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테인먼트’에 주목하라
‘헬스테인먼트’에 주목하라
  • 김민정·조민희·박수민 (admin@the-pr.co.kr)
  • 승인 2014.01.2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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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커뮤니케이션닥터] 건강 캠페인, 즐거워야 마케팅 효과↑

[더피알=김민정·조민희·박수민] 건강(Health)은 과학(Science)의 영역이다. 그 만큼 어렵고 지루할 수 있다. 문제는 어렵고 지루해서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점이다. 시장에 진입도 해보기 전에 외면당하기 쉽다. 더 재미있고 매력적인 다른 서비스와 제품에 소비자를 빼앗긴다. 건강 마케팅도 바뀌어야 한다. 헬스테인먼트(healthtainment)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집회와 시위조차도 즐거움을 찾는 시대다.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만 있다면 불법 폭력 집회보다 원하는 재미있고 유쾌한 시위가 참여자를 더 늘릴 수 있다. 피켓과 구호대신 농사짓기, 뜨개질, 화단 꾸미기, 소규모 문화공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주장하는 유쾌한 시위가 확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건강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즐거움이 있어야 마케팅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그래서 주목받는 것이 헬스테인먼트(healthtainment. health+entertainment)다. 헬스테인먼트는 헬스(건강)와 엔터테인먼트(오락)를 합친 말이다. 즉, 즐겁게 건강을 관리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헬스는 무언가 진중하고 무거운 느낌이 든다. 어렵다. 전문가의 영역처럼 보인다. 심각하고 어려우면 아무리 가치 있는 일도 오래 지속하기가 힘들다. 신년이나 여름이 오기 전 굳게 마음을 먹고 헬스센터에 등록해 운동을 하지만, 웬만큼 독하지 않고는 1~2달을 버티지 못하는 이유도 결국은 헬스트레이닝이 재미있는 놀이가 아닌, 고행이라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헬스클럽 대신 살사댄스처럼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각광을 받는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실 헬스테인먼트는 용어가 생소할 뿐이지 헬스케어 마케팅, 헬스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이미 널리 활용돼 왔다. <비타민> <동안클럽> 등과 같은 메디컬 오락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외과의사 봉달희> <뉴하트> <굿닥터> 등 의학 드라마, <감기>(감염병을 주제로 한 재난영화) 같은 영화 역시 큰 틀에서는 오락을 즐기며 건강 정보를 습득하는 헬스테인먼트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건강-즐거움 동시에…다양한 헬스게임 봇물

헬스테인먼트는 제품으로도 개발이 가능하다. 헬스게임이 바로 그것이다. 게임을 통해 즐거움과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 헬스게임은 교육에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재활훈련, 트레이닝 등 건강을 위한 생활 속 운동에도 활용된다. 과거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던 DDR, 펌프 등도 헬스게임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진화된 모습의 헬스게임으로 닌텐도 위(wii)가 대표적이다. 게임을 하면서 실내에서도 각종 운동경기를 즐기며 건강을 챙길 수 있게 했다. 운동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즐겁게 논다는 생각이 더 들게 한 제품이다. 애니턴(배드민턴을 혼자서도 할 수 있도록 고안된 운동기구) 같은 운동기구나, 각종 동물 모양의 인형에 아로마 허브를 채워 목에 걸칠 경우 숙면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디자인된 수면용품들 역시 헬스테인먼트를 응용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 소아암 환자들의 치료를 돕는 게임 레미션(re-mission), 미국 질병통제센터에서 진행한 청소년 건강 프로젝트 - verb 캠페인(오른쪽)

레미션(Re-Mission)은 소아암 환자들의 셀프케어를 증진 시킬 수 있도록 만든 게임이다. 400만달러의 개발비가 투입되고 소아종양학과 의사가 기획자로 참여한 레미션은 가상의 미래에 나노기술로 개발된 극소형 나노봇(nanobot)을 조종해 소아암 환자 몸속에 자라고 있는 암세포를 제거하는 게임이다. 병마와 싸우는 소아암 환자들에게 즐거움과 용기를 선사한다. 미국과 캐나다의 의료기관에서 이 게임을 한 환자를 조사해 보니 질병에 대한 이해와 질병 치료에 효과가 높아졌다는 결과도 있다.

국내도 헬스게임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호서대에서 개발한 ‘팔도강산’ 게임은 손과 발에 센서를 부착해 현 상태를 파악하고, 걷기 자세 교정과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해 치매 예방과 기억력을 증진시킨다. 게임업체 ‘유니아나’가 내놓은 ‘젊어지는 마을’은 노인이 시각과 청각의 신호 자극을 통해 인지 능력을 훈련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게임으로 치매예방에 도움을 주고 있다.

‘제이에이치네트워크’는 국내 최초 소셜다이어트 앱 ‘빼틀’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다이어트의 실패 원인이 의지부족이나 지루함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자신과 비슷한 체험과 다이어트 목표를 가진 상대와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일대일, 다대다 대결을 펼치는 소셜 다이어트 서비스를 개발해 맞춤형 해법을 제공하고 있다. 건강식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다이어트의 과정을 즐거운 게임의 과정으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

이젠 병원 방문도 나들이 하듯이~

▲ 광고판 속 모델의 등을 두드리면 ‘꺼억’ 소리가 나는 동화약품의 활명수 광고
건강 캠페인에도 헬스테인먼트는 유용하게 활용된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서는 9~11세 아동 비만 예방을 위해 ‘VERB(동사)’ 캠페인을 진행했다.

대상이 아동이라는 점을 고려해 비만이라는 질환을 환기시키는 용어 대신 많이 움직이라는 의미의 VERB를 캠페인명으로 사용했다. 아동에게 다양한 운동 미션을 제공한 노란 공(YELLOW BALL)을 활용해 아동들이 비만을 예방한다는 생각보다는 재미있게 운동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 헬스테인먼트의 모범적 사례다.

국내 질병관리본부에서도 국가예방접종 활성화를 위해 EBS(교육방송)와 함께 의미 있는 헬스테인먼트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영유아 시기에는 예방주사의 선택권이 온전히 엄마에게 있지만, 4세 이상 되면 주사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돼 주사의 공포를 줄이고 예방접종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 중요해진다. 질병관리본부와 교육방송은 인기 인형극 프로그램 <모여라 딩동댕>의 출연 캐릭터들을 활용,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알리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엄마들과 어린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광고판에 있는 사람 등에 손을 대면 ‘꺼억~’ 소화되는 소리를 내도록 만든 동화약품의 소화제 활명수 광고나, 커피전문점의 진동벨에 순서가 됐을 때 감기에 걸려 ‘부르르’ 떠는 모션을 적용한 감기약 ‘판콜’의 광고 역시 소비자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면서 마케팅 메시지를 전달하는 헬스테인먼트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병원도 즐거운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병원에서도 헬스테인먼트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대학병원의 진료 대기시간은 악명 높다. 환자들에게는 무작정 기다리는 지겨운 시간일 수밖에 없다. 중앙대병원은 대기시간에도 유용한 경험을 제공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병원 방문 역시 하나의 나들이다. 병원 내부와 병원 근처의 명소를 둘러 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순서가 됐을 때 바로 진료를 볼 수 있게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0년경부터 전국 병원에서 시작된 건강강좌는 유용한 의학정보 제공 수단이었다. 제대로 건강정보를 접하기 힘든 시절의 이야기다. 이제는 컴퓨터, 모바일 기기 한 두 번 조작으로 엄청난 양의 건강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그만큼 현장에 까지 찾아가야 하는 건강강좌의 인기가 시들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방법으로 단순한 강의가 아닌 쇼와 정보가 결합된 토크쇼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TV 건강 프로그램들의 헬스테인먼트 형식을 건강강좌에 차용한 것이다.

헬스테인먼트를 가미한 건강강좌는 앞으로 게임, 연극, 콘서트, 체험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더 커뮤니케이션즈 엔자임

김민정 차장, 조민희 팀장, 박수민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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