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의 진’ 친 다음카카오, 여론 돌릴 수 있을까
‘배수의 진’ 친 다음카카오, 여론 돌릴 수 있을까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4.10.13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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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청요청 불응할 것”…이석우 대표의 달라진 태도 ‘눈길’

“안이한 인식과 미숙한 대처로 사용자에게 불안과 혼란을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더피알=문용필 기자] 최근 불거진 ‘카카오톡 검열’ 의혹과 관련,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공식적으로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와 함께 향후 수사기관의 감청요청 영장에 대해서는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 13일 오후 열린 다음카카오 긴급기자간담회에서 고개를 숙이는 이석우 공동대표 ⓒ뉴시스

이 대표는 13일 오후 6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선 그는 “보안을 철저히 하고 관련 법제도를 따르는 것만으로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있다고 자만했다”며 “그동안 카카오톡을 아껴주신 사용자들의 불안한 마음을 더 빨리 깨닫지 못하고 최근 상황까지 이른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또한 “이용자의 마음을 더 깊이 헤아리지 못하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 본인의 미숙한 대처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이러한 잘못을 다시 하지 않기 위해, 법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는 정책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로 “감청 영장에 대해, 10월7일부터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에도 응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영장 집행 과정에서 최소한의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절차와 현황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을 모시고 정보보호자문위원회를 구성, 검증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영장 집행 이후, 집행 사실을 해당 이용자에게 통지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기 위해서 유관기관과 논의를 시작하겠다”며 “투명성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발간하겠다. 첫 보고서는 연말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8일 발표한 ‘프라이버시 모드’ 도입과 관련해서는 “1:1대화방은 연내, 그룹방은 내년 1분기 내, PC버전은 내년 2분기 내에 지원하겠다”며 “수신확인된 메시지를 서버에 저장하지 않는 기능은 내년 3분기 내에 도입하겠다”고 구체적인 실행시기를 공개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이용자의 신뢰를 되찾는 일은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를 계기로 국내 뿐만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 언제나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는 기업이 되겠다”며 거듭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긴급하게’ 열린 기자회견, 사과 또 사과

이날 다음카카오의 긴급 기자간담회는 말 그대로 ‘긴급하게’ 열렸다. 오후 6시로 예정된 기자회견이었음에도 문자메시지를 통해 기자들에게 공지를 띄운 시간은 당일 오후 4시 20분께였다.

기술적인 보안 강화조치를 발표하고 사용자들에 대한 사과공지문을 남기는 등 나름대로 대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음카카오 측이 얼마나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촉박한 공지시간에도 불구하고 다음카카오가 최근 ‘이슈의 중심’에 위치해 있음을 방증하듯 기자간담회가 열리기 30여분 전부터 각 방송사 카메라를 비롯한 일부 취재진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10분 전에는 빈 자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기자간담회 장은 각 매체에서 모여든 기자들로 가득 찼다.

이 대표가 기자회견 발표문을 낭독한 후 약 20여분간 이어진 질의응답시간에서는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졌다. 상당수는 이날 발표된 다음카카오의 후속조치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묻는 것이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답변하는 이석우 대표의 태도였다. 날선 질문에도 불구하고 가급적 성의 있게 답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앞서 지난 10월1일 다음카카오 공식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졌다.  (관련기사: 카카오톡은 어쩌다 ‘동네북’ 신세가 됐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도 보였다.     

이날 현장에선 ‘감청영장집행 불응 선언’에 대한 질문들이 봇물을 이뤘다. 감청영장집행 불응이 공무집행방해가 될 경우에 대한 대책을 묻자 이 대표는 “실정법 위반이라면 대표이사인 제가 최종 결정했기 때문에 그 벌은 제가 달게 받겠다”고 답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해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온 셈이다.

지속여부에 대해서는 “개인적 각오라기보다는 다음카카오 내부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경영진이 판단해 내린 조치”라며 “다른 사람이 대표이사가 되더라도 이 부분을 철저히 지켜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감청영장과 관련해 이미 접수가 돼 있는 건이 있다고 알고 있다”면서도 “7일자로 저희가 더 이상 응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13일 오후 열린 다음카카오 긴급기자간담회에서 공식입장을 발표하는 이석우 공동대표 ⓒ뉴시스

다만, 구체적인 카카오톡 탈퇴 사용자 수를 묻는 질문에는 “탈퇴하는 분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탈퇴 이유는 파악할 수 없다”며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인해 탈퇴하거나 사용을 덜 하거나 하는 현상은 있다”는 정도에 그쳤다. 투명성 리포트에 담길 내용에 대해서도 “내부적인 논의와 외부의 의견들을 받아서 연말까지 준비해 발표하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은 내놓지 못했다.

검찰의 수사에 협조한 카카오톡 대화에 현 정권에 대한 비방내용이 담겨있느냐는 물음에 이 대표는 “사안마다 다른 이유로 수사기관의 요청이 온다”며 “일반화는 어렵다”고 말했다. 비슷한 질문이 재차 나오자 “영장내용이 일일이 파악되지 않는다. 영장요건을 갖췄는지만 확인하고 집행되는 것으로 안다”며 “집행 이후 기록을 갖고 있을 수 없어서 관련자료는 모두 폐기됐다”고 밝혔다.

프라이버시만 고민하는 조직 신설

사용자들에 대한 ‘감성 사과’로 질타를 받았던 부분에 대해선 “사태를 가볍게 여기거나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작성한 것은 아니다. 인터넷, 모바일 업계의 감성에 맞춘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사용자들에게 진지하지 못한 태도를 보인 것 같아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관련기사: 악재 대응 다음카카오의 ‘종합세트’)

또한 “카카오톡의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부) 직원들도 관심 있게 보고 우려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해 직원들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라이버시만을 고민하는 조직을 새로 만들었고 최세훈 공동대표가 맡아서 진행할 것”이라며 “(이 조직이)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이슈를 헤쳐나가고 커뮤니케이션도 신중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표는 “사용자 프라이버시 문제, 법에 대한 문제, 그리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에 대해 많은 우려 있다는 점에 대해 (인터넷 기업들이)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며 “관련해서 인터넷기업협회 차원에서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업체들과 함께 지혜로운 해결책을 내놓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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