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왜 뉴스생태계인가
디지털 시대, 왜 뉴스생태계인가
  • 김성해 대구대 교수 (admin@the-pr.co.kr)
  • 승인 2014.05.14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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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해의 뉴스생태계 따라잡기] PR-뉴스 관계 변화 필연적

‘김성해의 뉴스생태계 따라잡기’를 시작합니다. 이 코너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 뉴스생태계를 따라잡기 위해 기획된 미디어비평 칼럼입니다. 앞으로 생태계의 개척자와 교란자, 뉴스의 진화, 디지털 저널리즘, 뉴스 비즈니스 모델 등 다양한 주제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할 예정입니다. PR의 본령이 이번 탐방을 계기로 한결 깊어지고 풍부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더피알=김성해] PR과 뉴스는 본질적으로 다른 영역이다. 미국 대학에서도 언론과 홍보 전공은 엄격히 구분돼 있다. 또한 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PR업체의 노력에 맞서 언론인들은 소위 여론공학자(spin doctor)를 극도로 경계한다. 공중의 ‘공감과 동의(Hearts & Minds)’를 얻기 위해 경쟁한다는 점은 같지만, 공공이익을 우선하는 뉴스와 달리 PR은 보다 특수한 이익을 추구하곤 한다. 그러나 PR과 뉴스의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다.

PR은 애초 뉴스와 별개로 존재하지 않았다. PR의 아버지로 알려진 애드워드 버네이스(Edward Bernays)는 미국 우드로우 윌슨(Woodraw Wilson) 행정부의 정보위(Committee on Public Information) 관료였다. 독일과 소련 등과 같은 적국을 대상으로 한 정부 프로파간다(Propaganda)의 책임자였다. 프로파간다와 뉴스는 다르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당시 이 임무를 담당했던 곳은 영국의 BBC, 미국의 VOA, 소련의 라디오 모스코(Radio Moscow)와 같은 언론사였다.


정부와 기업체 대변인 대부분이 언론인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추행 사건으로 옷을 벗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문화일보 논설위원이었고, 민병욱 현 대변인도 불과 얼마 전까지 KBS 기자였다. 국방부의 김민석 대변인은 중앙일보 군사전문 기자 출신이다. 또 다른 PR의 선구자로 알려진 미국의 아이비 리(Ivy Lee) 역시 한때 뉴욕타임스 기자였다.

이는 대중적인 정보의 효율적 통제를 위해서는 뉴스의 속성은 물론 언론인을 두루 아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인식과 무관치 않다. PR전문가를 독자로 한 이 공간에서 굳이 뉴스생태계를 다루는 배경은 여기에 있다.

일반적으로 생태계(ecosystem)란 동물, 식물과 미생물 등이 공기와 물 등과 상호작용하면서 이루고 있는 일종의 공동체를 뜻한다. 대표적으로 열대우림, 산호초, 사바나와 툰드라 등이 있다. 그렇다면 뉴스생태계란 무엇일까?

법조계, 교육계, 종교계와 같이 사용되는 언론계와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지식생태계, 정보생태계와 문화생태계처럼 단순한 학술적 유행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뉴스생태계라는 모호하고 낯선 개념을 굳이 사용해야 할 까닭이 있는 것일까? 복잡한 문제일수록 단순화 하라고 했던 ‘오컴의 면도날’ 법칙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언론계와 뉴스생태계가 다른 점

미국 뉴욕의 맨해튼은 전 세계 관광객의 로망이다. 자유의 여신상, 브로드웨이, 소호거리 등은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미드(미국드라마) ‘프렌즈(Friends)’와 ‘섹스 앤 시티(Sex & The City)’ 등의 촬영지다. 유엔(UN) 본부와 월스트리트 금융기관을 비롯해 NBC, ABC, 뉴욕타임스와 같은 주요 언론사가 밀집해 있다. 한국의 여의도와 비슷한 맨해튼 섬의 1/6을 차지하는 센트럴파크(Central Park)는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소 중의 하나다.

맨해튼에서 이 공원은 중간 지대에 있는데 잘사는 남쪽과 못사는 북쪽을 연결하는 일종의 교량 역할을 한다. 공원 주위로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집값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1860년경에 처음 들어선 이래 벌써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곳으로 다리와 호수는 물론 나무와 바위에서 인공의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다. 100년 수령의 나무를 두고 정원수라고 말할 사람은 없다. 게다가 공원의 역할 역시 단순한 휴식처에서 문화공연, 정치 캠페인과 교육행사, 전시관 등을 포괄하는 복합공간(Complex)으로 진화했다. 디지털 시대를 맞은 뉴스생태계의 특성을 이 공원에서 유추할 수 있다.

먼저 뉴스생태계는 이곳처럼 일종의 ‘교량, 교차로, 광장’에 해당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및 환경과 같은 다른 영역은 이 생태계를 통해 공동체의 아젠다를 공유하고, 서로 소통하며, 필요한 정보와 정서를 교환한다. 맨 처음 등장했을 때와 달리 그 역할과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된 것도 유사하다.

18세기의 뉴미디어로 알려진 종이신문에 대한 신뢰도는 별로 높지 않았다. 뉴스 생산자의 교육 수준과 지위는 모두 낮았으며, 정보 역시 부자와 권력자에 대한 각종 소문과 저급한 수준의 얘깃거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100년의 진화를 거쳐 오늘날의 명소가 탄생한 것처럼 뉴스생태계 역시 진화했다.

뉴스는 이제 단순한 정보가 아닌 고부가 가치의 정제된 공적지식(public knowledge)이다. 국제, 경제, 문화, 스포츠, 의학, 과학, 군사 등으로 다루는 주제도 훨씬 다양해졌다. 다양한 유기체가 상호작용을 통해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센트럴파크와 뉴스생태계의 공통점

전통적으로 뉴스생태계의 참여자들은 언론사, 독자와 언론의 취재대상 정도로 단순했다. 그러다 테크놀로지가 발전하면서 참여자들은 급속도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뉴스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주체는 이제 TV, 라디오, 케이블방송, 인터넷매체, 블로거 등으로 무한 팽창했다.

디지털 혁명을 맞아 뉴스를 이용하는 독자의 범위는 물론 이용 방식도 변했다. 당연히 무엇이 뉴스인가에 대한 정의도 변했고, 좋은 뉴스의 조건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도 달라졌다. 다른 영역과 상호작용하면서 진화한 결과 필수적인 공공재(public goods)로 자리를 잡았다는 점 역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센트럴파크는 뉴욕주에서 직접 관리한다. 뉴욕 시민의 환경권, 생활권과 재산권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공중보건, 통신망, 도로망, 교육시설과 같은 핵심적인 기관으로 분류될 뿐더러 관리에 필요한 비용은 세금으로 충당한다.

뉴스생태계가 차지하는 위상과 중요성은 이 공원보다 결코 못하지 않다. 국제사회에서 뉴스의 품격과 다양성 보장을 위한 노력은 시대정신으로 부상했다. 전문적인 뉴스 생산자와 성숙한 뉴스 소비자를 교육하기 위한 노력은 정부, 언론계, 학계 및 시민사회의 공동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기반의 고품격 뉴스를 지원하기 위한 미국의 카네기-나이트 선도과제(Carnegie-Knight Initiative)와 스토니브룩 대학의 뉴스리터러시(News Literacy) 프로그램은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사례다.

다른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뉴스생태계에서 특정 참여자의 독점 구조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 참여자 간 경쟁과 협력은 불가피하며 다른 생태계와 영향을 주고받는 것 역시 필연적이다. 정치, 경제, 교육에 있어 뉴스의 역할이 변하는 것처럼 PR과 뉴스의 관계도 당연히 변한다는 의미다. 디지털 혁명을 맞아 급변하고 있는 변화를 생태계 관점에서 보다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따라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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