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홍보의 가치
언론홍보의 가치
  • 문기환 (admin@the-pr.co.kr)
  • 승인 2010.09.13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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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환의 홍보 한마디

가끔 기업체나 관공서의 홍보 신입 직원들에게 홍보실무 강의를 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필자는 강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런 질문을 한다. “언론 홍보와 광고의 차이점을 아십니까?” 너무 쉬운 질문인지, 아니면 틀릴까봐 겁나는지 선뜻 손 드는 사람이 없다. 필자는 미리 준비한 신문지 한 장을 펼쳐 보이며 정답을 알려준다. “여기에 보이는 이 기사 부분이 홍보이고 나머지는 광고입니다. 광고는 돈만 있으면 언제든 광고주가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형태로 게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사는 여러분의 노력 여하에 따라 보도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즉, 언론 홍보는 결코 돈으로 하는 일이 아닙니다.”
필자가 20년 남짓 되는 대기업 홍보실 생활을 마치고 모 중견기업 홍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의 일이다. 그 기업은 별도의 홍보조직이 없었기에 언론을 상대로 한 홍보 관련 활동이 거의 전무했다. 배정 받은 직원 몇 명과 함께 열심히 홍보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재무팀의 한 임원이 출근 하자마자 홍보실로 오더니 조심스러우면서도 못내 불만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필자에게 말을 건넨다. 한 손엔 아침에 배달된 모 경제신문을 들고서.

홍보와 광고의 차이점
“실장님, 우리 회사도 이렇게 홍보할 순 없나요?” 순간 필자는 거의 한 면 전체를 차지한 어느 기업의 기사를 보고 매우 당황했다. ‘아니 회사에 대한 전반적인 세부활동 상황도 아직 파악하지 못했고 더군다나 언론사 기자를 만날 때 반드시 필요한 기본적인 홍보자료 조차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런 대문짝 만한 기사를 내게 요구하다니, 해도 너무 한다’고 내심 섭섭하게 생각하며 다시 그 신문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어느 벤처 중소기업의 회사 소개 기사가 사진과 그래프, 대표 인터뷰까지 실려 있었다. 하단에는 같은 회사의 광고까지 곁들여서 말이다. 그리고 신문 맨 윗부분에는 작지만 분명한 활자로 ‘코스닥 상장 유망기업 기획 특집기사’라고 씌어 있었다. 다름 아닌 기사식 광고(Advertorial)인 것이다.
그 즉시 필자는 그 임원에게 외치듯 말했다. “아니, 이런 기사라면 언제든지 돈만 있으면 더 멋있게 아예 밑 부분에 광고도 빼고 한 면 전체를 우리 회사 기사로 채울 수 있습니다. 이건 홍보가 아니고 광고란 말입니다!” 그리고 나서 1주일 후, 그 벤처기업 보다 더욱 알차게 신문 한 면을 기사로 만 채운 회사의 기업PR이 같은 신문에 게재되었다. 재무부서로 발송된 상당액수의 광고비 청구서와 함께.
그로부터 어느 정도 세월이 흘렀다. 이제 홍보실은 완벽하지는 않아도 시스템과 자료 등을 웬만큼 갖추고 있을 때였다. 어느 늦은 봄 날 오전으로 기억된다. 직원으로부터 모 경제주간지의 고참기자가 회사를 방문했다는 연락을 받고 인사를 나누기 위해 곧바로 기자실로 향했다. 그는 거리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우리 회사 브랜드의 가게 윈도우에 여름 상품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아니 벌써, 여름상품’이라는 트렌드 기사를 취재하러 들렀다고 한다.

“그 기사는 얼마짜린가요?”
이어서 처음 방문한 김에 회사에 대한 여러 질문을 했고, 필자는 평소 준비한 각종 홍보자료를 제시하며 회사홍보에 한 2~3시간 동안 열변을 토했다. 점심 식사 이후에도 계속 얘기를 이어갔으니 한 4~5시간 집중적으로 회사홍보를 한 셈이다. 드디어 미팅이 마무리되자 그 기자는 오늘 들은 얘기가 매우 흥미로웠다며 여름상품기사는 다른 기업의 상품과 묶어서 종합기사 형식으로 별도로 취재하기로 하고, 대신 3~4페이지 분량의 회사소개로 취재방향을 바꿔야겠다고 했다.
퇴근 무렵 전화가 왔다. “방금 전 다음 호 편집회의를 마쳤는데 당신 회사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다루기로 결정했다. 시일이 촉박해 내일부터 3명의 기자를 집중 투입하여 취재하려 하니 협조 바란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그리하여 진행된 취재는 5일간 계속되었고 각종 인터뷰 주선, 사진 촬영협조, 자료 보완 등 우리 홍보실도 정신없는 한 주를 보냈다.
이윽고, 기대에 부푼 월요일 아침이 되었다. 예상대로 회사 이름이 큼직하게 표기된 커버스토리의 주간지가 나왔다. 회사에 대해 긍정적인 기사가 무려 12쪽이나 보도된 것이다. 이 커버스토리 기사는 즉각 리프린트(재인쇄) 되어 홍보실의 홍보자료로 활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을 상대하는 재무부서, 우수한 인재를 선발해야 하는 인사부서, 대리점 모집을 해야 하는 영업부서 등 회사 내 거의 모든 부서에서 훌륭한 회사소개 자료로 활용되었다.
필자를 포함한 홍보실 직원 모두도 ‘모처럼 한 건 했다’는 기분으로 으쓱하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한 임원이 지난 번 커버스토리 기사 잘 읽었다며 덕담을 건넨다. 필자도 ‘이제야 회사 내부에서 홍보실의 노력을 인정해주는 구나!’ 내심 흐뭇해 하며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돌아서는 순간, 그 임원이 툭 던지는 질문 한마디에 그냥 넘어가고 말았다. “그런데 그 기사는 얼마짜린가요?”

문 기 환

khmoon@saturnpr.co.kr

새턴PR컨설팅 대표

(주)대우 홍보팀장(1990~1999)

이랜드그룹 홍보총괄 상무(2000~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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