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 잘 못하면 도요타 꼴 난다
PR 잘 못하면 도요타 꼴 난다
  • 주정환 (webcorn@the-pr.co.kr)
  • 승인 2010.04.12 14: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업 흥망 가르는 위기 커뮤니케이션 노하우

[더피알=주정환 기자]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던 도요타의 위기를 부른 것은 PR 부재였다. 도요타 사태의 본질은 바로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귀결된다.

정직과 소통을 생명으로 하는 PR 원칙을 나 몰라라식으로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급발진 사고로 인명사고가 발생했는 데도 책임회피와 은폐로 일관하다 자동차 사상 유례없는 1000만대 리콜과 함께 기업 이미지까지 추락했다. 기업의 PR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 되지 못하면 도요타 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을 도요타 사태는 똑똑히 보여 주고 있다. 도요타 사태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집중분석했다.

도요타 웨이(Toyta Way)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세계 초일류 기업의 대표이자 전 세계 모든 제조업체들의 교과서, 벤치마킹 대상 1호였던 도요타. 품질경영의 대명사, 일본 산업 경쟁력의 상징, 일본 장인정신의 승리이자 일본 성장신화의 주역이었던 도요타. 그런 도요타가 지난 4월 현재 글로벌 리콜 규모가 1000만대를 넘어섰다.

단 몇일 만에 시가총액 3조엔이 증발하고 기업 이미지 실추로 인한 영업 손실은 추정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불어날 상황에 처해 있다. 하지만 도요타 본사는 현재 자금보유액이 2조엔에 이른다. 미국 빅3 자동차 보다 많은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다. 도요타는 리콜 사태 이후 무이자 할부마케팅에 2억 5000만달러(한화 약 2천800억원)를 쏟아 붓는 등 초강수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리콜 사태로 생긴 고객의 불만과 실망감을 과감한 할인책으로 무마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인센티브 마케팅덕에 도요타의 추락세가 잠시 주춤하고 지난 3월 도요타 자동차 판매가 24%로 다시 증가하는 등 회복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도요타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1000만대 리콜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실추된 이미지와 신뢰는 어떻게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올 지 모른다.

자금력을 통한 임시방편적 위기관리가 과연 도요타의 이미지를 제 자리로 돌려 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00만대 리콜 승부수 띄웠지만…

2009년 8월 28일 오후 6시 35분경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 125번 도로. 운전하고 가던 마크 새일러씨는 갑자기 이상한 것을 느꼈다. 자동차가 갑자기 시속 160km 이상으로 급가속 되기 시작한 것.

그는 고속도로 순찰대 경관이었으나 비번으로 가족들과 차를 타고 가던 중이었다. 새일러씨는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워보려 했지만 차는 말을 듣지 않았고 계속 앞으로 돌진해 나갔다. 이 사고로 마크 새일러씨와 동승했던 그의 아내, 딸, 처남이 모두 사망하게 된다. 그가 운전하던 차는 2009년형 도요타 렉서스 ES350.

911에 전화로 접수된 이 사고는 차량이 급가속되고 운전자가 당황하는 육성이 고스란히 담겨져 미국 전역의 방송을 통해 전파됐다. 현역 고속도로 순찰대 경관의 일가족이 희생되었다는 것과 일가족이 사망사고 직전에 911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면서 차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말했기 때문에 이 사건은 운전자의 단순 운전 미숙 사건으로만 넘어 갈 수 없는 사안이었다.


위기가 도요타에 엄습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 도요타는 신속하게 대응하기 보단 침묵으로 일관했다. 도요타는 차량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는 약속만 하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리고 2주 후에 내린 결론은 차량 매트에 가속 패달이 끼어 발생했을 것이라는 결과만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사과나 어떠한 시인도 하지 않았다. 인명에 대한 안타까움 보다는 자사의 결함이 아니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여론이 도요타 CEO인 아키오 회장을 직접 겨냥해 사과를 요구했으나 나타나지 않았고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등장하긴 했지만 추상적인 사과로 일관했다.

차량의 안전문제를 가장 중시하는 미국인들의 정서에 반하는 도요타의 대응에 그동안 쉬쉬하던 도요타의 급가속 문제는 물론 도요타에 대한 다양한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도요타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공장을 일시 정지하고 대규모 리콜을 단행했지만 이미 대중의 신뢰를 잃은 뒤였다. 

위기 때 작동하지 않은 위기관리시스템

도요타 사태 직후 위기관리 5원칙을 발표했던 세계경영연구원 최철규 부원장은 도요타 사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도요타 리콜 사태의 발단은 품질에서 시작됐겠지만 이렇게 확대 재생산 되고 도요타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한 건 바로 PR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에 따른 결과라고 봅니다. 특히 위기관리에 있어서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걸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까지 이르렀지 않았습니까? 바로 이것이 도요타 위기관리의 부재를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이화여대 김영욱 교수는 또 이렇게 말한다. “도요타 위기가 확대된 원인은 바로 초기 대응 실패에 있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수개월 동안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어요. 단지 기술적인 문제를 찾느라 고심했을 뿐이죠. 대중들은 화가 나 있는데 고객을 안심시킬 어떤 커뮤니케이션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최소한 돈 보다 사람 목숨을 더 중요시 여기는 회사라는 것, 그런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심어 줬어야 합니다.”

도요타는 진짜 위기가 발생한 순간 위기관리의 기본적인 원칙마저 철저히 외면했다.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만 되풀이하다 길을 잃어 버린 꼴이 됐다. 그것이 사상 최대의 1000만대 리콜이라는 승부수를 띄우고도 고객에게 신뢰 받지 못하는 이유다. 음모론은 논외로 하더라도 도요타 자체의 PR 시스템 부재에 따른 결과물인 셈이다.


완벽에 가까운 도요타 PR시스템

그렇다면 도요타에는 PR 시스템이 없는가. 그렇지 않다. 도요타는 20년 이상 미국 정·관계에 많은 인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수십여명의 상·하원 의원은 물론 미국 최고의 로펌과 컨설팅, 로비스트, 홍보회사의 인맥을 군단처럼 관리하고 있기도 하다.

PR의 한 면인 위기관리 시스템 또한 어느 회사보다 잘 구축돼 있다. 동경과 나고야 본사에 PR 조직이 갖춰져 있다.

여타 글로벌 기업과 마찬가지로 도요타의 현지 PR은 각 지역에서 직접 진행한다. 현지 마케팅, 현지 세일즈, 현지 딜러쉽,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모두 지역에서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최종적인 큰 의사결정은 일본 본사가 거머쥐고 있다. 이번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미국 법인의 홍보조직이 유기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미국 법인장인 COO 짐 렌츠가 리콜 사태가 벌어진 직후 미국 유튜브에 ‘도요타가 말하는 밀리는 페달 문제’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에서 짐 렌츠는 1분 이상을 진심어린 표정과 함께 깊이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도요타 리콜 사태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향후 서비스 진행과정 및 수리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트위터에도 사과와 함께 보상 관련 정보를 담은 메시지를 올려 대중과 직접 소통했다.

이처럼 미국 지사에서는 리콜과 관련한 사항들에 대해 소셜 미디어 등을 활용해 고객들에게 세세한 편의까지 제공하는 등 섬세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