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커뮤니케이션 하라
위기를 커뮤니케이션 하라
  • 주정환 (webcorn@the-pr.co.kr)
  • 승인 2010.04.12 17: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기관리 전문가 인터뷰

국내 대표 위기관리 전문가들인 학계 김영욱 교수, 기업인 이은욱 부사장의 인터뷰를 통해 도요타 사태에서 배워야 할 위기 커뮤니케이션 해법을 알아본다.

 
도요타 위기, PR인에겐 좋은 기회
김영욱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도요타 사태를 바라보는 학계의 시각은 어떨까. 주먹구구식의 기업 위기관리에 체계와 방향성 그리고 전문성을 어떻게 제시하고 있을까. 2008위험, 위기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위기관리 전문서를 출판해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던 이화여대 김영욱 교수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위기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도요타 사태의 파장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도요타 사태는 위기관리의 가장 기본 요소인 징후파악은 물론 예방에도 실패함으로써 위기관리 분야에 가장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영원히 남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 위기의 징후가 발견됐을 때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걸 놓치고 위기가 더 큰 위기로 이어진 사례라고 볼 수 있지요. 특히 도요타는 많은 소비자 및 공중들의 지적이나 불만이 사전에 있었지만 무시하고 회사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로비나 언론 통제와 같은 비 도적적인 방법으로 사안을 덮어두려고 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도요타의 결정적 위기관리 대응 실패 부분이라면?
도요타가 초기에 더 솔직하게 전면적으로 개방적인 위기관리를 일관성 있게 진행했다면 위기의 충격을 충분히 줄일 수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도요타가 대응한 측면을 보면 위기가 일어났을 때 초기 대응실패로 오히려 위기를 더 확대시킨 경향이 있습니다.”
 
최고경영자 아키오 회장의 대응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CEO의 위기 대응도 미진한 점이 많았다고 봅니다. 여론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사과를 안하고 있다가 외부 압력이 거세지자 결국 사과 했잖아요? 이런 경우도 최고경영자가 위기 대응에 대한 관념이 있었다면 좀 더 빨리 사과를 하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빨리 정책적으로 내 놓았다면 분명히 충격을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사과할 땐 전폭적으로 하라
 
아키오 회장이 몇 번씩 사과를 했는데도 불씨가 꺼지지 않은 이유는?
사과를 할 땐 전폭적으로 해야 합니다. 구체적이지 않고 위기모면 식 대응은 분명히 불씨를 더 키우는 상황을 만듭니다. 위기가 일어났을 땐 위기관리를 선제적이고 사람들이 봤을 때 저 정도까지 하나 싶을 정도로 과도하게 해 줘야 합니다.”
 
미국 도요타에서 발단된 사안인 만큼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도 있지 않았을까요?
조직구조의 문제라고 볼 수 있겠지요. 본사인 일본과 지사인 미국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관성 있는 위기관리를 펼칠 수 있는 조직구조를 갖추지 못했다고 보여집니다. 조직원들의 역량 문제도 있을 것이구요. 또 조직원들이 너무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는 데 젖어 있어서 스스로에 대한 비판에는 약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런 상태에서 실제로 위기가 닥치니깐 조직의 위기 대응이 금방 허물어져 버리는 취약성을 노출한 꼴이죠.”
 
세계 초일류 기업 도요타의 PR시스템 또한 세계 최고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왜 이 같은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리게 됐을까요?
위기관리란 부분을 협의적으로만 놓고 보면 도요타의 PR 시스템은 완벽해 보입니다. 현재도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툴과 방법을 통해 대 고객 및 언론에 적극적인 PR을 하고 있구요. 하지만 위기관리는 광의적인 부분까지 함께 보아야 합니다. 위기가 일어나고 난 이후 도요타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했느냐에 대해서는 현재 소셜 미디어 대응 및 리콜에 따른 다양한 서비스 정책에 대한 PR 등 나름대로 잘 한 것 아니냐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위기가 일어나기 전 징후가 있었는데 이걸 철저히 무시했고 예방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있었음에도 조직문화가 이것을 무시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PR 영역에서 위기관리가 차지하는 비중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위기관리 분야는 영역이 융합되어 하나의 큰 사회분야가 돼 가고 있습니다. 학문적으로도 성숙하고 있구요. 그동안 PR이라는 게 무형의 업무처럼 여겨져 누구나 할 수 있는 영역처럼 치부 돼 왔잖아요? PR이 누구나 기본지식 없어도 할 수 있는 그런 분야라는 인식은 이제 바뀌어야겠죠. 위기관리, 이슈관리, 쟁점관리 등 다양한 분야가 PR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갈등을 푼다는 것, 위기를 푼다는 것 자체가 바로 전문적인 분야로서의 PR 영역인 거죠. 위기관리를 잘 전문화 시킨다면 PR이 전문직업화 하는 데도 좋은 툴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R은 시대가 요구하는 21세기형 학문
 
학문적으로 PR과 위기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비전은?
“PRPR 자체로서 융합 학문입니다. 학문적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라고 볼 수 있죠. 다른 학문은 대부분 정체돼 있는데 PR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불안심리를 다루는 심리학,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다루는 사회학, 또 정책과 공중을 다루는 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위기관리 분야 입니다. 물론 중심은 PR 영역이 되겠지만 심리학, 경영학, 사회학, 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 융합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추세입니다. 그만큼 급변하고 다양해지는 시대적 상황과 잘 맞는 분야라고 할 수 있지요. 시대가 요구하는 물음에 답하는 그런 21세기형 학문이라고 봅니다.”
 
위기관리를 직접 경험한 사례가 있습니까?
이대 홍보부처장 실무를 맡으면서 실제로 위기를 많이 겪었습니다. 평생교육원에서 총장 명의로 졸업장을 준다는 광고가 나간 적이 있는데 이 문제로 학사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친 적이 있습니다. 이 사건 발생 즉시 위기관리 기본원칙대로 적극적이고 개방적으로 대응했습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곧바로 공청회를 열어 왜 그런 광고를 실었는지 또 어떤 내용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열띤 질의응답도 가졌죠. 향후 진행 내용에 대한 구체적 공개도 약속을 했어요. 그랬더니 다음날 진짜 잠잠해 졌어요. 만일 소극적이고 뒤로 빼고 또 학생들을 윽박지르고 했더라면 이 문제는 점점 더 확대 됐겠죠.”
 
PR 전문가가 CEO 될 것
 
도요타 사태가 PR인들에게 가져다 주는 기회요인은 뭔가요?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대로 PR인들에겐 정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PR 하는 사람들은 조직 내 최고의사결정 체계에 안 넣어 주잖아요? 그런데 언제 넣어 줍니까? 바로 위기가 일어났을 때죠. 평소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다가도 위기가 조직에 닥치면 모두 PR부서를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경영진도 PR부서에 의존하게 되죠. PR인들은 바로 그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조직 내 파워를 만들고 PR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평소 위기 징후 파악이나 예방, 이슈관리, 매니지먼트, 외부사례를 통한 조직에 대한 조언 등 전문성 있는 PR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PR인은 CEO가 될 수 있습니다.”
 
교만은 금물선제적 모니터링 중요
이은욱 유한킴벌리 부사장
 
국내 기업 중 위기관리 시스템이 잘 구축된 곳 중 하나인 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는 통합적 위기관리 체제 구축은 물론 평소 위기 예방 교육 등 기업 경영활동의 한 축으로 위기관리가 잘 진행되고 있다. 오랜 PR 현장 실무와 경영을 함께 경험한 이은욱 부사장을 통해 기업이 바라보는 도요타 사태의 시사점과 PR인이 준비해야 할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같은 기업인으로서 도요타가 위기를 맞은 가장 큰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도요타는 말 그대로 최고의 기업입니다. 도요타나 GM 같은 기업은 이미지가 아빠 같은 기업입니다. 파워가 아주 강한 아빠, 그렇기 때문에 내부적 파워가 강해 오히려 작은 사안은 쉽게 무시해 버릴 수 있는 단점을 지니고 있는 거죠. 우리는 일본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세계 최고다 하는 일종의 교만 같은 자세가 지금의 위기를 불러 들이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 파워는 아주 연약 한데서 만들어진 것에 불과 한데 말이지요.”
 
이해관계자들의 말을 경청하라
 
유한킴벌리는 위기관리 요소들을 어떻게 찾아내고 또 준비하고 있나요?
과거에는 위기도 단순한 형태로 나타났지만 이젠 복합적인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이런 융합된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지 이런 고민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기업 체질도 강화된다고 봅니다. 또 위기관리는 모니터링 기능이 제일 중요합니다. 평소에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합니다.
이해관계자들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위기가 닥칠 수 있는지 경청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각 분야에 걸쳐 위기 상황을 점검합니다. 직원들을 통해서도 우리 회사에 어떤 위기가 올까를 찾아 냅니다. 경영진도 예외가 아니구요. 이런 것들을 종합해 위기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그리고 사안 별로 담당을 임명하고 지속적인 훈련을 시킵니다.”
 
경험 많은 PR인으로서 요즘 느끼는 PR 환경은 어떤가요?
최근처럼 사회가 다변화되는 시대일수록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정책 부분이 더욱 중요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PR이라는 게 보도자료 뿌리고 언론사와 관계 유지만 잘 하면 되는 업무 정도로 봤지만 이젠 환경이 많이 달라졌잖아요?
회사가 사업 영역을 키우려다 보면 단순히 예산을 짜고 비즈니스 플랜만 잘 세운다고 사업이 예상대로 순조롭게 이뤄지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기후변화, 도시환경 변화, 미디어 변화 등 일반 공중들이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사업 환경이 급속하게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일반 공중과의 관심사에서 벗어나면 그 사업은 영속할 수 없는 거죠. 때문에 PR인들은 공중의 관심사를 찾아내 주고 또 그런 것들을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정부와의 관계, 법을 다루는 국회와의 관계 등도 필요하구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위기관리, 이슈를 관리하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위기관리는 전 사원이 공유하는 것
 
기업 내 위기관리 사례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몇 년전 언론에서 우리 제품의 안전성을 가지고 논란이 일어나 제품 판매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발생했었습니다. 화학물질 사용과 관련한 내용이었는데요. 무조건 사용하면 안 된다는 식의 루머만을 가지고 일방적인 언론의 공격을 받았었습니다. 이런 사안에 대한 위기관리는 회사의 입장이 분명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는 엄청난 화학물질이 있는데 무조건 나쁘다고만 규정해 버리면 현대사회 존속 자체를 부정하는 거와 마찬가지잖아요? 그런 개념에 대해 정확하게 국가가 제시하는 규격, 공중들이 이해하는 합의점들을 이룬 상태에서 규격을 만들고 그 규격 속에서 회사가 지키고 더 노력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거죠. 당시엔 국가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미 FDA 기준에 따라 지키고 생산한 상황이었는데 한 차례 홍역을 치뤘죠.”
 
위기관리는 어느 부서에서 담당하나요?
사내에 위기를 담당하는 부서가 홍보팀에 준비돼 있긴 하지만 위기관리는 한 부서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전 사원이 같이 공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위기관리 과정에서 얻는 게 더 많다
 
위기관리 프로그램은 어떻게 사내에 정착시키고 있나요?
임원들부터 정기적으로 시뮬레이션 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도 여러 나라가 동시에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부분도 있구요. 예를 들어 대만에 저희 제품이 수출됐는데 그쪽에서 문제가 됐다면 바로 한국에도 문제가 되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사전에 일어날 문제를 예측하고 그에 따른 대응 방법을 역할 분담해 시나리오를 만듭니다. 또 그에 대한 모의훈련을 하고 제품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검증해 점검하고 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기업이 챙겨야 할 사항이 있습니까?
위기관리를 놓고 경계해야 할 사항은 첫째 우린 힘이 있어서 관계로 해결할 수 있어 하는 시각은 정말 위험합니다. 둘째는 설마 이런 것이 일어 나겠어 하는 시각입니다. 셋째는 눈 앞에 일어나는 것만 관리하고 끝 내려는 시각입니다. 하지만 위기관리란 눈에 보이지 않고 안 나타나는 것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가 더 중요합니다. 또 실제 상황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는 노력들을 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관리 과정에서 새롭게 얻는 지식들이 참 많습니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사원들 모두 하나의 회사 목표를 향해 한 방향으로 잘 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또 사원들이 행복해지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소통을 잘 해 회사에 대한 이해를 많이 하고 그걸 통해 회사 다니는 만족도가 높아지게 하고 그렇게 되다 보면 생산성도 높아지고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또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 합니다. 투명하게 종업원들이 다 볼 수 있도록 모든 걸 공개 합니다. 사원들과 하나의 신뢰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업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왜 중요한가요?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일각은 눈에 보이는 부분이지만 빙산은 물에 잠겨 있는 부분이잖아요? 보이는 부분인 9분의 1 일각에는 회사의 성장도 보이고 명성도 보이고 혁신적인 것도 보이고 좋은 영업망도 보이죠. 비즈니스나 영업망 같은 걸 통해 얻은 결과의 부분이죠. 그럼 보이지 않는 9분의 8인 빙산은 뭐냐? 바로 PR입니다. 바로 고객, 사원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만들어 내는 신뢰죠. 가족과의 밸런스, 사원과의 밸런스, 사회와의 밸런스를 잘 맞춰 나가는 것, 이런 기본적인 틀 속에서 종업원들이 신바람이 나고 또 회사에 대한 신뢰가 나오기 때문에 일각이 빛나는 겁니다. PR은 바로 경영이자 회사의 산소역할임을 명심해야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