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태’ 해결할 정부의 ‘카드’는 무엇인가
‘카드사태’ 해결할 정부의 ‘카드’는 무엇인가
  • 명재곤 기자 (sunmoon@the-pr.co.kr)
  • 승인 2014.01.2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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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곤 세상토크] 카드사용자 권익이 먼저다

# 자책과 반성으로 깊이 사죄드립니다. 피해 방지에 사력을 다하겠습니다. 피해 발생시 전액 보상하겠습니다. 카드복제, 부정사용등 추가피해 가능성은 없습니다. 유출 자료는 원본 회수되어 외부에 유통되지 않았습니다. 고객정보를 목숨처럼 여기는 카드사로 거듭나겠습니다.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 3사의 공동 사과광고문>

# 그리고 다들 아시잖아요? 지금만 시끄럽게 떠들지. 한 달 지나면 조용해진다는 것을... 대한민국에서 돈있는 기업이 크게 처벌받는거 보셨습니까? 최대 징계는 무슨 최대 징계입니까? 시간 지나면 흐지부지 될 거라는 거 모두가 다 알고 있는데...  <다음 아고라 카드정보유출 관련글 中>

▲ 1, 2차 피해 우려로 카드해지 및 재발급을 위해 해당사 창구를 찾는 시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1일 피해고객들이 가득 몰린 롯데카드센터 내 모습. ⓒ뉴시스

[더피알=명재곤 국장] 사고발생 카드 3사는 ‘고객정보를 목숨처럼 여기는’이란 표현으로 환골탈태를 외치지만 피해자들은 ‘지금만 시끄럽게 떠들지’라며 차디찬 반응을 보인다. 게임업체, 통신사, 방송국, 유통사, 정유사, 금융사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잊을 만 하면 터져 나오는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해당사 사과는 물론 이젠 어떤 정부 조치 및 대책도 미덥지 않다는 냉소적 뉘앙스가 바탕에 깔려있다.

1억400만여건(중복포함)의 카드 개인정보가 빠져 나갔다. 농협카드 2500만건, 국민카드 5300만건, 롯데카드 2600만건의 정보가 털렸다. 이름, 휴대전화번호, 직장명, 주소, 카드번호, 유효기간 등 많게는 20여개의 내 신용정보가 남의 손에 들어갔다. 트위터 등 SNS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유출된 정보라는 사진과 함께 ‘혹시나 해서 대통령 이름을 쳐봤더니…’라는 글이 나도는 상황이니 사태 심각성은 말할 나위도 없겠다.

카드 사용자들은 1,2차 피해를 입지 않을까 극도의 불안감에 휩쌓여 있는 상태다. 검찰 발표 후 카드해지 및 재발급을 위해 해당사 창구는 연일 혼잡하다. 2차 피해 우려감으로 보름여만에 500만여명이 카드해지 등의 신청을 했다.

당국 및 해당사가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같은 2차 피해는 없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들은 없을 것 같다. 당장, 제 3자가 유출된 개인 정보를 악용해서 1차 금전적인 피해를 입히지 않을까 하는 노이로제에 걸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카드 해지나 재발급을 위해 휴가를 내야겠다”는 비아냥 섞인 멘션이 포털에서는 쉽게 발견된다.

금융은 신용과 신뢰의 서비스업인데 어이없게 근간이 크게 흔들렸다. 사고 카드사와 당국의 보안 불감증과 안일한 늦장대응을 볼 때 ‘무너졌다’는 평가가 적절할 수도 있겠다. 1억건이 넘는 정보 유출 규모나 타사와의 정보제휴 실태를 놓고 볼 때 경제활동을 하는 대한민국 생활인의 카드정보가 모두 공개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든,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든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국민 불안감 해소책 강구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정부의 위기관리 대응능력이 심판대에 올랐다.

다수 전문가들은 비난의 화살을 사고 카드사는 물론이고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에 퍼붓고 있다. 그동안의 사고발생 기업에 대한 당국의 솜방망이 징계가 이번 초대형 사고를 발발시키는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결과론적 해석에서다.

단적으로 지난 2011년 현대캐피탈의 175만건 고객정보 유출사건 때 당국이 단호한 조치와 징계를 내리지 않은 게 이번 사고의 불씨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개인정보 유출사태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발생했으나 금융당국이 제대로 된 재발방지책을 세우지 않아 대형사고를 초래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열린 ‘금융회사 고객정보 유출사건 재발방지 종합대책’ 브리핑을 마치고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금융당국이 종이호랑이로 비춰질 때 금융사고는 이미 시작됐다”는 의미심장한 지적들이 많다.

“유출 경로를 철저히 조사해 파악하도록 하고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할 것”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토록 하라” 다보스 포럼으로 스위스 국빈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현지에서 개인정보 유출사고와 관련해 단호한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설날 민심을 생각해야하는 정부·여당로서는 이번 사태가 초대형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대책마련에 부산을 떠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번 사태로 당국자 중 뉴스 한 복판에 오른 이는 신제윤 금융위원장(57)이다. 금융위는 금융산업의 선진화, 금융시장 안정, 신용질서 확립 등의 정책개발과 감독을 맡고 있다. 금융산업 안정과 발전의 컨트롤 타워다. 카드사태에 대한 책임당국이다

역대 정권에서 기획재정부 1차관, 청와대 국민경제 비서관등을 거친 신 위원장은 명실상부한 금융정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금융분야에서 ‘근혜노믹스’를 실천할 적임자로 판단돼 지난해 3월 박근혜 정부의 초대 금융위 수장에 올랐다.

지난해 9월 동양사태에서 미온적인 대처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신 위원장은 이번 카드사태로 직(職)을 걸고 대책마련에 전력을 다하고 있으나 결과는 미지수다. 개개인의 신상과 재산과 직결된 까닭에 ‘카드 민심’이 너무 거세게 요동치고 있어서다. 만의 하나 2차 피해가 눈앞에 드러난다면 그 뒷감당은 누구도 하기 힘들다.

“사태수습이 먼저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신 위원장의 입장표명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퇴 약속 후 사태수습에 나서라”고 압박을 하는 국면이다.

금융위는 선 수습차원에서 △불법수집한 정보로 영업활동하면 관련 매출액의 1% 과징금 부과, △고객 정보 유출 금융회사에 대해 최대 50억원 징벌적 과징금 부과△전·현직 최고경영자등 임원 해임 가능△개인정보 유출자 및 취득자에 대해 최고 10년 징역형△마케팅 목적의 금융지주사 계열사간 정보 공유금지 등을 지난 22일 대책으로 내놨다.

그러나 이 또한 솜방망이 대책이며 실효성이 없다는 논란이 일면서 신 위원장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개인정보 보안대책들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미 폭발한 ‘카드 민심’을 다독이고 시장 안정화를 도모하는 게 쉽지 만은 않은 실정이다.

“금융사에게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제한없이 부과해야 한다”며 공급자(금융사)입장보다는 사용자(고객)입장에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국을 압박중이다.

‘어리석은 사람이 책임따져’ ‘소비자도 신중해야..’라고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경고성 ‘엘로우 카드’를 받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어떤 카드로서 현 카드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할지 결과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설 연휴 이후의 ‘카드 여론’향배에 따라 부분 개각의 가능성을 점친다.




명재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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