 ‘바른 먹거리’를 핵심연상으로 가지고 있다.


얼마 전 금융회사의 한 직원이 필자의 강연을 들은 후 금융 브랜드들이 가질 수 있는 핵심연상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경쟁브랜드가 이를 선점한 경우 차별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생각해보면 은행, 보험, 증권사 등의 금융 브랜드들이 소구할 수 있는 핵심연상(예, 신뢰)은 다른 산업에 비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후발 브랜드의 마케터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제품범주의 핵심연상을 선점할 기회를 놓친 브랜드들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경쟁브랜드가 선점한 연상을 흔들고, 쪼개어, (소비자의 기억에) 남기는 전략이다. 아마 국내 소주 브랜드가 한 때 광고에 활용한 “흔들고 쪼개고 넘겨라”라는 메시지를 연상한다면 쉽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경쟁 브랜드 핵심가치 희석 전략

먼저 경쟁브랜드가 선점한 핵심연상을 흔드는 전략은 그 연상의 의미를 다른 의미로 재해석해 소구함으로써 핵심연상의 가치를 희석시키는 전략을 말한다. 이는 브랜드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1차 핵심연상(primary association) 이후에 파생되는 2차 연상(secondary association)을 바꾸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대한항공의 1차 핵심연상은 국내 최초의 항공사로 ‘오랜 전통’이 될 수 있다. 이는 ‘신뢰감’, ‘안전함’ 등의 긍정적인 2차 연상을 유발시킴으로써 경쟁브랜드와 차별화된 독보적인 시장지위를 누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때 아시아나 항공과 같은 후발 브랜드가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은 ‘오랜 전통’이라는 1차 핵심연상의 의미를 재해석해 부정적인 2차 연상과의 고리를 연결시키는 방법이다.

실제로 아시아나 항공은 ‘오랜 전통’에 ‘구형 비행기 운영’이라는 부정적인 2차 연상을 결합시키기 위해 “비행기의 나이를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십니까?”라는 광고메시지를 활용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즉, 소비자가 가지고 있던 ‘오랜 전통’이라는 핵심연상이 제공하는 긍정적 가치를 흔들어, 신형 비행기를 운영하는 아시아나 항공이 오히려 더욱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유사한 예로 펩시의 경우에도 펩시챌린지(Pepsi Challenge)라는 캠페인을 통해 코크의 ‘정통성’이라는 1차 핵심연상에 ‘나이든 사람들이 마시는 콜라.라는 부정적 2차 연상을 결합시키고, 펩시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콜라로 포지셔닝함으로써 코크의 시장지위를 크게 위협할 수 있었다.

다음은 경쟁브랜드가 선점한 핵심연상을 쪼개는 전략이다. 이는 브랜드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1차 연상의 의미를 세분화한 후 그 중 더 긍정적인 연상을 선점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1984년 애플의 매킨토시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IBM은 이미 ‘성능이 좋은 PC’라는 핵심연상을 선점하고 있었다. 당시 소비자들은 성능이 좋은 PC를 기능이 많은 PC로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애플은 성능이 좋은 PC의 의미를 ‘기능이 많은 PC’와 ‘소비자의 능력을 극대화 해주는 PC’로 세분한 후 매킨토시의 사용편의성(user-friendly)의 장점을 부각시켜 후자의 연상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켰다. 즉, 애플은 IBM과 동일하게 ‘성능이 좋은 PC’라는 핵심연상을 가지지만 더 의미 있는 세분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BMW 자동차도 벤츠(Benz)의 ‘믿을만한 최고급 승용차’라는 1차 핵심연상을 ‘선대의 부를 물려받은 부자가 타는 최고급 승용차’와 ‘자수성가한 부자가 타는 최고급 승용차’로 구분한 후, 벤츠를 전자로 자신을 후자로 소구함으로써 브랜드 포지셔닝을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다. 즉, BMW와 벤츠는 ‘믿을만한 고급승용차’라는 핵심연상을 공유하고 있지만 BMW가 더 긍정적 이미지를 가지는 의미 있는 세분시장을 선점했다고 할 수 있다.

의미있는 세분시장 잡기

마지막으로 국내에서는 LG 유플러스가 핵심연상을 쪼개는 전략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LG 유플러스는 가장 빠른 LTE라는 핵심연상을 선점한 경쟁브랜드인 SKT(또는 KT)와 경쟁하기 위해서 ‘전화가 오면 데이터망이 3G로 바뀌는 LTE가 있다’는 광고메시지를 통해 LTE라는 연상의 의미를 세분화했다. 즉, LG 유플러스는 LTE를 3G와 병행되는 LTE와 100% LTE로 구분해 후자와 관련된 브랜드 연상을 선점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소구할 수 있었다.

이처럼 비록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들이 핵심연상을 선점하고 있더라도 흔들고 쪼개어 소비자의 기억에 남기는 전략을 활용한다면 후발 브랜드가 반격할 기회는 존재한다. 심지어 소구할 수 있는 핵심연상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금융산업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예를 들어, 금융 브랜드가 ‘신뢰’라는 핵심연상을 선점했다면 신뢰의 두 가지 사전적 의미인 믿음과 의지를 이용하여 경쟁기업을 ‘믿을 수 있는 브랜드’로 자사를 ‘의지할 수 있는 브랜드’로 포지셔닝해 더 긍정적인 세분화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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