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미끼로 기생하는 ‘떳다방’
건강을 미끼로 기생하는 ‘떳다방’
  • 유현재 (hyunjaeyu@gmail.com)
  • 승인 2014.07.1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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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의 Now헬스컴] 교묘한 영업전략, ‘헬스리터러시’ 논의 필요

[더피알=유현재] 지난 3월 식약처와 경찰청은 노인과 부녀자들을 상대로 ‘식품’일 뿐인 일부 상품을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에 특효인 ‘치료약’인 것처럼 허위로 홍보해 판매한 소위 ‘떳다방’ 30여 곳을 적발했다. 이들은 모두 행정처분 및 고발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떳다방은 대단히 짧은 기간 동안 건강식품 등 노인과 부녀자들이 관심을 가질 법한 상품의 판매를 목적으로 일정한 장소를 빌려 손님을 호객한 다음,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팔아 치우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범법자 집단을 가리킨다.

다수의 노인들은 떳다방 업자들의 근거 없는 허위 의학정보 등에 속아 구체적인 성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치매예방, 혈관질환 치료, 심장질환 개선 등에 특효라는 사기성 말만 철썩 같이 믿고 구매하곤 한다. 물론 그렇게 팔기만 하고 내빼는 사람들이 건넨 제품이 건강에 도움이 될 가능성도 대단히 희박하지 싶다.

▲ 떳다방 방문을 이끄는 홍보 포스터와 선물 교환권.

심지어 얼마 전에는 떳다방을 통해 유통되면서 만병통치약으로 포장되던 건강식품에 스테로이드 성분이 발견돼 난리가 난 적도 있다.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대단히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하는 스테로이드가 떳다방을 통해 쉽게 유통되는 제품에서 검출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상품의 제조에까지 손을 대는 행위는, 7만원짜리 건강식품을 70만원에 팔아먹는 사기보다 어쩌면 더욱 위험하고 나쁜 범죄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떳다방의 호객 과정은 다양하겠지만, 아주 불쾌하게도 다수의 떳다방이 ‘홍보’라는 말을 너무나 자주 사용하며 범죄를 구성하고 있다. 일단 범죄가 벌어지는 바로 그 공간을 떳다방들은 ‘홍보관’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레이저 치료기 체험 홍보관’ 혹은 ‘저주파 특수 안마기 홍보관’ 등이 대표적 사례다. 모든 사기 행각이 이뤄지는 문제의 장소에 PR(Public Relations)과 같은 말로 통용되는 용어를 붙여 놓았기에 홍보인의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불쾌하다.

범죄를 구성하는 ‘홍보관’

떳다방은 문제의 ‘홍보관’에 노인들과 부녀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대체로 유흥이 동반되는 각종 공연이나 건강강좌 등을 마련한다. 이같은 내용은 특정 지역 사회에 포스터와 전단지로, 입에서 입으로 빠르게 전파된다. 상대적으로 낮 시간에 한가하거나 판단력이 다소 흐려진 고령의 어르신들, 가족 구성원 없이 지내는 독거노인 등이 홍보관을 방문하는 주요 타깃이다. 쉽게 말해 떳다방의 쉬운 먹잇감인 셈이다.

홍보관에서 배포한 포스터를 보면 그 어디에도 “우리는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할 겁니다”라는 문구는 없다. 대신 홍보관 안에는 건강에 염려를 갖는 핵심 타깃층이 혹할 만한 각종 이벤트들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또 노래방 기기와 함께 노인잔치, 각종 치료기기의 안내와 시연, 안마기 직접 체험 등이 미끼가 돼 서서히 어르신들을 감정적으로 공략한다. 물론 이 모든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노인들과 부녀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O원’이다.

일단 이렇게 떳다방에 발을 내디딘 ‘미래 고객’들은 일종의 쿠폰이자 스탬프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 번 방문할 때마다 도장을 찍어주며, 일정 횟수에 도달하면 초저가의 생필품을 안기기도 하는 것이다. 질 낮은 각종 생활용품을 잔뜩 쌓아놓고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함으로써 자신들이 대단히 양심적인 사람들임을 ‘홍보’하는 경우도 많다고 알려진다. 결국 한 두 번씩 이같은 ‘홍보관’을 다녀가면 무언가 푸짐하게 받아 간다는 안심감을 들게 만드는 것이다. 한마디로 ‘호이미지’가 형성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즈음, 떳다방의 범법자들은 마각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동안 별 이야기 없던 건강기능 식품을 슬쩍 홍보하면서 본격적으로 구매를 종용한다. 떳다방에서 판매하는 소위 건강관련 상품은 몇 가지 유형이 있다.

그냥 ‘식품’일 뿐인 상품을 약품이나 치료제로 둔갑시켜 속여서 판매하는 경우도 있고, 외국에서 수입한 건강식품을 어처구니없는 말로 포장해 수십 배의 마진을 남기는 사례도 있다. 또 한 가지는 앞서 지적한 대로 자신들이 아무렇게나 제조한 ‘위험천만한 상품’을 파는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자신들을 은퇴한 의사라고 속인 다음 자체 개발한 건강식품을 만병통치약이라 우기며 판매한 사건도 있었다. 외국에서 수입된 건강기능식품은 일부러 상품명이 어려운 것을 고르는 치밀함까지 보였다고 한다.

▲ 떳다방 업자들에게 입수한 건강보조식품 및 경품들. ⓒ뉴시스

떳다방의 영업 전략을 살펴보면, 참으로 인정하기 싫고 씁쓸하지만 노인과 부녀자들이 설득될 수 있는 꽤나 효과적인 홍보를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어떠한 부류의 사람들을 노려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타깃팅에 뛰어나고, 영업을 펼쳐야 하는 특정 장소들도 매우 효과적으로 골라낸다. 언론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서울이나 대도시보다는, 비교적 소규모의 지역사회를 주 무대로 삼는다. 어느 정도의 수입과 어떤 유형의 가족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주요 먹잇감이 될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말이다.

결국에는 수십, 수백만원에 이르는 고관여 ‘건강식품’을 팔아먹을 의도이지만, 사람들이 철저히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하게 만드는 저관여 쇼핑의 최적 조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친밀도 높은 스킨십 과정들을 통해 ‘우리는 당신들 편이다’라는 감정을 발생시킨 떳다방 사기꾼들은 노인들이 부지불식간에 그동안 챙겨뒀던 쌈짓돈을 열어 건강식품을 구매하는 그 순간까지 필사의 노력을 다하게 된다.

때로는 쉽게 결정하지 않는 노인들에게 면박도 주며, 다시 회유도 했다가, 자신들도 모르는 성분과 효능 이야기들을 다시 꺼내기도 할 것이며, 결국엔 어르신들 스스로가 건강해야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는다는 결정적 멘트로 머뭇거리는 부녀자들을 사로잡는 흐름이다. 이는 흡사 우리가 학습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실행방안과 상당 부분 닮아 있다.

노인과 부녀자 피해 속출…전국 공통 대책 강구돼야

안타까운 현실은 현재 떳다방이 홍보관을 중심으로 펼치고 있는 전략들이 먹혀들고 있으며, 우리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경로로 팔리는 건강식품은 효능과 성분이 과장될 가능성이 매우 크며, 건강을 말하고 있지만 도리어 건강을 해할 가능성도 높은 위험한 상품일 수 있다.

이같은 답답한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을 관찰하면서, 헬스커뮤니케이션의 주요 주제인 ‘헬스리터러시(Health Literacy)’를 떠올렸다. 헬스리터러시란, 사회의 구성원이 자신 혹은 주변 사람들의 건강과 관련해 얼마나 올바른 지식을 가지고 현명하게 적용 및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노인들의 헬스리터러시는 대단히 심각한 수준이다. 노인들의 헬스리터러시 증가 및 유지는 상당 부분 자손들과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챙겨야 한다. 물론 독거노인이나 특별한 상황이 존재할 경우에는 정부가 새롭게 주장하는 ‘적극적 복지’를 통해 이 같은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현재 식약처 등 일부 건강관련 기관에서는 예비 피해자들을 방지하기 위한 활동을 실제로 펼치고 있기도 하다. 경로당을 순회하며 어르신들과 떳다방의 진실에 대한 대화도 실행하고, 생각보다 심각한 부작용 및 피해사례 등을 담은 자료도 배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은 대규모가 아닌 것으로 판단되며, 모든 지자체가 욕심을 부려 시행해야할 대단히 핵심적인 대 공중 헬스커뮤니케이션이 아닐까 싶다.

전국 공통으로 사용될 떳다방 관련 안내 매뉴얼을 제작해 활용도를 높이고, 지속적인 공론화도 의도하며, 노인들과 부녀자들의 리터러시를 향상시키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다각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끝으로, 이처럼 독버섯 같은 떳다방이 당신의 근처에 활동하는 조짐이 발견된다면 ‘주저없이 국번없이 1399’로 신고하도록 하자. 불량식품 신고전화이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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