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브랜드, 문제는 ‘공감’이야!
국민브랜드, 문제는 ‘공감’이야!
  • 더피알 (thepr@the-pr.co.kr)
  • 승인 2014.11.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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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의 브랜딩 에세이] 카카오톡과 소녀시대의 공통과제

#1. 엑소(EXO)의 열혈팬인 초등학교 6학년 딸은 평소 소녀시대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런 그녀가 최근 제시카 소녀시대 퇴출 뉴스에는 평소보다 유독 관심을 보인다. 소녀시대 퇴출기사 뿐 아니라 제시카의 연인 ‘타일러 권’에 대한 가십성 기사 등 인기 많은 여자연예인의 행·불행에 대한 말초적 관심일 것이다. 소녀시대에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다던 그녀는 여러 번 제시카를 언급하고 또 허탈해한다. 관심은 복합적이었다.

#2. 무심코 다운 받은 텔레그램(telegram)에서 한 선배와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상대방이 설정한 대화 저장시간은 2초였다. 입력되기 무섭게 삭제되는 대화들. 딱히 비밀대화 혹은 보안이 필요한 대화는 전혀 아니었지만 시한폭탄 모양의 저장시간 설정에 재미있어하며, 다음카카오에 대한 아쉬움의 몇 마디를 빠트리지 않으며 짧은 대화를 씁쓸하게 이어갔다. 국민 IT기업을 팽개치고 텔레그램(telegram)에서 대화를 하고 있는 이런 상황, 가벼운 채팅을 하다가도 마음은 복잡해진다.

▲ ‘카카오톡 검열’ 논란으로 곤혹을 치른 다음카카오의 이석우 공동대표(왼쪽)와 개인브랜드 론칭 이후 소속사와 멤버들로부터 퇴출통보를 받은 소녀시대 제시카. ⓒ뉴시스

[더피알=정지원] 지난 10월은 다음카카오 그리고 제시카에게 잔인한 한 달이었다. 가히 ‘국민브랜드’라 불릴 수 있을 정도로 전 국민적 사랑을 받아온 카카오톡과 걸그룹 소녀시대에게 다가온 충격적인 변화였다.

다음카카오는 10월 1일 야심차게 합병을 선포하는 자리에서 검찰발 개인정보 사찰 이슈에 대해 적절히 커뮤니케이션하지 못하면서 걷잡을 수 없도록 사태를 악화시켰다. ‘공감(共感)’이 최대의 미덕인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국민브랜드가 공감력을 잃었고 그들의 커뮤니케이션은 방향성을 잃었다. (관련기사: 카카오톡은 어쩌다 ‘동네북’ 신세가 됐나)

소녀시대 제시카 역시 ‘개인브랜드 론칭’이라는 좋은 소식 뒤 소속사와 멤버들로부터 퇴출통보를 전달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잡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십성 기사들을 차치하고라도 그녀가 공식 입장을 표명하는 매체가 주로 중국언론 ‘웨이보(weibo)’였다는 사실은 본의 아니게 많은 국내 팬들의 원성을 유발하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꼴로 브랜드 표절의혹까지 있었으니 제시카로서는 총체적 난국이다. (관련기사: PR회사와 손잡은 제시카, 여론전 위한 선택?)

주체와 이슈는 다르지만 이 두 케이스는 모두 합병과 론칭이라는 경사를 맞는 시점에서 내·외부적인 갈등상황에 맞닥뜨리게 됐고,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의 미숙함으로 인해 오해와 불신을 더욱 키웠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 10월 1일 다음카카오 통합법인 출범식 현장에서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다음카카오의 최세훈, 이석우 공동대표. ⓒ뉴시스

우여곡절 끝에 다음카카오는 영장거부라는 강경카드를 급작스레 내밀며 뒤늦은 사과와 수습을 하고 있고, 소녀시대를 떠난 제시카는 중국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를 다시 발표하고 이제 겨우 의연한 웃음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 국민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국민브랜드들이 자칫 국민 팬들의 대이동을 가져올 수 있는 이같은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정체성에 맞는 행동


다음카카오가 새롭게 제시하는 가치 ‘새로운 연결, 새로운 세상’의 첫 페이지를 열기도 전에 소비자들의 기대감은 이미 격감된 상태다. 합병발표 기자회견에서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서비스는 영혼이 있어야 한다. 영혼이 곧 서비스의 철학이다. 다음카카오의 여러 서비스들은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같이 하는 상생모델을 만드는 것이 철학이다”라고 얘기했으나, 소비자들 마음에 지금 그 메시지는 묘하게 반감만 일으키는 형국이 됐다. 

▲ 제시카는 소녀시대에서 퇴출통보를 받았다. 사진은 전 소녀시대 멤버 제시카가 최근 론칭한 ‘블랑 앤 에클레어’ 홈페이지 이미지 캡처.

제시카가 지난 8월에 론칭한 패션브랜드 블랑(BLANC). 제시카가 사랑한 도시, 상하이, 홍콩, 서울, 도쿄, 파리, 뉴욕의 감성을 담아 ‘적을수록 많다’라는 디자인의 가치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2012년 론칭한 일본 선글라스 브랜드 블랑(BLANC)이 거론되면서 급기야 표절논란에 휩싸였고, 2개월 만에 블랑앤 에클레어(BLANC & ECLARE)로 브랜드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두 브랜드 모두 새로운 시작을 커뮤니케이션하는 가슴 벅찬 타이밍에 뜻하지 않은 리스크를 맞게 된 셈이다. 지금껏 두 브랜드가 설정한 정체성이 계속해서 의미가 있으려면 ‘행동’이 필요하다. 추상적인 정체성의 재구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마인드셋(Mindset)이 달라져야 하는 이 순간 필요한 것은 정체성에 맞는 행동인 것이다.

다음카카오가 정체성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영혼에는 어떤 식으로든 ‘사용자 정보보호’라는 가치가 최우선으로 새겨져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고 또 행동해야 한다.

제시카가 보여주고 싶은 정체성인 ‘절제의 디자인’의 중심에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니크한 제시카다움을 느낄 수 있는 실체인 패션상품들이 새롭고 지속적으로 제시돼야 할 것이다. 제시카만의 정체성으로 볼 수 있는 강렬한 행동들이 보여야 한다.

총체적인 경험

“빨리 가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 사용자 한 명, 한 명에게 밀착해 좋은 경험을 선사하고 그들을 에어비앤비(Air bnb)의 골수팬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그들이 원하는 그림이었다.”

한 스타트업 기업의 대표가 경험한 에어비앤비(세계적인 숙박공유 사이트)의 사업 초기 론칭 마인드셋 문구다. 물론 업종도 전혀 다르고 사업의 규모도, 또 성격도 상이하다. 그러나 그것이 자동차든 컴퓨터든 패션이든 여행이든 간에 ‘사용자 한 명, 한 명’이라는 관점, 그리고 ‘서비스의 처음부터 끝까지의(End-to End) 총체적인 경험’을 고려했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 

▲ 에어비앤비는 손님과 주인 양쪽 모두가 서비스를 경험하는 총체적인 과정 중에서 중요한 인간적 순간들을 찾아낸다. 사진은 에어비앤비 홈페이지 캡처.

에어비앤비는 손님(guests)과 주인(hosts) 양쪽 모두가 서비스를 경험하는 총체적인 과정 중에서 중요한 인간적 순간들을 찾아낸다. 손님과 주인 모두를 이해하기 위한 인간적인 장치들을 마련하고, 무엇보다도 이를 충분히 커뮤니케이션한다.

두 대형 IT회사가 합병해 연매출 1조원, 시가총액 8조원, 1억3000만 고객의 거대기업으로 탄생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시작이 더욱 의미 있으려면 1억3000만명 고객이라는 ‘우주(universe)’가 아니라, 개별 고객이라는 촘촘한 ‘별’들을 이해하고 바라봐야 할 것이다.

지극히 인간적인 순간

제시카에겐 아시아로까지 확장된 글로벌 패션시장과 고객이 소중할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소중한 것이 8년 간 소녀시대의 일원으로서 제시카에 열광했던 한국의 여중생 한 명 한 명일 수도 있다.

론칭과 동시에 야심차게 발표될 다음카카오의 신규서비스와 제시카의 신상들은 이들이 고객들을 만나는 처음부터 끝까지의 총체적인 경험 속에서 ‘지극히 인간적인 순간(the very human moment)’을 놓치지 않고 나온 그 무언가여야 할 것이다. 그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고객과 만나는 하나하나의 순간들이 쌓이는 것을 ‘신뢰’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이미 골수팬이 많은 상태에서 다음카카오든 제시카든 에어비앤비의 접근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천천히, 한 명, 한 명의 좋은 경험’이라는 관점을 놓치기 쉬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골수팬은 열렬한 지지를 표현하고 그 애착을 주변으로 강력하게 전파하는 사람이지만, 광적인 애정에서 등을 돌릴 땐 온도가 급격히 냉랭해지고 그 파급력은 더욱 커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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