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적 광고시장, ‘출구’가 안보인다
기형적 광고시장, ‘출구’가 안보인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12.22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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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광고 영업담당자들이 바라보는 국내 미디어 환경 ①
 

[더피알=강미혜 기자] 광고시장이 살얼음판이다. 광고주들의 홍보·마케팅 예산은 고정 내지 감소하고 있는데 매체수는 급증하는 기형적 구조가 수년 째 지속되는 까닭.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으로 치닫다 보니 매체 간 생존경쟁은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신문과 방송 등 전통매체의 위기감이 상당하다. 뉴미디어에 소비자(독자·시청자)를 빼앗기면서 정상적 광고, 자발적 광고 집행이 사라지고 있다. 편집국이 광고영업에 동원되는 일도 이제는 자연스러운 광경이다.

급격한 매체 환경 변화는 광고시장의 최전선에 서 있는 광고영업 담당자들에게도 커다란 시련이자 도전이다. 일선에서 맞닥뜨리는 체감경기는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더욱이 내수 침체로 내년 광고시장 역시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극도의 긴장감이 팽배하다.

그렇다면 매체사 광고영업 담당자들이 바라보는 국내 미디어 환경, 광고시장의 모습은 어떨까? 신문과 방송, 매거진, 온라인 등에서 광고영업을 맡고 있는 중견급 실무자 5인과 함께 진단한 국내 광고시장의 현황과 내년 전망,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성 등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 현업 종사자라는 점을 고려해 좌담 참석자들을 익명 처리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양해 바랍니다.
 참석자
- 일간지 광고 담당자(이하 A신문)
- 일간지 계열사 광고 담당자(이하 B신문)
- 케이블 채널 광고 담당자(이하 방송)
- 신문사 인터넷 사이트 광고 담당자(이하 닷컴)
- 잡지 광고 담당자(이하 매거)

매체 광고시장이 악화일로다. 일선 현장에서 체감하는 광고시장 온도는 어떤가.

A신문  속된 말로 죽을 지경이다. 당장 내일자부터 막아야 한다. 통상 3월까지는 (광고)비수기로 생각하니까 어렵다고 해도 어떻게든 버텨왔는데, 올해는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광고가 풀려야 할 시점에 도리어 싹 사라졌다.

기업은 물론이고 관공서나 지자체까지도 일절 광고를 내지 않는 상황에서 없어진 광고들을 대체할 방법이 없다 보니 일년 내내 힘들었다. 그 여파가 지금도 미치고 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내년 상반기까진 이런 분위기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광고 담당자들 만나보면 하나같이 다들 죽겠다고 한다.

B신문  세월호라는 돌발이슈가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매체광고 시장 자체가 기형으로 치닫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일반 광고와 흔히 말하는 협찬성 지원이 7 대 3에서 6 대 4로 가는 추세였는데, 올해는 광고와 협찬 비율이 5 대 5 데드라인을 넘어섰다. 전에는 편법이 보이지 않게 이뤄졌다면 지금은 대놓고 횡행한다. 우리 매체만 해도 광고 외의 것으로 매출을 충당하는 ‘물타기’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신문이고 잡지고 간에 판매량이 괴멸에 가까울 정도로 무너졌다는 점이다. 판매가 일정 수준 이상만 돼도 광고에 휘둘리지 않고 매체가 자기 스탠스를 유지할 수 있다. 전체 매출 중에서 판매 6, 광고가 4 정도면 이상적이고 7 대 3이면 환상적이라 한다. 그런데 지금은 판매와 광고 비율의 갭(gap)이 점점 더 커지고, 광고 안에서도 정상광고와 협찬광고의 차가 벌어지고 있다. 매체사별로 어떻게든 유지만 하는 상황이다.

방송  방송광고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케이블TV 채널만 해도 200개가 넘는데, 거기서 BP(손익분기점)를 맞추는 채널은 10~20% 밖에 안 된다. 더구나 종편이 등장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광고시장이 더 왜곡돼 버렸다. 광고가 효과를 보고 집행되기보다 영향과 관계, 압력 속에서 운영되는 흐름이 가속화됐다.

광고시장만 보면 종편은 태생을 안했어야 할 매체다. 전통매체의 하향세를 급속도로 촉진시켰기 때문이다. 종편을 비롯한 몇몇 보도 채널, CJ 계열의 인기 채널을 제외하고 개별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상당수가 거의 아사 직전이다. 지금은 모바일 외 매체광고는 다들 숨도 못 쉴 정도다. 신문과 TV 등 전통매체는 앞으로도 쭉 하락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닷컴  매체광고 시장이 어렵긴 해도 인터넷의 경우엔 다르다. 기본적으로 인터넷 광고는 100% 마케팅 개념이다. 물밑협찬이나 관계유지를 위한 보험성 광고가 많은 오프라인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온라인 광고시장 전체를 놓고 봐도 증가 추세다. 물론 네이버라는 거대 플랫폼이 (온라인 광고의) 매출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형국이지만 어찌됐든 성장 가능성은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매체사 즉, 신문사들만 따로 놓고 보면 한계에 봉착했다. 이미 이용자(독자)들의 PV(페이지뷰)도 웹에서 모바일로 완전히 역전됐는데, 광고시장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웹에서만큼 모바일에 광고를 붙일 뾰족한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 트래픽과 광고매출 간의 이같은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가가 매체사들에 걸려 있는 어려운 숙제다.

특히 종이신문의 구독률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광고효과도 떨어지면서 자발적 광고가 사라지고 있다. 영업하는 사람으로서 신문광고를 전망한다면.

닷컴  신문·방송이 경쟁력이 없는 건 정확한 광고 효과 측정이 안 되기 때문이다. 방송도 시청률조사라고 하지만 표본조사라서 정확한 게 아니다. 신문 발행부수나 구독률은 더 믿을 수가 없다. 그에 반해 인터넷은 명확하다. 광고주가 코드 하나만 심어놓으면 몇 명이 (광고를) 봤는지, 클릭했는지 데이터가 다 나온다. 클릭당 단가도 정확하다. 그러니까 마케팅 차원에서 집행하는 광고들은 인터넷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건 앞으로다. 모 신문 칼럼을 보니 2025년께 종이신문이 사멸할 것이라고 한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머지않아 데스크톱도 사라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모든 게 모바일로 통한다는 건 신문사 입장에서 보면 인원이 거의 필요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다. 데스킹할 국장 한 명에 밑에서 (기사) 쏴줄 사람들만 있으면 된다. 중간급 기자는 없어도 상관없다.

모바일의 위력은 이미 무가지 시장을 초토화시켰다. 2000년대 초반 잘 나가던 스포츠신문에 직격탄을 날린 게 무가지였는데, 그 막강했던 시장이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순식간에 무너졌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면서도 모바일만 쳐다보니까 옥외광고시장도 타격이 크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전통)신문시장을 건드리는 것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종이신문이 10년 뒤 사라진다는 예측이 더 빨라지면 빨라졌지 느려지진 않을 듯하다.

B신문  신문 구독률이 형편없이 떨어지고 기사당 클릭율이 얼마 나오지 않는 데도 기자들은 여전히 ‘내가 쓴 글은 정말 훌륭하다’는 인식을 뿌리 깊이 하고 있다. 물론 그들도 시장에서 자기상품(기사)이 잘 안 팔린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다. 현실을 인정하고 변화하려는 생각이 없는 게 문제다.

A신문  신문광고 시장이 어렵다보니 메이저 몇 군데 중심으로 광고물량이 이동하고 있다. (광고) 넣을 데가 널렸으니 기왕이면 일류매체에다 집행하겠다는 거다. 자연히 중·하위에 속하는 신문사들은 더 어려워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존심 다 버리고 정말 터무니없는 금액에 광고를 실어주겠다는 매체들이 있다. 광고단가도 적정라인이란 게 있는데 덤핑 처리하듯 무조건 오케이를 해버려서 신문광고 시장 전체를 흔들어댄다. 실제 광고주 쪽에서 ‘○○신문은 이 가격에 집행 했는데 당신네는 왜 안 되는 거냐’고 역으로 물고 들어오는 경우도 왕왕 있다.

방송  신문은 말할 것도 없고 TV 같은 전파도 더 이상 광고가 늘어나지 못하는 구조다.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다. 지상파에서 광고총량제 도입이나 중간광고 허용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현재로선 인터넷, 모바일 외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매체가 없다.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제외하곤 광고효과가 별로 없다는 것을 광고주-매체사 서로 간 잘 아는데 실질적으로 어떻게 광고들을 유치하나. 매체력으로? 혹은 안면으로?

B신문  전통매체 광고는 관계로 움직이는 성향이 강하다. 유력 신문이나 방송은 발행기간이나 편집국 기자를 고려해 사(社·언론)대 사(광고주), 즉 B2B(기업 대 기업 간 거래) 개념에서 광고가 집행된다. 네임밸류가 떨어지는 매체들은 C2C(개인과 개인 간 거래)가 돼버리니까 광고 담당자 입장에선 자연히 더 어렵고 괴로워진다.

특히 온라인매체의 경우 페이지뷰가 안 나오면 광고 달란 얘기도 못 꺼낸다. 온라인상에선 (신문사) 브랜드고 뭐고 없다. 오로지 데이터에 근거해 광고를 주고받는다. 오프라인 유력지라고 해서 온라인에서도 유력매체로 대접받는 일은 결코 없다.

A신문  온라인에선 네이버가 절대 갑(甲)이다. 지난해 A신문은 네이버 뉴스제휴에서 탈락하자 다른 유력지에 ‘호소광고’까지 실으며 엄청나게 반발했다. 네이버에 대한 매체사들 의존도가 극심하다는 방증이다. 네이버는 뉴스를 비롯한 모든 콘텐츠를 모으는 플랫폼이고 나머지는 그 안으로 다 빨려가는 형세다. 네이버 역시 그 스스로를 매체 위 매체 즉, 대한민국 최고의 매체라고 인식하는 듯하다.

실제 기사 파괴력도 네이버에 올라가느냐 마느냐로 결정된다. 종이신문을 100만부 찍어봐야 100만명이 다 보진 않는다. 개별 기사로 따지면 독자수가 훨씬 더 적다. 그런데 신문에 실린 기사 중에서 딱 한 꼭지만 네이버에 노출돼도 100만명이 아니라 200만, 300만 그 이상으로 본다. 지금은 홍보 담당자들도 (종이)신문에 나간 건 어쩔 수 없으니까 네이버에서만 내려달라고 요청한다.

B신문  더 기가 막히는 건 같은 기사라도 신문사 사이트에 있는 건 내버려두고 네이버로 전송된 것만 빼달라고 한다는 거다. 완전히 네이버가 언론이고 언론이 네이버다.

닷컴  이미 국내 언론시장은 철저히 네이버에 종속돼 있다. 입사 한 달도 안 된 신입기자가 쓴 기사도 네이버 메인에만 걸리면 1년치 PV가 나올 정도로 파괴력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언론기능까지 한다면 어떨까? 1등 신문이 셀까, 네이버가 셀까?

답은 뻔하다. 이미 힘의 균형은 명확하게 쏠렸다. 신문시장이 뿌리에서부터 완전히 뒤집어질 것이다. 다만 네이버가 그 일(언론사업)을 안 할 뿐이다. 기자들 돌려서 콘텐츠를 만드는 노동집약형 산업(언론)을 지식집약형 사업자가 굳이 할 이유가 없다.

네이버 위주로 돌아가는 온라인은 오프라인과 시장 판도가 완전히 다르다. 막강한 유력지도 온라인 PV는 타 매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태생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매체와 게임 자체가 안 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종이신문 제작 시스템에 익숙한 기자들은 온라인 환경에 적응을 못한다. 점심 먹고 오후 2~3시께나 기사쓰기 시작해서 마감하는 식의 패턴이 십수년 간 습성화됐는데, 시시각각으로 기사 올리는 온라인매체 기자들을 어떻게 따라갈 수 있겠는가. 그래서 대부분의 신문사 사이트 PV는 기자가 기사 마무리하는 오후 6시 이후다. 반면 온라인매체 사이트는 하루 종일 PV가 올라간다. 그 차이다. 결국은 광고시장에서도 매체별 선호도나 경쟁력에서 온라인 매체가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요즘 자발적 광고가 들어오는 경우는?

A신문  거의 없다.

B신문  오프라인 신문에선 금융이나 보험 등의 상품설명 광고가 그나마 자발적으로 들어왔는데, 요즘은 그냥 ‘○○증권’ 식으로 사명만 노출되는 이미지광고로 퉁쳐버린다. 구구절절 설명해봐야 광고 보고 상품에 가입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다는 거다. 그런 광고들은 언론사와의 관계유지를 위한 보험 성격이 짙다.

방송  케이블 쪽은 상품 파는 인포머셜 정도? 많진 않아도 바로 콜(피드백)이 오니까 광고주 쪽에서 먼저들 문의가 온다.

닷컴  전통매체들과 달리 온라인은 100% 자발적 광고라고 보면 된다. 광고비 1000만원 들여서 2000만원 벌고자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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