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시대’ 언론의 변신…기자, 독자에 말을 걸다
‘소통시대’ 언론의 변신…기자, 독자에 말을 걸다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06.12 0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독자 직접 대화 채널 활성화, 독자가 편집방향 결정하기도

[더피알=안선혜 기자] 전통매체들이 독자와의 정서적 간격을 좁히기 위해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종이라는 매체 특성상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 간 쌍방향 소통이 쉽지 않았던 신문들이 새로운 변화를 속속 시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조선일보>는 ‘기자에게 물어보세요’ 코너를 신설했다. 지난 9일부터 본격 선을 보이기 시작한 이 코너는 조선일보 및 프리미엄 조선에 실린 기사 중 궁금한 점이 있으면 독자들이 직접 기자에게 질문할 수 있도록 했다.

기사를 읽은 독자들이 프리미엄 조선 홈페이지를 통해 질문을 올리면 정치·건강·교육·제테크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300여명의 기자들이 24시간 이내에 보다 전문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취지다.

▲ 프리미엄 조선 '기자에게 물어보세요' 페이지 화면 캡쳐.

현재 하루 평균 100여건의 질문이 올라오고 있고, 기자들이 답변한 내용은 질문과 함께 해당 게시판에 게재되고 있다. 질문자에게는 이메일로 기자의 답변이 전달되기도 한다.

아울러 조선일보 지면 기사를 비롯해 온라인판인 프리미엄 기사 하단에 ‘기자에게 질문하세요’ 코너로 바로 연결되는 질문 바(bar)도 배치, 기사를 읽다가 궁금한 점을 바로 물어볼 수 있도록 했다.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의 간격을 좁힌 것.

실제 ‘일본 언론은 브라질 월드컵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와 같은 질문에 대해 도쿄 특파원이 직접 현지 분위기를 전해주는 등 현장감 있는 답변들이 종종 눈에 띈다.

물론 아직은 시행 초기라 ‘넥타이 멋있게 매는법’ ‘간첩이 있다고 보나’등 다소 생뚱맞은(?) 질문들도 올라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측은 ‘기자에게 물어보세요는 조선일보나 프리미엄조선에 조선미디어그룹 기자가 쓴 기사에 대해서만 답변한다’는 내부 방침을 명시하고 있다. 김태은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과장은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가 아니다보니 기사와 상관없는 질문에는 일일이 답변하고 있지는 않지만, 무시가 아닌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이를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코너 신설을 위해 3~4개월 간의 준비 기간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 과장은 “처음 시행이 논의될 때는 편집국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제는 기자들도 다 독자와 소통한다는 취지를 충분히 공감하고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너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기술적 준비도 마쳤다. 질문자가 질문분야 및 기자 등을 선택하면 담당기자에게 휴대폰으로 자동으로 알림이 가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다만, 카테고리 선택을 하지 않은 질문에 대해서는 운영 담당자가 이를 처리하도록 한다.

김 과장은 “가장 중요한 건 데이터를 쌓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그룹화해 기사와 연계시키는 등 추가로 또 다른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JTBC, 온라인 편집권 시청자에게로

▲ 미디어 다음 내 jtbc 공감뉴스 페이지 화면 캡쳐.

시청자와의 소통 측면에서 보면 <JTBC>가 최근 새롭게 마련한 코너도 눈길을 끈다. 지난 4월 7일 포털사이트 다음과 손잡고 개설한 ‘공감뉴스’가 그것.

이는 ‘JTBC 뉴스9’이 포털 생중계 페이지를 전격 개편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편집국에서 자체적으로 배열한 순서가 아닌 네티즌들의 공감도(일종의 좋아요 표시)에 따라 기사 순위가 매겨진다는 점이 특징.

취재기자가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에 대한 응답과 함께 기사에 담지 못했던 내용도 공개하는 등 방송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좀 더 친밀한 소통이 이뤄진다.

또 공감뉴스와 함께 신설된 ‘취재수첩’은 뉴스9에서 다뤄지지는 않지만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소식이나 후속취재, 뒷이야기 등을 기자들이 풀어내는 코너다.

JTBC 관계자는 “그동안 뉴스9 온라인 시청자들이 댓글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 왔지만 일방적인 외침뿐이었다”며 “이번 특별 페이지를 통해 기자도 네티즌의 의견에 같이 공감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풀고 궁금한 부분은 해소할 수 있는 소통 창구가 마련됐다”고 전했다.

주요 언론의 이같은 새로운 시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디지털전략부 미디어담당 차장(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은 “뉴스룸에서 기자가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려는 모습은 대단히 의미 있는 접근”이라며 “뉴스가 이제 정보 상품이기 이전에 문화 상품에 속한다는 뉴스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했다.

최 차장은 이와 함께 “그동안 온라인에서 매체와 독자들과의 관계 개선이 거의 없었기에 당분간 눈에 띄는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독자들이 기자와의 소통을 통해 친근감을 확보하게 되면 그동안 온라인에서는 좀처럼 구축되지 않던 매체 브랜드 효과라든지 기자들의 지명도, 인지도 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디지털 시대에 발맞추려는 언론의 노력으로 해석하며, 중장기적으론 뉴스 생태계 변화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바라봤다.   

김 교수는 “회사(언론) 측에서 보면 디지털 환경에서 잃었던 매체 충성도(loyalty)를 확보하고, 독자들은 자신의 의견이 경청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며 “뉴스 생태계가 디지털로 무대를 옮기면서 뉴스라는 상품의 특징도 변하고, 뉴스를 둘러싼 플레이어들도 다양해지고, 플레이어들 간의 룰도 변했다. 미국은 지역 시민들이 편집국에 직접 참여하는 등의 퍼블릭저널리즘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는데, 우리도 그와 같은 시도들이 서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소통의 장은 열었지만, 열린 장을 보다 활성화시키려면 기존 기자들의 마인드 변화라든지, 언론사 내부 시스템 구축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진순 차장은 “단순히 양방향 소통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자찬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어떤 피드백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기자들 스스로도 개인의 개성 혹은 퍼스낼리티(personality)를 드러내면서 독자들과 감동의 소통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회사 차원에서는 교육 등을 통해 뉴스룸 내부의 효과 측정, 개선 방향 등을 애프터서비스 측면에서 계속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