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인형으로 뻥튀기로 아이들과 소통해요”
“노래로 인형으로 뻥튀기로 아이들과 소통해요”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4.11.0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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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송’ 부르는 교장선생님, 중화고 방승호 교장

곳곳에 자리한 아기자기한 인형과 동물의 얼굴을 한 커다란 인형탈, 구석에 쌓인 대용량 뻥튀기, 그리고 벽면을 가득 장식한 학생들의 꿈을 담은 알록달록 메모지. 여느 교장실과 사뭇 다른 풍경의 이곳은 ‘꿈 발전소’라 불리는 서울 중화고등학교 방승호 교장의 집무실이다.

다되는데 담배는 안되는것 같다
등나무 밑에 가면 하얀담배 꽁초가
이놈의 자식들 혼을 내야지만 막상 보면 천진한 얼굴
그들의 이야길 들어보면 참 안쓰러운맘
자신도 모르게
담배에 사랑을 갈구하는것
걱정하지마 할수 있단다
염려하지마 할수 있단다

- 금연송 <노 타바코(No Tabacco)> 중에서

[더피알=조성미 기자] ‘금연송’을 불러주는 교장선생님으로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방승호 중화고 교장은 세 번째 싱글을 낸 어엿한 중견 가수이다. 특히 학생들의 금연을 지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한 세 번째 싱글 <노 타바코(No Ta­bacco)>는 뮤직비디오의 인기와 더불어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곡을 부른 가수이자 작사가인 방 교장은 “전교생과의 상담을 통해 다양한 교내 문제를 해결해왔지만, 그 중 가장 풀기 어려운 것이 바로 흡연”이라며 “아이들의 흡연 문제는 어릴 적 받지 못한 사랑에 대한 욕구라는 생각에 흡연 보다 중독성 강한 사랑으로 치유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노래를 발표하며 <슈퍼스타K> 출신 가수 김그림과 쇼케이스를 하고 따뜻한 학교 교정과 학생들의 모습이 담긴 뮤직비디오도 내놓는 등 제대로 된 가수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방승호 교장이 노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역시나 학생들 때문이었다.

“과거 직업학교에서 교감으로 재직하던 당시 그곳에 온 아이들은 학교에서 하루 5시간씩 잠을 자곤 했습니다. 그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 자리에 꿈을 심어주고자 노력하던 중 ‘나도 아이들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나의 꿈은 뭐지?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 무엇인가? 난 뭘 할 때 행복한가?’를 생각하던 중, 노래가 떠올랐고 급기야 아이들에게 “가수가 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는 것. 그리고 꿈을 이야기한지 1년 만인 2010년 그 꿈이 현실이 되어 첫 번째 싱글 <다시 시작>을 내놓았다.

어느 날 문득 찾아온 가수의 꿈

잊고 있었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를 담은 첫 싱글을 발표했지만 가수 활동에 대한 계획을 세워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학생들과 상담을 하는 동안 ‘히트곡 있는 가수가 되겠다’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 그렇게 탄생한 두 번째 싱글 <길 위의 사람들>은 모든 사람이 행복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방 교장은 “노 타바코를 포함해 총 4곡의 노래를 녹음, 10월부터 순차적으로 한 곡씩 후속곡을 발표하려 했다”며 “노 타바코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서 후속곡의 발표 시점을 조금 늦추고 있지만, 이 노래들을 모아 내년 2월 앨범을 낼 계획”이라면서 가수로서의 꿈을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고 말했다.

▲ 학생이 그려준 방승호 교장의 캐리커처

방 교장은 가수로 학교행사에서 무대에 올라 노래를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는 것 외에도 다른 재미있는 방식으로 아이들과 교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중화고에 부임해 와보니 졸고 있는 학생들이 눈에 띄어 이 부분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일일이 깨우는 것도 어렵고 강제적으로 깨우면 아이들의 반항심만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도록 인형탈을 쓰고 교내를 돌아다니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방 교장은 인터넷을 뒤져 커다란 인형탈을 구입했다. 다양한 동물의 얼굴을 한 7~8개의 탈을 요일별로 바꿔 쓰면서 나비넥타이로는 좀 더 친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형탈을 웬만큼 본 아이들은 이제 시시해한다고. 때문에 아이들과 만나는 재미있는 방법을 또 다시 강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그의 모습에 교장선생님으로서 권위를 잃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방 교장은 “학교는 아이들을 위한 곳이고 교장의 틀을 깸으로써 아이들이 좋아지는데 거기에 토를 달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권위적인 태도로 선생님들이 두 마디도 못하게 만들고 학생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 것이 권위일까요? 저는 저만의 스타일로 교장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진짜 권위는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부족하지만 서로를 이해해가는 것임을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명의 학생들과 대화하는 일상

특별한 교육철학은 없지만 ‘학교도 재미있고 나도 즐거워야한다’는 그만의 교육방식으로 권위가 아닌 재미로 아이들과 소통해가는 방 교장의 노력 덕에 여느 학교와 달리 교장실에 드나드는 아이들도 많다. 쉬는 시간에 그냥 놀러오기도 하고 의논거리를 들고 오거나 때로는 교장실의 뻥튀기를 집어가려 오는 아이들도 있다고.

이렇게 격의 없이 지내기까지는 ‘하루 20명의 학생들과 대화하고 1~2명의 아이들과 상담하겠다’는 방 교장의 목표와 그것을 실천하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상담하러 오는 아이들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다고 생각해 경계하기 마련이죠. 그래서 몸을 쓰는 것으로 벽을 허물고, 고민이나 상처를 묻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모험상담기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 방승호 교장의 집무실은 그가 쓰는 인형탈과 아기자기한 인형들 그리고 학생들의 꿈은 적인 메모지로 가득하다.

학생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것만큼 상담 분위기도 자유롭다. 우선 아이들과 가벼운 스킨십을 통해 경계심을 허문다. 그리고 지금 가장 해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그것을 생각하면 어떤 감정이 드는지, 그런 감정을 언제 또 느껴봤는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를 통해 자신도 모른 채 맺혀있던 이야기를 꺼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방 교장은 상담을 통해 특히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그 덕분에 꿈을 잊어버렸던 아이들이 다시 꿈을 갖게 됐다고 했다.

선생님과 학부모들도 방 교장의 상담기법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면서 10년 전부터 매주 토요일 전국을 돌며 상담으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상담했고 5년 전부터는 선생님과 학부모들에게 상담기법을 전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신의 상담활동이 가정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가정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대하는 법을 강의하고 있다. 학부모들에게는 가수가 된 과정을 소개하며 부족했던 자신이 꿈을 이룬 과정을 이야기하고 상담 사례,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모험상담 등을 이야기해준다. 여기에 부모가 온전하게 자존감 있게 살아가고 성찰을 통해 아이에게 이야기 할 수 있으려면, 부모들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꿈꾸고 꿈꾸며 또 꿈꾸어라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재능을 나눠주는 것이지만 방 교장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저는 토목공학과를 나온 기술선생님이지만 전구도 못갈 정도로 못하는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상담은 자신 있습니다. 이렇게 제가 재미있고 잘 하는 일을 많은 이들이 찾아주고 인정해주면서 스스로 자존감이 높아졌고, 더욱 열심히 하면서 실력도 느는 선순환이 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방승호 교장은 재능기부를 통해 스스로의 발전은 물론, 좋은 사람들을 만남으로써 또 다른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번 노 타바코도 그가 학생들과 상담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안영민 작곡가가 함께 하자고 제의했다. 덕분에 가수 김그림과도 함께 하게 됐고 재능기부를 통해 세련된 뮤직비디오까지 완성하게 됐다.


또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덕분에 ‘교육적인 노래’라는 틈새시장을 개척했고, 계속해서 유명 뮤지션들에게 학생들의 문제를 다룬 노래를 함께하자는 제의도 이어지고 있다.

방 교장은 자신의 선한 의도가 확장되는 것에 대해 함박웃음을 지으면서도 ‘초심을 잃지 말자’고 되뇌고 있다. “저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성격이 급하고 못되고 잘하는 것도 없고 어설프고 화도 많지만, 명상을 통해 마음을 보고 이러한 내 모습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내가 부족한 것을 알기에 꾸준히 열심히 하다 보니 파급력이 생기고, 또 이것을 잃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공부하고 있기에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부족하지만 꿈을 이뤘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고, 또 젊은 선생님들도 나태해지지 않고 도전적으로 교직생활을 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꿈을 갖고 노력하는 방승호 교장은 또 다른 꿈으로 매해 책 한권, 앨범 하나를 내겠다고 결심했다.

“가수가 되겠다, 히트곡 있는 가수가 되겠다는 꿈, 학생들에게 이야기한 꿈이 모두 이뤄졌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꿈을 꾸겠지만 우선은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개그맨’이라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습니다. 현재 목표는 KBS <개그콘서트-닭치고>에 교장선생님으로 무대에 서는 것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대학생인 두 딸들에게 꾸준히 성장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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