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끄려다 불붙인 대한항공의 ‘사과’
불끄려다 불붙인 대한항공의 ‘사과’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12.0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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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행동에 정당성 부여?…사과 같지 않은 사과로 비난↑

[더피알=안선혜 기자] “제대로 한 사과는 평판과 관계 모두를 개선시킬 수 있다. 잘못된 사과는 원래의 실수를 더 악화시키고, 때로는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홀리 위크스의 말이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승무원 서비스 문제로 비행기를 회항시키면서 일고 있는 비난 여론이 사측의 공식 사과문이 발표되면서 더 확산되는 추세다. 한 마디로 잘못된 사과라는 것.

▲ 대한항공 페이스북에 한 외국인이 올린 댓글. 마카다미아 캔 이미지와 함께 ceo의 딸(조 부사장)이 승무원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조치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조 부사장의 이번 하기 조치는 bcc등 복수 해외매체들을 통해서도 보도됐다.

대한항공은 지난 8일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비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항공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승무원을 하기시킨 점은 지나친 행동이었으며, 이로 인해 승객 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첫 문장을 제외하고는 조 부사장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피력하는 듯한 내용이 주를 이루면서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홈페이지에는 해당 사과문의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이 올라왔다. 한 게시글은 “대한항공 임원들이 기내서비스 아이템 및 비상장구 위치 및 절차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라고 반문하며, 마카다미아를 봉지 째 건넨 건 ‘사과 사는 고객에게 귤 하나 드셔 보시라고 한 것’과 별반 다를 것 없다고 주장했다.  

승무원 교육을 더욱 강화겠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승무원 교육은 필요없다. 해당임원의 인격 수양 및 윤리의식만 고치면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현재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홈페이지는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이건 사과문이 아니라 옹호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각종 패러디물이 등장하고 있다.

▲ 조현아 부사장을 패러디한 그림(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심지어 보수 성향사이트로 유명한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조차 몇몇 유사 경험담이 터져 나오면서 가뜩이나 수세에 몰린 대한항공을 더욱 옥죄는 모양새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와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저술한 <쿨하게 사과하라>에 따르면, 사과의 앞뒤로 변명은 붙이지 않는 것이 좋다. ‘미안해. 하지만 네가 약속을 너무 촉박하게 잡았잖아’라는 표현은 사과라기보다는 비난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이 점을 간과했다. 승객 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드린다면서도 당시 항공기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고, 임원들은 기내서비스와 안전을 점검할 의무가 있다는 ‘변명’을 덧붙인 것이다.

심지어 이번 사태를 하기(下機) 조치된 사무장 탓으로 돌리는 듯한 문구도 적시했다. “최고 서비스와 안전을 추구해야 할 사무장이 담당 부사장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다는 점,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다”는 내용이 그것.

이 때문에 대한항공이 사과보다는 오너(조현아 부사장)의 행위를 변명하고자 사과문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듣고 있다.

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 또한 “(대한항공의 사과문) 여론이 지적하는 포인트에 대한 대응보다는 오너의 상황적 의사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대응으로 오히려 논란을 확대시키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며 “상황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가 동반되지 않는 한 대중은 이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개선을 당부했다.

다음은 대한항공이 발표한 사과문 전문이다. 

1. 승객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 드립니다.
▲ 비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승무원을 하기시킨 점은 지나친 행동이었으며, 이로 인해 승객 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 드립니다.
▲ 당시 항공기는 탑승교로부터 10미터도 이동하지 않은 상태로, 항공기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2. 대한항공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 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의 의무가 있습니다.
▲ 사무장을 하기시킨 이유는 최고 서비스와 안전을 추구해야 할 사무장이 담당 부사장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다는 점,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다는 점을 들어 조 부사장이 사무장의 자질을 문제 삼았고, 기장이 하기 조치한 것입니다.
▲ 대한항공 전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 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 의무가 있습니다.
▲ 조현아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입니다.

3. 철저한 교육을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이겠습니다.
▲대한항공은 이번 일을 계기로 승무원 교육을 더욱 강화해 대 고객 서비스 및 안전제고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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