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뉴스, 신문 위기 구원자될까?
큐레이션 뉴스, 신문 위기 구원자될까?
  • 박형재 기자 (news34567@nongaek.com)
  • 승인 2014.06.16 0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이신문의 위기, 미디어 플랫폼 다변화 가속

[더피알=박형재 기자] 미술관 큐레이터처럼 개인에게 필요한 뉴스만 모아서 제공하는 ‘큐레이션 뉴스’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뜨고 있다. 빅데이터 시대, 기사 홍수에 지친 뉴스소비자들이 편집자가 유용한 콘텐츠를 골라주는 서비스에 만족감을 나타내는 것이다.

언론사 입장에서도 기존 기사를 재활용해 쉽게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특히 뉴스 소비 구조가 네이버 등 포털 모바일 앱으로 쏠리는 상황에서 큐레이션 서비스가 뉴스 유통의 새 플랫폼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람들은 예전처럼 신문을 보지 않는다. 뉴스 홈페이지를 즐겨찾기하고 꾸준히 방문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대부분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뉴스를 건져 올린다. 출퇴근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던 대표 무가지 중 하나인 <포커스신문>이 지난 4월 말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 것도 최근 몇 년 새 급속도로 바뀐 미디어 소비 행태와 무관치 않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3 언론 수용자 의식조사’ 결과에는 이 같은 사실이 명확히 드러난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 이용률(68%) 및 뉴스 이용률(55.3%)이 사상 처음으로 데스크톱PC 이용률(64.4%)과 뉴스 이용률(50.7%)을 넘어섰다. 인터넷보다 모바일을 통해 뉴스를 보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언론진흥재단의 ‘스마트 시대 신문의 위기와 미래’ 연구는 보다 분명하게 최근 미디어 환경을 진단한다. “현재 신문의 위기는 뉴스와 정보의 위기가 아니라 ‘종이’라는 플랫폼의 위기”라는 것이다. 뉴스 소비 욕구는 여전하지만, 단일 플랫폼을 통해서만 뉴스를 소비하려는 사람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뉴스 생산자들이 ‘멀티 플랫폼 전략’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모바일 독자를 끌어오는 언론은 살아남고, 신문에만 목을 매는 언론은 도태된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

실제로 세계 주요 매체들은 최근 ‘플랫폼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아예 종이신문을 없앨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미국 포브스는 잡지와 별도로 인터넷 공간에선 다양한 필자들을 영입해 고품격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언론 수용자 의식조사에서 또 한가지 주목할 데이터는 인터넷 뉴스 이용 추이다. 지난 1주일간 인터넷 뉴스를 이용한 사람들에게 이용 방법을 확인한 결과, ‘포털 사이트 메인 페이지의 뉴스 제목이나 사진을 보고 클릭해서’라는 응답이 71.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오른 인물이나 사건을 찾아서’(48.5%), ‘포털 사이트 뉴스란(홈)에서 관심 있는 분야·주제의 뉴스를 찾아서’(33.5%)가 2, 3위를 기록했다. 인터넷 뉴스 소비는 대부분 포털 사이트에서 이뤄진다는 뜻이다.

포털 사이트를 경유해 뉴스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 2/3 가량은 자신이 보는 뉴스를 작성·제공한 언론사는 모르고 있었다는 조사 내용도 눈길을 끈다. 브랜드 중심으로 뉴스를 이용하는 패턴이 상당히 줄었다는 얘기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이용했다’는 응답률도 4위로 높게 나타나 소셜미디어가 인터넷 뉴스의 중요한 이용 경로가 될 수 있음을 나타냈다.

뉴스 신뢰 하락이 큐레이션 불러와

독자들이 큐레이션 뉴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뉴스공급자의 과잉 때문이다. 과거의 뉴스는 소수의 언론사가 제공하는 믿을 수 있는 콘텐츠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뉴스가 넘쳐나면서 독자들은 수많은 기사 중 내가 필요한 정보를 찾는 과정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기사를 접할 수 있는 채널이 늘어난 것도 독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뉴스의 신속성은 더해졌지만 허위 정보와 낚시성 뉴스가 범람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기사의 홍수와 끝없는 검색에 지친 독자들은 ‘큐레이션 뉴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일종의 편집자가 개입해 적절한 기사, 맞춤형 콘텐츠를 선별해 제시해주는 형태의 미디어에 호감을 나타내는 것이다.

큐레이션 뉴스는 새로운 시도가 아니라 기존에 있던 편집 영역의 확장이란 분석도 있다. 사실 언론사와 포털사이트는 이미 각각의 기준에 따라 콘텐츠를 선별하고, 뉴스 가치(Value)를 평가한 편집본을 내놓고 있었다. 그러나 ‘충격’ ‘경악’ 등의 제목을 단 선정적 기사가 언론사 메인화면에 올라오고, 비슷한 내용의 배끼기 기사와 어뷰징이 계속되면서 독자들은 미디어를 신뢰하지 않게 됐다. 결국 언론 스스로 자신의 권위를 깎아내린 셈이다.

기존 매체에 대한 실망이 큐레이션 뉴스를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념과 광고 등에 자유로운 공정한 언론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기존 매체는 못 믿겠고, 누가 한번 걸러줬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늘어나 믿을만한 사람이 선택해 준 뉴스를 찾는다는 지적이다.

▲ 신문 열독률 그래프. (자료출처=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3월호)

큐레이션 뉴스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해외에서는 플립보드, 핀터레스트 등의 서비스가 이미 인기를 끌고 있다. 플립보드는 개인화된 맞춤형 구독서비스와 다양한 SNS와의 연동을 지원한다.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모아 매거진을 만드는 방식이다. 2009년 출시 후 월 30억건 이상의 콘텐츠와 하루 150만명 이상 방문하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핀터레스트’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이어 3대 소셜네트워크로 불릴 만큼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핀터레스트는 이용자가 설정한 관심 정보들을 추천해주고, 이를 자신의 취향에 따라 ‘핀을 꽂아’(pin-it) 관리하게 해주는 서비스다.

국내에도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우선 외신 기사를 번역, 요약해주는 ‘뉴스페퍼민트’가 눈길을 끈다. 뉴스페퍼민트는 기존 국내 언론사들이 전달하지 않는 외신 가운데 편집진이 가치 있다고 판단한 뉴스를 소개한다. 예컨대 워싱턴포스트에 올라온 세월호 관련 기사 전문을 싣거나, ‘왜 전업 주부 비율이 증가할까?’라는 이코노미스트의 분석기사를 전달하는 식이다.

뉴스퀘어는 뉴스를 요약, 정리해주는 모바일 앱이다. 수많은 뉴스 중에서 에디터가 선정한 주요 이슈를 500자 이내로 압축하고 재구성해 뉴스 흐름을 쉽게 전달한다. 뉴스의 전반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것도 특징. 이슈를 시간 흐름 순으로 묶어 사건의 배경과 전후 관계를 파악하기 쉽게 돕는다.

중앙일보, 한겨레 등 기성 미디어들도 경쟁적으로 큐레이션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미디어 스파이더’는 뉴스 큐레이션 모바일앱 서비스로, 중앙일보와 일간스포츠 등 100여개 이상의 제휴 언론사와 SNS 콘텐츠를 카테고리별로 분류해 제공한다. 여러 사이트를 다닐 필요 없이 한 곳에서 다양한 언론사와 SNS 정보를 볼 수 있는 한국형 ‘플립보드’ 서비스다. 앱을 출시한 제이큐브인터랙티브는 중앙일보의 온라인미디어 자회사다.

‘한겨레 라이프’는 한겨레, 한겨레21, 씨네21 등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드는 매체 기사들을 2주마다 묶어서 보여주는 디지털 매거진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통해 서비스한다.

진화하는 큐레이션 뉴스, 어떻게 바뀔까

인포그래픽 큐레이션 뉴스도 눈길을 끈다. 뉴스젤리는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만든 인포그래픽 콘텐츠를 제공한다. 공공데이터, 소셜데이터, 서베이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시각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전달한다. 예컨대 ‘지하철역 출퇴근길, 내가 숨쉬는 공기는 괜찮을까?’라는 뉴스에서는 주요 지하철의 공기오염도를 비교해 지하철별로 순위를 매겼다.

큐레이션 뉴스는 인터넷과 모바일 발달이 부른 피할 수 없는 변화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언론사의 절박함과 정제된 정보를 원하는 독자의 요구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다.

손동영 한양대 커뮤니케이션센터장은 “큐레이션은 하나의 트렌드”라고 진단했다. 정보가 도처에 널려있고 양적 한계에 다다른 미디어 환경에서 앞으로 꾸준히 생기고 소멸하며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수석연구위원은 “언론사들이 뉴스 콘텐츠의 재활용과 이로 인한 수익 창출을 위해 큐레이션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큐레이션 뉴스는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저작권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분명한 건 언론사들이 거대한 도전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이제 사람들이 찾아오는 새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권위를 내려놓고 ‘모바일 맞춤형 뉴스’, ‘소비자를 찾아가는 뉴스’를 생산해야 한다.

파편화된 기사들 가운데 상호 보완 관계에 있는 것들을 서로 묶고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도 진행해야 한다. 어떤 관점을 중심으로 수많은 기사들을 배치하고 연결해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고 독자에게 더 쉽게 다가가려는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뉴스룸이 여전히 종이신문 중심이며 디지털·모바일 플랫폼을 위한 고민과 투자는 근시안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종이를 벗어난 뉴스생산·유통, 그 과정에서 최적화된 콘텐츠와 비즈니스 모델을 빠르게 구축해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각 언론사들이 모바일 시대에 맞춰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