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소풍
날마다 소풍
  • 지영만 (admin@the-pr.co.kr)
  • 승인 2010.09.13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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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만의 삶

‘날마다 소풍’, 8월에 방영됐던 KBS 인간극장의 제목이다. 30대 초반 신혼부부가 서울에서의 현실에 휩쓸려 사는 인생을 정리하고 제주도로 내려가 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는 얘기다. 주인공은 인터넷으로 책 표지를 디자인하는 일로 호구지책을 마련하고 적게 벌어 행복하게 사는 법을 완성하고 있었다. 그 집엔 여느 가정처럼 정해진 식사시간이 없다. 배꼽시계로 밥을 먹는다. 그리곤 음악을 들으며 바다로 스노클링을 간다. 사람은 세상에서 3가지를 먹으며 살아간다고 한다. 눈으로 먹는 인상, 코로 먹는 공기, 입으로 먹는 음식이 그것인데 그 중 하늘, 숲, 바다를 보며 눈망울 가득히 아름다운 인상을 머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일인지….
그래서 그는 마음 설레며 날마다 소풍을 간다. 프랑수와 를로르가 지은 ‘꾸뻬씨의 행복여행’이란 책에서 꾸뻬씨는 정신과 의사인데 그를 찾는 대부분의 환자는 사회적으로 성공했거나 많은 것을 갖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더 높은 위치에 오를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어 하면서, 동시에 자유롭게 살고 싶어 했다. 그들은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어떤 것을 잃어 버렸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시간이 모두 흘러가 결국 자신이 원하는 삶에 다가서지 못했다는 생각에 상실감으로 괴로워한다.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라는 의문에 빠진 꾸뻬씨는 병원 문을 닫고 행복 찾기 여행을 나선다. 그가 찾아 낸 해답 중 가장 단순한 행복의 비결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오랜 시간 사회적 속박에 길들여진 우리도 과연 좋아하는 일을 찾아 가슴 저리도록 짜릿한 행복을 느껴 볼 수 있을까ㆍ

행복은 ‘바로 지금, 이곳에서’
나는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없어 마음에 떠오르는 대로 하나씩 시도해 보기로 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멋진 쉐프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요리학원을 6개월쯤 다니기도 하고 목공방에서 1년여, 전문 목수 못지않게 가구들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요즘엔 음악에 마음이 솔깃하다. 이왕이면 피아노를 폼나게 연주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노력만으로 될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클래식 음악 듣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잘 알고 즐기면 좋을 것 같아 한 교수님의 소개로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클래식 동호회에 나가고 있다. 그 곳에서 클래식을 강의하시는 분은 예전에 음악동아 편집장이었던 이순열 선생님이다. 음악 평론가로 무척 유명하신 분인데 이 모임을 벌써 17년이나 끌어 오셨다고 한다. 일흔 다섯이 넘은 연세에 그 열정이 존경스럽고 동호회의 많은 분들이 머리가 희끗희끗한 로맨스 그레이로 음악을 즐기는 모습들이 너무나 멋져 보인다.
누구도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부터라도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면 어떨까? 그것은 분명 값 비싼 호화 가구들, 금테 두른 요리… 어떤 비용을 들여도 결코 충족될 수 없는 그런 욕구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얽매임 없는 자유이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도 추운 겨울날 담벼락에 비추는 따뜻한 햇살처럼, 피톤치드 가득한 숲길을 거닐 때 바스락 거리는 낙엽소리처럼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그런 소박한 모습일 것이라 생각된다. 사람들이 불행을 느끼는 것은 행복을 목표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은 행복을 찾아 늘 과거나 미래로 달려간다. 그러나 행복은 미래에 이루어야 할 목표가 아니라 현재의 선택이다. 너무 많이 소비해 더 많이 벌어야 하는 압박감보다 적게 벌어도 사소한 것에서 기쁨을 느낄 줄 알고 바쁜 마음에 쉼표하나 찍으려는 의지만 있다면 날마다 소풍 같은 행복한 삶이 되지 않을는지….

지영만

한국항공대 전자공학과 졸업/서울대 행정대학원 정보통신방송 정책과정 수료/

순천향대 산학연 정책과정 수료/NYU(NewYork University) 마케팅과정 수료/

1979년 삼성전자 입사/1998년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전략마케팅 팀장(이사)/

2001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상무)/2005년 제일모직 마케팅 및 홍보담당 상무/

2007년 제일모직 남성복 컴퍼니장(전무)/2009년 제일모직 경영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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