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지의 경제지化, 콘텐츠 확장인가 외도인가
스포츠지의 경제지化, 콘텐츠 확장인가 외도인가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09.0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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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분야 기사 비중↑…수익성 활로 개척?

[더피알=강미혜 기자] 스포츠신문이 ‘스포츠’라는 본거지를 벗어나 정치·경제 등 다른 영역으로 콘텐츠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다양한 독자의 관심사를 반영,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매체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려는 일종의 자구책이다. 하지만 기업에 ‘기사압력’을 넣어 광고·협찬을 끌어내려는 목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종합화되어 가는 스포츠신문의 변신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최근 들어 스포츠신문에서 경제·산업 관련 기사를 자주 접할 수 있다. 대부분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유통되는 기사들이다. 특정 사안에 대한 개별 기사는 물론이고, 경제 전반의 뉴스를 카테고리화하거나 아예 별도의 사이트를 구축하는 식의 체계적 움직임도 엿보인다.

한 예로 <스포츠조선>은 지난해부터 생활경제 분야에 포커스를 맞춘 ‘소비자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독자 제보를 통해 들어오는 사안에 대해 기자가 직접 취재, 문제점이나 소비자 불만을 해결하는 고발성 코너다. 이에 대해 스포츠조선 측은 “소비자는 대기업과 금융기관, 유통자본에 움츠러들 때가 많다”며 “소비자들의 불만을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내 일처럼’ 해결에 최선을 다한다”고 취지를 밝히고 있다.

▲ 최근 스포츠신문들이 경제뉴스를 강화하고 있다. <스포츠조선>은 웹사이트 내 ‘소비자 고발센터’를 두고 기업이나 제품 관련 소비자 불만을 접수받는다. 사진은 해당 사이트 일부 화면 캡처.

스포츠조선은 웹사이트 내 ‘소비자 고발센터’를 두고 게시판을 통해 직접 제보를 받는다. 올라온 글들을 보면 자동차나 세탁기, 휴대폰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소비재 관련 불만들이 많다. 이같은 제보를 근거로 작성되는 기사여서 소비자인사이트는 기업이나 제품 관련 비판적·부정적 성격이 짙다. 기업 입장에선 ‘아픈’ 기사들인 셈이다.

<스포츠서울닷컴>의 경우 지난 7월부로 제호를 <더팩트>로 바꾸고, 스포츠지에서 대중종합지로의 행보를 시작했다. 주력인 스포츠·연예뿐만 아니라 경제·사회·정치·해외 등 전 분야에 집중하되, 철저한 현장 취재로 팩트(사실) 뉴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더팩트는 경제뉴스와 관련해선 이미 상당한 ‘내공’이 있다. 수 년 전부터 ‘비즈포커스’란 별도 페이지를 통해 꾸준히 기사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기업 관련 이슈에 집중하면서 생활경제, 자동차, IT 등 소비자 관여도가 높은 분야를 비중 있게 다루는 모양새다.

이밖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 스포츠신문들이 경제나 산업, 사회 관련 이슈로 콘텐츠의 범위를 넓혀나가는 추세다.

▲ <더팩트>(옛 스포츠서울닷컴) 수 년 전부터 ‘비즈포커스’란 별도 페이지를 통해 경제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해당 사이트 일부 화면 캡처.

무가지에 밀리고 온라인에 치이고


스포츠신문의 이같은 변화는 수익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이 언론계의 중론이다. 미디어 환경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그리고 모바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전통적인 연예·스포츠 기사만으론 먹고 살기가 힘들어졌다. 자연히 광고나 협찬을 비교적 쉽게(?) 끌어올 수 있는, 주인 있는 기업 기사가 선호되기 시작했다는 것.

인터넷을 기반으로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신생매체들이 스포츠신문과 유사한 콘텐츠를 앞세워 클릭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스포츠신문의 ‘외도’를 부른 결정적 요인이 됐다.

언론계 사정에 정통한 한 중견기자는 “2000년대 초 무가지의 등장으로 타격을 입은 스포츠신문들이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으로, 콘텐츠적 측면에선 경제·기업 뉴스에 주력하게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지금은 무가지 시장마저 초토화됐을 정도로 언론 환경이 더 나빠졌다. 스포츠신문이 기업 광고주를 의식한 뉴스로 광고수익 증대를 꾀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스포츠신문의 경영난은 심각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4 신문사 재무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대 메이저 스포츠지가 모두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일간스포츠>는 매출액이 전년도인 2012년과 비교해 35.32% 줄어든 207억여원이었고, <스포츠조선>은 -21.34%인 300억여원을 기록했다. <스포츠서울>은 -6.64%(245억원)로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작았지만 이는 전전년도인 2012년 경영성과가 최악이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2014 신문사 재무분석 보고서’
언론재단 측은 “3개 (스포츠)신문사 합계 매출이 세계적 금융위기 여파로 경제가 안 좋던 2009년보다 못하다”면서 “스포츠지가 수행하던 많은 기능을 스마트폰이 대체하고 있고, 속보성이나 현장중계 등에서 모바일을 이길 도리가 없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결국 스포츠신문 입장에선 여러 방면에서 수익성 활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기업 광고주를 겨냥한 기사가 많아지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광고주 겨냥? 흠집내기성 기사 남발

문제는 광고·협찬 유치를 목적으로 ‘조지기 위한 도구’로 기사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좋은 기사보다는 나쁜 기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업(홍보팀) 생리를 잘 아는 일부 스포츠신문이 흠집내기성 보도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광고주협회에서 운영하는 <반론보도닷컴>은 기업 및 총수, 그 일가를 대상으로 네거티브 기사를 쏟아내는 스포츠신문의 행태를 고발하며, “기자가 작정하고 펜대를 휘두르면 그에 대응하기 위해 홍보실 전체가 업무마비 상태가 된다. 진위 여부를 설명하려 해도 대화 자체를 거부하거나 핸드폰을 꺼놓고 연락두절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피해 기업 홍보담당자의 고충을 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언론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스포츠신문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트래픽(사이트 유입률)이 매우 높다”면서 “설사 흠집내기용 기사라 하더라도 기업평판이나 제품이미지를 고려해 볼 때 (홍보팀에서) 손쓰지 않을 수 없다”며 스포츠신문의 기업뉴스가 광고확보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스포츠신문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부족한 콘텐츠를 보강해 매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인데 나쁘다고만 보는 건 무리가 있다는 반론이다. 모 스포츠신문 간부는 “산업적 측면에서 신문은 오래전부터 사양길을 걷고 있다. 스포츠지 역시 스포츠·연예 뉴스만으론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다른 영역으로 활로를 개척하는 것”이라고 했다.

더욱이 온라인상에서 매체 간 콘텐츠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데, 유독 스포츠신문에 대해서만 날선 비판이 가해진다는 시각도 있다.

언론계 한 관계자는 “요즘은 종합지나 경제지 온라인판을 보면 너나없이 연예·스포츠 기사로 도배돼 있다”며 “클릭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종합지·경제지가 외도하는 건 괜찮고, 광고를 위해 스포츠지가 기업기사를 쓰는 건 안된다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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