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 넘은 혁신, ‘이종업 콜라보’
결합 넘은 혁신, ‘이종업 콜라보’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4.09.1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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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마케팅 이상의 ‘융합 결과물’로 확대…해외서도 활발


[더피알=문용필 기자] 항공사와 백화점, 제약회사와 커피전문점, 세탁업체와 증권회사… 도무지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분야의 기업들이다. 그러나 이렇게 각기 다른 분야에 속한 기업들의 협업, 즉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라고 불리는 업무제휴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그 영역도 단순한 마케팅이나 공동 판촉을 넘어 서로의 기술과 장점을 융합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종(異種) 산업간 콜라보레이션은 이제 기업들에게 또 다른 성장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초 가요계와 온라인을 달군 재미있는 사건이 있었다. 가수 비와 태진아의 콜라보레이션 무대가 바로 그것이다. 비의 노래 ‘라송’의 후렴구 목소리가 태진아의 목소리와 비슷하다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이어지자 전격적으로 성사된 무대였다.

연말가요시상식이나 음반 등을 통해 다른 장르의 뮤지션들이 콜라보레이션을 펼치는 것은 종종 있던 일이지만 트렌디한 음악을 추구하는 월드스타 비와 트로트의 거목인 태진아가 함께 방송사 가요순위 프로그램에서 합동무대를 꾸민 것은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임에 분명했다.

생뚱맞게, 참신하게

이같은 ‘생뚱맞은’ 조합은 가요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종기업의 콜라보레이션은 이제 산업 전반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하나의 트렌드로 정착되고 있다. 나이키와 애플이 지난 2006년 협업을 통해 탄생시킨 헬스케어 서비스 ‘나이키 플러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현우 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이종산업간 콜라보레이션에 대해 “한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와의 협력을 통해 고유의 산업경계를 넘어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인식을 바꿈으로써 새로운 시장에 성공적으로 확산 또는 이동할 수 있는 전략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종산업간 콜라보레이션이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규배 대전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사업에서 제휴 파트너 기업들의 역량을 결합해 자신이 가진 강점을 강화하거나 약점을 보완함으로써 새로운 마케팅 경쟁우위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신상품이나 신 시장을 창출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성공적으로만 이뤄진다면 동종 산업 내 제휴에 비해 가지는 강점인 혁신성이 높아져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소비자 측면에선 기존 상품들이 제공하지 못했으나 소비자의 잠재된 니즈와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4월 대한항공과 제휴해 최신 트렌드 콘셉트 매장인 ‘4n5’의 일부 공간을 기내 콘셉트의 전시공간으로 꾸몄다.(사진제공: 신세계)

이종산업간 콜라보레이션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와 홍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 교수는 “인지적·감정적으로 (소비자의) 긍정적인 반응을 유발하고 제품에 대한 태도와 구매 의도에 있어서도 높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검증되고 있다”며 “소비자의 소비성향과 광고에 대한 반응 간에도 긍정적 관계가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브랜드 자산(파워)이 약한 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브랜드 자산이 강한 기업과 제휴함으로써 브랜드 인지도와 호의적인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며 “브랜드 자산이 강한 기업이라도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파트너 기업이나 브랜드와 제휴함으로써 기존의 브랜드 자산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약사+커피숍=?’ 다양해지는 콜라보 마케팅

최근 국내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종산업간 협업, 혹은 콜라보레이션은 공동 마케팅이다. 서로 다른 업종의 기업들끼리 마케팅 이벤트를 실시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방식이다.

의약기업인 한독은 지난 7월 커피전문점 ‘할리스’에서 국내 최초 젤리 형태의 숙취해소제인 ‘레디큐 츄’ 11만개를 제공하는 샘플링 이벤트를 진행했다. 전국 360여개 할리스 매장에서 진행된 이 이벤트는 저녁7시부터 9시까지 커피나 음료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레디큐 츄’ 1알을 증정하는 형태로 펼쳐졌다.

KDB대우증권은 세탁전문 체인업체 크린토피아와의 제휴마케팅에 나섰다. 매달 180만명의 고객이 주기적으로 크린토피아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 신규고객 접점의 확대기회로 판단하고 보다 많은 고객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제휴마케팅을 진행했다는 것이 KDB대우증권 측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KDB대우증권은 지난 6월 1일부터 7월 11일까지 크린토피아 세탁물 수령 시 옷걸이에 걸려있는 광고물을 지참하고 자사 영업점을 방문한 최초신규고객을 대상으로 세탁상품권 교환상담창구에서 상담과 상품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 한독은 커피전문점 ‘할리스’에서 숙취해소제인 ‘레디큐 츄’의 샘플링 이벤트를 진행했다.(사진제공:한독)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4월 주말 도깨비 여행객이 늘어나는 봄 시즌을 맞아 대한항공과의 제휴를 통해 최신 트렌드 콘셉트 매장 ‘4N5’의 일부 공간을 기내 콘셉트 전시공간으로 꾸미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해당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해외여행에 익숙한 20~40대 젊은층인 점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같은 형태의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은 더욱 큰 규모로 펼쳐지기도 한다. 삼성전자와 KT,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2년 ‘스마트 드라이브’ 구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벤트 진행 등 공동 마케팅을 추진한 바 있다. 이들 3사는 현대차를 구매한 고객들에게 올레 스마트홈 패드 패키지, 혹은 갤럭시노트 LTE를 제공하는 ‘트리플 넘버원(Triple No.1) 스마트 페스티벌’ 이벤트를 선보였다.

장점과 기술의 만남, ‘전에 없던 결과물’ 탄생

이종산업간 콜라보레이션은 단지 공동 제휴 마케팅 형태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다. 각자의 장점과 기술력을 결합시켜 새로운 형태의 제품 등 의미 있는 결과물을 탄생시켜 업계와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기도 한다.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밀레는 지난 4월 워킹화 ‘아치스텝’ 시리즈의 출시를 기념하기 위해 해당 제품 구매 고객에게 손목밴드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 ‘아치스테퍼’를 증정했다. 아치스테퍼는 밀레와 건강관리 서비스 전문업체 ‘녹십자 헬스케어’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으로 도보수와 소모칼로리, 목표 달성률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끔 제작된 건강관리 기기다.

대웅제약은 매일유업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당뇨환자용 특수식 ‘메디웰 당뇨식’을 지난 3월 론칭한 바 있다. 필수 아미노산 지수가 높은 우유 단백질을 사용해 항산화 기능과 에너지 대사에 도움을 주는 13종의 비타민과 10종의 미네랄이 함유돼 있다는 것이 대웅제약 측의 설명이다.

또한 롯데칠성도 지난 4월 차병원의 계열사인 차바이오에프앤씨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건강음료 ‘닥터&닥터’를 선보였다.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가 제일모직과 손잡고 론칭한 의류브랜드 ‘노나곤(Nona9on)’의 성공 여부도 주목된다.

▲ 아웃도어 전문업체 밀레와 녹십자 헬스케어의 협업을 통해 제작된 웨어러블 기기 아치스테퍼.(사진제공: 밀레)

앞서 언급한 나이키와 애플간의 협업 외에도 해외에서의 이종산업간 콜라보레이션 사례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일본 후쿠오카 무역관이 지난 2012년 7월 ‘KOTRA 글로벌 윈도우’를 통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일본의 항공사 ANA와 의류업체 유니클로는 인기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Q’의 개봉을 앞두고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ANA의 일본 국내선 탑승권을 갖고 유니클로 매장에서 에반게리온 티셔츠를 구입하면 한정 배지 세트를 증정하는 마케팅을 기획한 것이다.

같은 해 6월 미국 디트로이트 무역관은 ‘KOTRA 글로벌 윈도우’를 통해 미국 자동차 업계의 이종 콜라보레이션 결과물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포드사는 이듬해 출시예정인 차량에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으로 개발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마이포드 모바일’을 탑재했는데, 운전자에게 배터리 충전상태와 인근에 위치한 충전소의 거리 등을 알려준다고 한다.

김규배 교수는 글로벌 기업간 이종 콜라보레이션의 좋은 예로 지난 2007년 LG전자와 프라다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프라다 폰’을 꼽았다. 김 교수는 “이종 사업간 제휴지만 명품 휴대폰 출시라는 측면에서 프라다라는 브랜드와의 제품 적합성이 존재했고 스타일과 디자인을 중시하는 LG휴대폰과 프라다 간의 브랜드 이미지 유사성도 존재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양사는 상품 기획 및 설계, 상품 출시 및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 영역을 공동으로 수행하며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는데, LG전자가 프라다의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제품 설계 및 디자인 사양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거나 프라다가 자신의 명품 매장에서 LG프라다폰을 판매한 것들은 적극적인 공동 마케팅의 실천의 구체적인 예”라고 언급했다.

‘상호 보완성’ ‘제휴 독점성’ 보장돼야

김 교수는 이종산업간 콜라보레이션이 앞으로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소비자들의 니즈와 욕구는 점점 다양해지고 산업 간 경계를 넘어서고 융합되는 새로운 가치를 소비자들이 명시적, 혹은 잠재적으로 원하게 될 것”이라며 “어떤 기업도 자신만의 능력으로 이를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 이종 산업 간 제휴를 통해 동종 산업 내 경쟁자들이 제공할 수 없는 새로운 가치를 소비자에게 빠른 시간에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우 교수는 “현대적인 마케팅 개념은 소비자와 생산자, 제공자와 피제공자의 구분을 없애면서 인간의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하이콘셉트 능력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전통적인 마켓에서 중요하게 생각되던 제품의 특징, 장점, 브랜드 이미지 대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기반한 가치가 더욱 강조되고 있는데, 이러한 소비자 지각상의 신규시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이종 장르 간 긴밀하고 지속적인 결합전략이 매우 유용하다”고 이종산업간 콜라보레이션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예측했다.

▲ lg전자는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프라다폰’을 탄생시킨 바 있다.(사진제공:lg전자)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종산업간 콜라보레이션에 있어서 적절한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김 교수는 “제휴 대상 기업이나 브랜드가 제휴를 통해 적용하고자 하는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의 관련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제품 적합성’이 커야 한다”며 “제휴를 수행하는 파트너 기업의 이미지와 그들이 보유한 상품 브랜드의 이미지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성을 나타내는 ‘브랜드 이미지 유사성’이 높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제휴에 참여하는 파트너 기업들이 자체적인 전문성을 갖고 상호 보완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호 보완성’이 높아야 한다”며 “파트너 기업들이 일정기간 동안 어느 정도의 독점적 제휴가 이뤄지는 ‘제휴 독점성’도 존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와 함께 “제휴 초기부터 상호 신뢰와 공동의 목표를 갖고 공동 마케팅 노력을 열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제품 적합성이나 브랜드 이미지 유사성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브랜드 희석효과나 부정적인 피드백 효과가 나타나게 돼 소비자들의 전반적인 브랜드 평가와 태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철저히 독자적인 브랜드 철학을 갖고 기업의 비즈니스 영역과 관련성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단발성의 행사로 그치기보다는 프로그램 단위의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진행이 필수적”이라며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갖고 진행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약자 간의 결합은 경쟁자에게 위협이 되지 못한다”며 “콜라보레이션은 가능하면 강한 브랜드끼리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협업관계 초기에 구체적이고 통제가능한 협력활동을 강화하고 상호 교류 경험을 통해 신뢰를 구축한 다음 협업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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