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라면’ 발언 보도 언론에 ‘출입정지’…“계란 맞을짓”
‘계란라면’ 발언 보도 언론에 ‘출입정지’…“계란 맞을짓”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4.05.0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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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등 4개사, 靑기자실 최장 63일간 출입정지

‘온라잇나우’는 온라인(Online)과 라잇나우(Right now)를 합친 말로, 온라인 상에서 지금 가장 ‘핫(hot)’한 뉴스를 독자 여러분들께 전해드립니다.

▲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자료사진)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이른바 ‘계란 라면’ 발언을 보도한 4개 언론사가 청와대 출입기자단으로부터 일정기간 동안 청와대 기자실 출입정지라는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 전제)’를 깼다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해당 언론사들은 반발하고 있고 온라인 상에서도 이번 징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22일 민 대변인이 전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일부 기자들과 만나 “(서남수 장관이)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서 먹은 것도 아니다. 쭈그려 앉아서 먹은 건데 팔걸이의자 때문에, 또 그게 사진 찍히고 국민정서상 문제가 돼서 그런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또한, 민 대변인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오프 더 레코드’를 요청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세월호 사건 당일인 4월 16일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팔걸이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는 사진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민 대변인의 발언을 보도하자 뒤이어 <한겨레>와 <경향신문>, <한국일보>도 보도에 나섰습니다. 보도 이후 민 대변인의 발언에 대한 여론의 비판도 쏟아졌습니다.

이와 관련,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이들 언론사에 일정기간 동안 기자실 출입조치를 내렸습니다. 출입정지기간은 <오마이뉴스>와 <경향신문>이 63일, <한겨레>가 28일, <한국일보>가 18일입니다. <한겨레>보도에 따르면 징계위원회는 총괄간사 외에도 중앙일간지, 통신, 방송사, 경제지, 인터넷매체, 영문뉴스, 지역언론 등 모두 7명의 대표간사들이 참석해 결정한다고 합니다.

징계조치를 받은 언론사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9일 기사를 통해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재심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겨레>는 이날 4면을 통해 “기자단에 공식적으로 재심 요청을 할 계획”이라며 “기자단이 민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비보도 약속’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더라도 이미 사실이 알려져 실질적으로 ‘보도가 된 사항’인데다 발언 내용이 대통령의 경호상 필요한 ‘포괄적 엠바고’도 아니고, 국가안위나 개인의 안전 문제가 결부된 사안도 아니어서 ‘비보도 약속’이 계속 유지돼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경향신문>의 박래용 정치부장은 이날 1면 ‘기자메모’ 코너를 통해 “통상 오프가 깨질 경우 당국자의 발언은 ‘비보도 약속’이 해제되고, 이후부터 자유롭게 보도하는 게 관행”이라며 “하지만 청와대 기자 간사단은 이례적으로 ‘비보도’를 계속 유지키로 결정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이미 삽시간에 발언이 퍼져나가고 ‘민경욱 대변인’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오르는 상황에서도 ‘보도 금지’ 방침을 내린 것”이라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경향신문 기자는 간사단의 이런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고 ‘다시 논의해달라’고 요구했다”며 “하지만 여전히 ‘비보도 유지’ 결정이 내려지자 이를 거부하고 다음날 아침 신문에 기사화했다”고 전했습니다.

박 부장은 “기자단은 대변인의 부적절한 발언을 알리기보다 오히려 새나가는 것을 막으려 했으니 언론의 책무를 내동댕이쳤다고밖에 볼 수가 없다”며 “기자가 누군가의 편을 든다면 권력이 아닌, 시커멓게 탄 가슴을 문지르며 숨죽이고 사는 국민의 편에 서는 게 옳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상에서도 이번 징계조치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SNS상에는 “지금 대한민국 언론(?)의 자화상”(@hallas*****), “계란맞을 짓만 골라 하는도다”(@truth*****), “이건 뭐ㅋㅋㅋ계란 넣은 라면 사진까지 첨부했으면 구속할 기세네”(@fj***), “기자단 참 장하다”(@smil*****), “없는 말을 보도한 것도 아닌데 청와대 출입정지 징계라(@woonjjan*****) 등의 의견이 올라왔습니다.

아이디 ‘@admc***’은 “청와대 출입기자 한명도 가지 말죠. 누가 답답한지”라는 의견을 나타냈으며 ‘@ath****’은 “청와대, 특정 언론사 출입정지 명백한 ‘위헌행위’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진보보수를 떠나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최소한의 동업자 정신도 없는 것인가? 전 언론사기자들이여! 양심과 동업자정신이 있다면 청와대출입을 집단으로 보이콧하세요”라는 글을 올린 네티즌(@git***)도 있었습니다.

한편, MBC 해직 PD인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MBC_PDChoi)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자기들이 청와대 직원인줄 착각하며 사나봅니다”라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choijinsoon)는 “엠바고-오프더레코드 등 출입처에서의 보도통제 관행은 국민의 알 권리와 국익을 놓고 늘 논쟁거리를 제공한다. 최근 대변인의 '계란 발언'을 보도한 기자들을 출입정지시킨 청와대 기자단의 결의. 출입처가 안고 있는 적폐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개운치 않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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