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정보유출, ‘관리 안된 위기’가 부른 2차 위기
카드사 정보유출, ‘관리 안된 위기’가 부른 2차 위기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03.1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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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방편식 대응이 위기 키웠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카드3사(KB국민·농협·롯데)에서 유출된 고객정보가 또다시 유출됐다는 소식은 위기관리 측면에서 큰 시사점을 남긴다. ▷관련기사: “위기관리, ‘선례’를 남겨야 한다” / “위기시, ‘미디어관리’ 아닌 ‘여론관리’를 하라” ‘털린 정보’가 또 털렸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이같은 어이없는 상황을 만든 카드사와 금융당국의 무능한 위기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되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 자료사진=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 참석한 현오석(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신제윤 금융위원장. ⓒ뉴시스

위기관리 전문가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는 “정보유출이라는 이슈에 대해 내부적으로 진행 상황을 감찰·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대책수립에 나서야 하는 카드사와 금융당국, 검찰 간 정보공유나 긴밀한 협조가 이뤄지지 않은 듯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앞서 대검과 금감원, 카드사 등 모두가 한결같이 2차 유출은 없다며 안심하라고 했지만, 2차 유출되면서 결과적으로 그 말 자체를 신뢰할 수 없게 돼버렸다”며 “추후 또다른 (유출) 피해가 발생할 시 어떻게 조치해 나가겠다는 명확한 대응책을 제시하는 위기관리가 돼야 하는데 현재로선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위기관리에선 절대 개런티(보장, 장담)해서는 안된다가 원칙인데, 정보 유출 건의 경우엔 아무도 믿지 않는 부분에 대해 자꾸 개런티를 하니 문제가 더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더욱이 개인정보는 무형이라는 점에서 섣부른 확신이 화를 더 키울 수 있다. 정 대표는 “정보가 눈에 보이는 제품도 아닌데 추가 유출이나 피해가 없다고 어떻게 확신 할 수 있느냐. 논리적·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분명한 자가당착”이라고 꼬집었다.

김영욱 이화여대 교수는 이번 사태와 관련, 위기의 가장 큰 속성으로 ‘불가피성’을 언급하며 “위기 상황이나 부정적 이슈가 터졌을 땐 불가피하게 확산될 수 있는 상황들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드사 정보 유출 역시 사전에 2·3차 확산을 가정하고, 큰 그림 안에서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동했다면 적어도 지금과 같은 2차 피해에 대한 혼란은 없었다는 것.

김 교수는 “많은 기업들이 사건(위기)이 일어나면 그것을 막기에만 급급해 사안을 축소하고 가급적 빨리 마무리 짓는 식의 대응을 한다”며 “(위기) 순간만 모면하려는 그런 임시방편식 위기관리가 또다른 위기상황을 불러온다”고 일침 했다.

특히 위기시 책임자를 해임하는 기업의 의사결정은 임시방편식 위기관리의 대표격이다. 김 교수는 “현대차 싼타페 누수, KT 정보 유출 건 등을 봐도 누구 한 사람 책임 지우는 문책성 인사로 위기관리를 하려고들 한다”며 “(기업발) 위기는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 전체 시스템을 바꾸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 1차 유출된 카드3사의 개인정보 1억400만건 중 8200만여건이 추가로 새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유출된 정보가 팔려나간 것일 뿐, 추가 유출은 아니다”는 입장을 표명해 빈축을 샀다. 금융당국 역시 “유출은 있었지만 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는 없다”는 모호한 태도로 정치권 및 여론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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