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공황’ 대한민국, 이제 ‘냉철한 시선’ 필요할 때
‘세월호 공황’ 대한민국, 이제 ‘냉철한 시선’ 필요할 때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4.04.2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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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무기력증’과 ‘망각’ 경계해야

[더피알=문용필 기자]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이후 근 일주일째. 여전히 대한민국은 공황 상태다. 이 글을 작성하는 23일 오후를 기준으로 150명의 아까운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방송사 뉴스특보 화면 한 켠에 자리잡은 사망자 수는 계속 올라간다.

단순히 ‘안타깝다’는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만큼 가슴이 미어지는 상황이다. TV에서는 웃음소리가 사라졌다. 각종 마케팅 이벤트들도 줄줄이 취소됐다. 진도로 향한 기자들은 연이어 슬픈 뉴스를 전해오고 있다. ‘냉철함’의 상징인 뉴스 앵커조차 실종자 가족들의 오열에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거의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실종자 가족’이고 ‘상주(喪主)’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이 시점에서 지금 꺼내고 싶은 이야기는 어쩌면 부적절하다는 지적, 혹은 강한 질타를 받게 될 지도 모르겠다. 슬픔이 모든 것을 덮어서는 안된다는 말이 그것이다. 힘들고 아프지만 눈물을 훔치고 냉철하게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여 본다.

이번 사고는 분명한 인재(人災)다. 사고 해역인 맹골수도는 거센 조류로 악명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경험이 적은 20대 3등 항해사가 운항지휘에 나섰다. 승객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은 상당수의 승객이 침몰하는 배 안에 남아 있었음에도 뻔뻔하게 탈출을 감행했다. 안개가 낀 상황에서 무리하게 출항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해양경찰을 비롯한 정부의 초동대처가 미숙했다는 평가도 연이어 터져나온다. 생존자 구조작업이 너무 더디게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일사분란하게 사고 수습에 나서야 할 정부는 실종자 명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뒤죽박죽 행정’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아까운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마냥 슬픔에만 잠겨 있다 보면 이런 것들은 단순한 논란, 분노로만 다가올 수 있다.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사고원인을 어떻게 철저하게 규명하는지, 사고수습이 제대로 방향을 잡아가는지를 냉철한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 주변의 안전요소도 제대로 점검하고 확인해야 한다. 과도한 슬픔에 젖어있다가 자칫 무기력증에 빠져 이러한 것들을 간과하지 않을 지 걱정이 앞선다.

멀게는 20년전 성수대교부터, 11년전 대구지하철, 가깝게는 경주 마우나리조트까지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대형사고는 대한민국에 ‘사고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안겼다. 이같은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온 나라가 눈물을 흘리고 슬퍼했지만 대형사고는 그치지 않았다. 냉철하게 안전시스템을 점검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더이상의 안타까운 희생을 막을 수 있다.

언론도 국민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뉴스를 양산하기 보다는 제대로 된 사건보도에 매진해야 한다. 자칫 묻힐 수 있는 실종자 가족들의 목소리를 올곧게 전하고 사고수습 과정에서 허점이 발견된다면 날카로운 지적에 나서야 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포털 검색어를 이용해 이른바 ‘어뷰징 기사’를 쓰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실종자 가족과 유족들에 대한 당연한 도리다. 과도한 진영논리로 실종자 가족과 유족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 일부 정치권 인사와 논객들의 ‘무개념 발언’은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사고 수습에는 정치공학적 논리가 개입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은 냉철한 시선으로 이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실종자 가족과 유족에 대한 위로의 마음과 실종자, 희생자에 대한 안타까움을 잊어서는 안된다. 다만, 그 슬픔 때문에 모든 것을 놓아버려서는 안된다.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은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감정적인 시선’과 ‘망각’이다. 실종자들의 무사생환을 기원한다. 그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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