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스펙’,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06.0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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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 어학연수 항목 삭제…스펙타파 위한 채용실험 릴레이

[더피알=안선혜 기자] 하반기 본격적인 채용 시기를 앞두고 ‘스펙 타파’를 위한 기업들의 제도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

서류전형 시 소위 스펙 ‘어필’을 위해 기재하던 학점, 어학연수, 봉사활동 등의 항목을 없애는가 하면, 최소한의 개인정보만으로 오디션을 진행해 합격자를 뽑는 채용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 지난달 28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대공연장에서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가 개최한 '스펙초월 채용 설명회'에 참석한 취업준비생들이 ‘스펙’ 위주의 채용 기준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LG그룹은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부터 입사지원서에 수상경력과 어학연수, 인턴, 봉사활동 등을 기재하는 입력란을 완전히 없앴다고 지난 1일 밝혔다.

또 지원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채용에 불필요한 주민등록번호, 사진, 가족관계, 현주소 입력란도 없애고, 해당 역량이 필요한 직무 지원자만 공인어학성적이나 자격증을 입력하도록 채용시스템을 개편했다.

대신 자기소개서를 통해 지원하는 직무에 대한 관심이나 경험, 역량을 상세하게 기재토록 하고, 실제 직무수행 역량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특화된 직무별 전형을 실시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 예를 들어 마케팅 직무는 인턴십, 해외영업 직무는 영어 면접, 소프트웨어 직무는 코딩 테스트 등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LG그룹은 이와 함께 통합 채용포털인 ‘LG 커리어스’(careers.lg.com)를 오픈, 계열사별로 진행되던 채용 공고, 입사지원서 작성, 합격자 발표, 채용정보 제공 등의 업무를 일원화하기로 했다.

계열사별로 달리 진행됐던 입사 서류지원 시기는 통일하고, 입사 기회 확대 차원에서 지원자 1인당 최대 3개 계열사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편도 이뤄졌다.

LG그룹 관계자는 “지원자들의 잠재된 역량과 능력을 찾아낼 수 있는 채용 방안을 계속 발굴해 채용 트렌드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디션형 채용, 서류전형 폐지 등 파격채용

SK그룹은 지난해부터 학력, 학점, 어학점수를 보지 않는 오디션 방식의 열린 채용인 ‘SK 바이킹 챌린지’를 도입했다.

올해 4월에도 전국 5개 도시에서 지원자별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실시, 현재 관계사별 면접을 진행 중이다.

SK바이킹 챌린지 서류 제출 시에는 이름, 나이, 성별, 최종 졸업연도 정도 등 최소한의 개인정보만을 기재하며, 전국에서 실시하는 개인 오디션을 통과한 예선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합숙을 통해 수행능력을 검증한다.

최종 합격자는 7·8월 인턴십의 기회가 주어지고, 이들 중 능력을 검증받는 이들은 내년 1월부터 신입사원으로 정식 입사한다. SK는 올해는 상반기 예정된 400명의 인턴 채용 중 10%는 바이킹 챌린지를 통해 뽑겠다는 계획이다.

조현철 SK PR팀 PL(책임)은 “아직 시행한 지 만 2년이 되지 않은 시점이라 수치로 정확히 집계된 건 없지만 주변의 정성적 평가는 액티브(Active)한 친구들란 평이다”라고 말했다.

▲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에서 삼성그룹 상반기 고졸 신입사원 공채 직무적성검사(ssat)를 치른 응시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삼성그룹은 지난 1995년부터 열린 채용을 실시해오고 있다. 평균 B학점 이상에 공인 영어점수가 희망 계열사 및 직군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충족하면 누구나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응시 자격을 얻을 수 있다. SSAT에서 통과하면 에세이 작성, 실무면접과 임원면접 등을 거쳐 최종 합격이 결정된다.

지난 2012년에는 3급 신입채용의 5%를 저소득층에 할당하고 지방대 채용을 35%로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골자로 하는 ‘함께 가는 열린 채용’을 도입키도.

다만, 올 초 SSAT에 과도한 인원이 몰리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서류전형을 부활하고 총장추천제를 도입하는 개편안을 마련했지만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이를 철회했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 발생하기도

이렇듯 기업에서 다양한 방식의 ‘스펙타파’ 채용 제도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모두가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한 예로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스펙이 아닌 인성을 보겠다는 의미에서 ‘길거리 캐스팅’을 도입했지만 시행 1년만에 폐지했다. 해당 제도는 인사담당자들이 새벽 버스를 타거나 대학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1차로 학생들을 선발한 뒤, 4개월 동안 합숙 및 봉사활동 등을 거쳐 최종합격자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현대차가 발표한 열린 채용 프로그램 ‘더 에이치(the H)’ 중 가장 주목을 받았으나, 지방 대학생들이 채용 담당자의 눈에 띄기 위해 서울 시내 유명 대학에서 쓰레기를 줍거나 도서관에 밤늦게까지 남아있는 등 길거리 캐스팅 전형에만 매달리게 되는 ‘폐해’가 있어 폐지를 결정하게 됐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해 상반기 채용부터 사진, 부모 주소, 제2외국어 구사능력 등을 서류전형 항목에서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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