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딸들의 엇갈린 명암
재계 딸들의 엇갈린 명암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12.0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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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한진그룹 장녀 조현아 vs ‘귀감’ SK그룹 차녀 최민정…상반된 행보 눈길

[더피알=강미혜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른바 ‘땅콩 회항’ 논란에 휩싸여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관련기사: 대한항공, 오너딸 월권에 ‘공든 탑’ 무너져)

핵심 쟁점은 조 부사장의 ‘램프리턴(활주로로 가던 항공기를 게이트로 회황시키는 것)’ 지시가 적절했느냐 여부지만, 대중의 시선은 온통 재벌가 오너의 ‘갑질’에 쏠려 있다. 오너딸이라는 ‘신분’을 앞세워 안하무인격으로 월권을 행사했다는 비난이 봇물을 이룬다.

▲ 재계 딸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이른바 ‘땅콩 회항’ 논란에 휩싸여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지난 11월 26일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임관식에서 '군인'으로 선서를 하고 있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차녀 최민정씨. ⓒ뉴시스

이 일로 조현아 부사장 개인은 물론 대한항공, 나아가 모회사인 한진그룹까지 대형불똥을 맞게 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9일 논평을 내고 “조현아 부사장 등 한진 일가의 초법적인 숙원사업 해결을 중단시켜 달라”고 촉구했으며, 같은 날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전근대적 족벌 체제 기업문화의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회사 차원에서 부랴부랴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전방위로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법률의 법정에 앞서 여론의 법정이 이미 ‘괘씸죄’를 선고한 이상 기업이미지 추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오너딸의 부적절한 처신이 한진그룹에 돌발악재로 작용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SK그룹은 최근 ‘딸 덕’을 톡톡히 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 씨가 ‘군인의 길’을 택하면서다.

재벌가 딸로는 사상 처음으로 해군 장교를 지원한 민정 씨는 지난 11월 26일 소위로 임명됐다. 재계 2·3세들의 상당수가 사실상 ‘낙하산’으로 계열사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민정 씨의 행보는 신선한 충격이었다.(관련 기사:‘군복’ 택한 오너 딸 특수 맞은 SK)

특히 아버지인 최태원 회장이 장기 수감 중인 상황에서 ‘SK그룹 딸’이 전한 특별한 뉴스는 최 회장은 물론 SK그룹 전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더 나아가 재벌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고도 평가받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의 집권층과 재벌들이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것은 특권을 누리기만 했지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고 헌신하는 자세와 실천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제2, 제3의 최민정씨가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우리사회는 재벌로 인식되는 대기업에 유독 인색하다. 재벌의 특권의식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히 크다.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실천에 대한 요구는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서 국민정서와 괴리된 조 부사장의 언행은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비난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반면 민정 씨는 예상치 못한 ‘반전매력’으로 국민적 호감을 산 케이스다. 두 딸의 각기 다른 행보가 그들 가문 즉, 한진그룹과 SK그룹에도 각각 독과 약이 되는 상반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와 함께 눈여겨볼 또 한명의 ‘딸’이 있다. 바로 조현아 부사장의 동생이자 한진그룹 막내딸인 조현민 전무다.

조 전무는 대한항공 사내외 커뮤니케이션(홍보) 및 기업이미지 관리를 총괄하는 통합커뮤니케이션실장직을 맡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어디까지 가봤니?’ 광고를 시작으로 스토리텔링형 감성광고로 대한항공의 이미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사고는 언니가 치고, 수습은 동생이 해야 한다’는 세간의 뼈있는 우스갯소리를 마주하는 지금, 조 전무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본의 아니게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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