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저 담담하게 말해 볼까요?”
“우리 그저 담담하게 말해 볼까요?”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12.12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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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라이브러리] 일상의 이야기를 전하는 ‘담담프로젝트’
소통라이브러리는 우리 사회의 소통문화를 새롭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자유롭게 협력하는 코너로,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의 이종혁 교수(연구원 장종원)와 함께 진행합니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소통문화를 창출하고 이끌어가는 숨겨진 인물들이 인터뷰의 주인공입니다.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컵)없이는 못마십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가운데 60년대 유행했던 ‘사이다송’의 유래를 아는 이가 있을까? 하지만 인천과 사이다병의 어렴풋한 상관관계는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한 줄의 노랫말로 회자된다. 이런 작은 스토리를 캐치해 작업하는 ‘젊은 아가씨들’이 있다. 담담해서 좋다는 담담프로젝트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각자 말하는 스타일이 담담해 ‘담담’으로 이름 붙였단다. 거기에 담에는 즐기다(湛), 이야기하다(談)란 의미도 있으니 ‘즐거운 이야기를 담담하게 해보자’는 프로젝트 모토와도 딱 맞아떨어졌다. 

담담프로젝트는 인천 여행서 <need journey’s INCHEON>을 시작으로, 3년째 지역의 다양한 이야기를 책과 디자인 소품 등으로 담아내고 있다. 오상윤(29), 최슬기(28), 김경은(26), 손고은(27) 네 명이 멤버다.

▲ 담담프로젝트 최슬기(왼쪽), 오상윤 / 사진:성혜련 기자

‘프로젝트’란 단어에서 느껴지듯 완성이라기보다 미완성에 가깝다. 그래서 참신하다. 무언가를 정해놓고 틀 안에서 움직이기보다 재미있겠다고 꽂히는 순간 맨땅에 헤딩해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20대 특유의 젊은 패기도 작용했겠지만 “우리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즐거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프로젝트를 가동시키는 원동력이다. 홍대 부근의 작은 카페에서 최슬기·오상윤 씨를 만나 그들의 담담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담담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최슬기 2012년 대학생 대상 무가지를 만들면서 모이게 됐어요. 당시 고용노동부에서 대학생 창업을 지원하는 창조캠퍼스 경진대회에 참가한 것이 계기였습니다. 저희는 여행지를 소개하는 ‘컬처 인포렉터(문화정보수집가)’라는 직업을 생각해 인천지역 여행서를 제작했고, 운 좋게도 수상까지 할 수 있었어요. 담담프로젝트의 시작이었죠. 그러다 잡지 일을 그만하게 되면서 새롭게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해보자 의기투합했고 지금까지 담담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해 오고 있어요.

<need journey’s INCHEON>을 보면 당시 대학생들이 만들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완성도가 높은 것 같아요. 상당한 실력자들이신데 하고 있는 작품(프로젝트)들 좀 소개해 주세요.

▲ 오상윤

오상윤 우선 책(여행서)이 있어요. <need journey’s Incheon>은 인천 곳곳을 돌아다니며 숨겨진 여행정보들을 담았습니다.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라는 노랫말에 착안해 이 뱃지(바다 위에 떠 있는 사이다병 모양)도 세트로 만들었고요.(웃음)

뒤이은 프로젝트가 안산을 여행한 <ANSAN on a journey>입니다. 안산을 두 번째 지역으로 정한 건 특유의 회색빛 이미지 때문이었어요. 안산하면 왠지 ‘공단’ ‘삭막함’ 등이 먼저 떠오르는데, 막상 가보면 굉장히 자연친화적인 도시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야경도 정말 멋있고요. 저희도 놀랄 만큼 예쁜 곳들이 많아 당초 계획보다 책이 두꺼워졌습니다. 안산공단의 아름다운 야경을 형상화한 뱃지도 제작했습니다.

최슬기 최근엔 서울관광을 주제로 색칠놀이 책 <COLORFUL STORY OF SEOUL>과 점선잇기 책 <SEOUL LANDMARK DOT-TO-DOT>을 제작했어요. 색칠놀이는 서울 4대궁을 비롯한 우리 문화,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를 색칠하며 볼 수 있게 한 것이고,

점선잇기는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말 그대로 점선잇기로 완성시킬 수 있도록 했습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레벨이 높아지는데 듣기론 20~30대 직장인들이 내기용으로 많이들 한다네요.(웃음) 그 외 엽서나 스티커, 편지지, 향초 등도 있습니다. 손으로 만들 수 있는 웬만한 건 다 해보고 싶어요.

다른 근사한 여행지들이 많은데 왜 하필 인천과 안산으로 정했나요?

오상윤 서점에서 판매되는 국내 여행책자들을 살펴보니 80% 가량이 서울과 제주였고, 나머지가 부산, 전주 등으로 철저히 유명 관광지 중심이었습니다. 내용도 사진 하나에 맛집 소개 등으로 다소 일률적이었고요. 그래서 작고 소소한 콘텐츠가 있는 또다른 지역의 여행정보와 그 지역 특유의 이야기를 담아보자 생각했습니다.

첫 프로젝트가 나온 후 어느 분께서 ‘외국 가서 빨간 우체통, 아기자기한 가게들을 예쁘다며 찍곤 했는데 인천에도 그 못지 않은 곳이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다’는 말을 전해오셨어요. 저희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 'need journey’s incheon' 속 인천은 아기자기한 풍경들이 가득한 곳이다(위), 서울 랜드마크 일러스트가 들어간 포장지와 픽 / 사진제공: 담담프로젝트

색칠놀이나 점선잇기 방식으로 우리문화를 공유한다는 점도 새롭습니다. 기존의 보는 관광책자들과는 분명 차별되는 새로운 시도인 것 같아요.

최슬기 기존 관광 콘텐츠들은 너무 정형화돼 재미가 없잖아요. 각 지역의 기념품들을 봐도 지극히 한국적이어서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고, 형태나 의미가 모호한 것도 상당수에요. 저희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재미있는’ 관광품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애초부터 책자의 타깃은 국내용이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색칠이나 점선잇기 책이 나오게 된 거죠.

네 분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각자 맡은 역할은.

▲ 최슬기

최슬기 글쓰기와 사진촬영은 다 같이 하고 편집은 상윤씨가 전담해요. 고은씨는 일러스트를 하고 있고 저는 페이스북 담당, 인스타그램은 경은씨가 해요. 경은씨는 자기 개인 인스타그램은 내팽개치고(웃음) 담담에 올인할 정도로 열정이 대단합니다.

기획이나 제작 등의 공정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오상윤 기획단계에선 일단 저희끼리 엄청나게 브레인스토밍을 해요. 이야기가 막 쏟아지는데 그 중에서 만장일치가 되는 아이디어가 있어요. 저마다 생각들은 다른데 되겠다 싶은 감(感)은 공통적인 듯해요. 그렇게 하나의 아이디어가 정해지면 쓱쓱 추진하는 거죠. 프로젝트와 관련된 전 과정을 저희가 한다고 보시면 돼요. 일종의 ‘가내수공업’ 같은?(웃음)

프로젝트 결과물들을 보면 심플하면서도 감각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원래부터 글이나 디자인 관련 공부를 한 건가요.

오상윤 아뇨~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고은씨를 제외하곤 다들 이 분야와는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에요. 저는 법을 전공했고요, 슬기씨는 경영, 경은씨는 중어중문학도에요. 고은씨는 처음부터 같이 한 건 아니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비전문가로들로는 예술적 표현에 한계가 있어 뒤늦게 합류하게 됐습니다.

최슬기 상윤씨의 경우 독학으로 디자인 편집과 사이트 제작 등을 다 했어요. 사이트(hellodamdam.com)는 워드프레스 관련 3만원짜리 강의를 듣고 만들었다죠.(웃음) 원래부터 이쪽 일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것 같아요.

의미 있는 프로젝트지만 업으로 하기엔 생활인으로서의 고민도 있을 듯합니다.

오상윤 실제 큰돈은 못 벌고 있어요. 콘텐츠도 나름대로는 잘 판매되곤 있지만, 대부분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비용으로 세이브하고 있어요. 나머지 금액을 넷이서 나누면 솔직히 용돈 정도도 안 되죠. 그래서 각자 다른 일을 하면서 프로젝트를 병행해요. 저는 일반직장을 다니고요, 슬기씨도 파트타임 잡(job)을 갖고 있고 경은씨나 고은씨도 프리랜서로 일합니다.
 

▲ 담담프로젝트가 만든 인천과 안산지역 여행서(왼쪽)와 서울관광을 주제로 한 색칠놀이, 엽서 및 스티커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어찌보면 ‘1잡(job)1업(業)’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인데, 그런 수고로움을 충분히 감내할 만큼 이 일에서 어떤 보람을 얻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최슬기 일단은 저희 스스로 즐거워요. 또 프로젝트 관련 ‘재미있다’ ‘안산이 그렇게 예쁜 곳인 줄 몰랐다’ ‘친구에게 선물했다’ 등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참 뿌듯하고 좋습니다. 플리마켓에서 만나면 ‘팬이에요~’하고 응원해주는 분들도 계세요. (실제 이날 인터뷰를 함께 진행했던 장종원 연구원은 ‘평소 팬이었어요’라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 모든 것들이 저희에게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점차 많은 분들이 담담프로젝트의 가치를 알아봐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또 다른 프로젝트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오상윤 원래 무언가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질 않아요. 누군가로부터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몰아쳐서 완성하는 스타일들이라…(웃음) 조금은 천천히 가려 합니다. 다만 지금까진 ‘지류’(책)에 집중했으니 앞으론 여러 아이템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싶습니다. 제품에 더 다양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최슬기 똘똘 뭉쳐서 해온 만큼 앞으로도 더 재미있는 일들을 함께 하고 싶어요. 현재로서 가장 필요한 건 ‘독립’입니다. 작은 사무실에서 저희 네 사람 모두 담담프로젝트에만 집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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