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디테일’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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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9.1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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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의 브랜딩 에세이] 하찮음이 빛난다

[더피알=정지원] 한 번이라도 더 사포질을 한 깔끔한 가구의 디테일, 갤러리 같은 쇼윈도로 구성된 세련된 쇼핑 모바일앱, 타고난 인성에 연륜까지 쌓인 사람 좋은 선배의 남다른 말 한마디에 이르기까지…. 최근 들어 더욱 자주 떠올리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바로 ‘디테일’이다.

사전적인 정의를 찾아봐도 알 수 있지만 디테일은 세부, 세목, 세밀, 정교함이라는 지엽적인 부분을 뜻한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무언가를 정말 완성도 있게 해보고자 노력해봤던 이들은 모두 알고 있다. 세부적이고 지엽적인 것이 결국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그 다음은 결국 디테일에서 승부가 난다는 것을 말이다.

진정성의 또 다른 이름

뭐니 뭐니 해도 디테일의 최고지점은 어느 분야에나 있는 소위 ‘선수’들의 디테일을 마주할 때 확인할 수 있다. 타고난 재능과 오랜 시간 공력을 모으는 수련을 거쳐 온 선수들 사이에선 디테일의 강약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최근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춤 좀 춘다는 선수들의 경연 <댄싱9>에서 현대무용수 김설진을 발견하게 됐다. 그의 첫 콜라보레이션 무대, 두 무용수가 마치 한 몸인 것 같은 움직임으로 각자 내·외면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온 몸으로 표현했다. 그는 절박한 표정과 몸짓으로 이별한 남자의 내면갈등을 소름끼치도록 절절히 표현하며 많은 이들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가 그간 무대에서 보여준 것은 단순히 조금 더 다르고 그저 예쁜 몸놀림이 아니었다. 춤에 있어서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독창성)를 찾고자 하는 무서운 몰입과 집중이었다. 바로 이 지점이 수많은 춤꾼들, 세계적인 발레리나들을 제치고 그가 최종 우승자가 된 힘일 것이다. 디테일의 정점은 바로 이런 경지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진정성의 또 다른 이름이 바로 디테일이 아닐까.

해마다 여름이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뮤직 페스티벌의 뜨거운 경쟁 속에서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는 ‘도심형 뮤직페스티벌’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올해도 싸이와 호란, 요조, 이적, 오지 오스본, 마룬 파이브를 초청해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을 만날 수 있는 흥겨운 무대를 제공했다. 이틀 공연에 9만5000명의 관객을 집결시켰고, SNS에서는 오지 오스본의 파괴력 넘치는 무대장악력에 대한 다양한 감상과 흥분이 고스란히 공유됐다.

▲ 현대카드에서 주최한 시티브레이크 행사장에 비치된 쓰레기통. (사진제공:현대카드)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다름 아닌 공연장 내부에 마련된 쓰레기장이었다. 대형 공연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사방에 널려있는 쓰레기들을 경험했을 것이다. 짧은 시간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일시에 발생되는 쓰레기들을 보면서, ‘그래, 어쩔 수 없겠지’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기는 해도 기분 좋은 경험일 수는 없다.

그런데 시티브레이크는 조금 다른 접근을 했다. 마치 공연 쓰레기장을 위한 디자인시스템을 기획이라도 한 듯 가시성 높은 옐로우와 블랙 컬러를 활용하고, 가장 정직한 정보 ‘쓰레기장’이라는 언어와 이를 상징화한 픽토그램(사물, 시설 등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그림으로 표현한 것)을 단독요소로 적용했다. 뿐만 아니라 농구골대의 형태로 분리수거형 쓰레기장을 만들어 재미요소를 부가하기도 했다.

현대카드라는 기업의 아이덴티티, 철학과 디테일이 돋보이는 현장이었다. 현대카드의 본업이라는 관점에서 봐도 시티브레이크 공연은 부차적일 수 있다. 거기에다 시티브레이크 공연 가운데 쓰레기장은 누가 봐도 지엽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 지엽적인 부분에서의 만족도는 핵심, 본업에 대한 신뢰와 만족으로 이어진다.

사실 현대카드의 브랜딩이 주목 받는 의미 있는 지점 중 하나가 바로 이 지엽적인 부분에 있다. 카드회사가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최고의 상권에 최고의 콘텐츠로 가장 세련된 공간디자인을 통해 제공하는 것, 재래시장을 혁신시키고 공공디자인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 이 모두가 본업과 달라 지엽적이되 핵심으로 관통되는 디테일인 것이다.

▲ 발뮤다는 제품 사용 시 잘 보이지 않는 면까지 디테일하게 소개하고 있다. 사진은 발뮤다 가습기 밑면, 공기청정기 윗면, 선풍기 뒷면.(출처:발뮤다 인터넷 홈페이지)
가전업계의 애플이라는 별명이 생긴 ‘발뮤다(BAL­MUDA)’라는 브랜드에서도 디테일의 철학이 빛난다. 핵심만 남긴 심플한 외양, 저전력에서 최대 성능을 내는 기능성으로 대변되는 ‘최소에서 최대를(最小で最大を)’이라는 그들의 디자인 철학은 이미 보이는 외양과 기능을 통해서도 충분히 드러난다.

발뮤다의 홈페이지를 보면 좀 더 재미있는 사진을 볼 수 있다. 각 제품의 소개 페이지에는 소비자가 구매 후 실제 사용하면서는 보이지 않을 제품의 밑면이나 뒷면, 부속품의 풀(full)이미지가 늘 포함돼 있다.

에어워셔의 아래 모양이나, 선풍기의 뒷면은 사실상 달의 뒷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뮤다는 설사 고객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 하더라도, 자신들의 철학이 미치지 않는 것이 아님을 이렇듯 담담하지만 힘 있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디테일의 만족, 본업에 대한 신뢰로

점점 더 고도화되는 브랜딩 경쟁에서 ‘디테일’의 의미가 더욱 커지는 것은, 생명이 없는 제품과 서비스를 접하는 고객들에게 그 어떤 ‘관계’로 느끼게 해주는 지점이 바로 디테일에 있기 때문이다. 한 브랜드가 디테일에 집중한다면 그것은 브랜드가 당신에게 더 에너지를 쓰겠다는 의미다. 당신을 위해 더 애쓰겠다는 것, 좀 더 성의 있게 사업을 해보겠다는 뜻이다.

한여름에 그늘집에서 쭈쭈바를 제공해주는 골프장, 의류택(tag)에 세탁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픽토그램들과 함께 ‘Or give it to your mother. She knows how to do it.(아니면 엄마에게 주어라. 그녀는 어떻게 세탁할지 알고 있다)’이라는 문구로 한 번 더 미소 짓게 해줄 수 있는 의류회사. 이들의 생각과 마음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고객들이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들을 모아보면 의외로 사소한 부분일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는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차이를 만들 줄 아는 브랜드이다.

만약 당신의 브랜드가 ‘디테일’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이야기되는 빈도가 늘어가고 있다면 진심으로 기뻐해도 좋을 것이다. 당신의 브랜드가 고객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세심하고 가장 지엽적인 디테일 속에 가장 진실한 진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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