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읽는 코드 ⑥ - 공감이 필요해
2014년을 읽는 코드 ⑥ - 공감이 필요해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12.2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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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세상 너와 나를 잇다

[편집자주] 누적된 사고와 반복되는 미스 커뮤니케이션. 2014년 한 해를 한 문장으로만 요약하자면 그렇다. 연초부터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유출 사고로 카드3사는 홍역을 앓았고, 사망자 295명·실종자 9명을 남긴 세월호는 우리사회에 뼈아픈 과제를 남기고 여전히 진행중이다. 앞선 과정 가운데 드러난 위기관리대응의 문제점과 언론계의 기레기 논란, 공감의 부재(不在) 등은 올 한해를 강타한 주요 이슈였다. 그밖에 뉴욕타임즈 혁신보고서 공개가 불러온 디지털 퍼스트 바람과 대세로 올라선 병맛 코드 등 2014년을 핵심 이슈별로 되짚어본다.

① 세월호 - 국가재난시 커뮤니케이션 공백이 필요하다
② 정보보안 - 위기 전례는 있어도 관리 전례는 없다
③ 기레기 - 자성은 벌써 옛말이 되다
④ 디지털 퍼스트 - 종이신문이 떨고 있다
⑤ 병맛 - 세상의 중심에서 비주류를 외치다
⑥ 공감 - 삭막한 세상 너와 나를 잇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유독 위기관리 이슈가 많았고 바이럴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던 해, 이 모두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공감’이 떠올랐다. 

특히 세월호 사건 이후 빚어진 일련의 소란스런 문제들은 공감의 부재(不在)가 큰 원인을 차지한다고 지목됐다. ▷관련기사: ‘기념사진’ ‘황제라면’…위기시 VIP의 태도 논란, 왜?

▲ 지난 4월27일 진도를 방문해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정홍원 국무총리. ⓒ 뉴시스

진도팽목항을 찾은 안전행정부 국장이 상황본부의 사고 사망자 명단 앞에서 다른 공무원과 사진을 찍으려다 구설에 올랐고, 가족을 잃은 슬픔에 잠겨 있던 유족들에게 ‘장관님 오신다’며 의전을 요구하는 뉘앙스의 발언,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순수 유가족’이라는 표현 등은 사고 피해 당사자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데서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촌극이었다.

세월호 사고로 촉발된 이같은 웃지 못할 해프닝들은 우리사회를 공감이란 키워드에 주목하게 했다. ▷관련기사: 불신의 시대, ‘공감커뮤니케이션’이 절실하다

공감의 부재가 불러온 재앙(?)은 비단 정치권에서만 등장한 건 아니다. 기업들 역시 민감한 상황에서 미처 대중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실수를 저지르곤 했다.

일례로 지난 3월 KT 홈페이지가 해킹 당해 1200만명 가량의 고객정보가 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쟁사인 SK텔레콤은 공식 기업트위터를 통해 ‘내 개인정보는 안전한지 걱정 많으시죠? SK텔레콤 고객이라면 신경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며 자사의 고객정보보호 시스템을 소개했다. ▷관련기사: KT 정보유출 비꼰(?) SKT, 외려 역풍 “너희는 이미 털렸잖아”

은근한 경쟁사 디스와 자사 광고를 패러디한 위트, 여기에 자사 서비스 어필까지 돋보였으나, 문제는 앞서 자사 계열에서 3500만건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일을 망각한 데 있었다.

지난 2011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발생했던 네이트와 싸이월드의 고객정보 유출 사건을 기억하는 소비자들에게는 SK텔레콤의 멘션 자체는 공감은커녕 반감만 불러일으켰다. 엄밀히 말하면 별도 법인에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소비자들은 SK라는 이름을 모두 묶어서 생각한다는 점을 간과한 결과였다.

공감은 이처럼 대중의 마음을 잃고 얻는 핵심 포인트가 된다. 지난 9월 있었던 ‘과자뗏목’ 퍼포먼스는 국내 제과업계의 과대포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예상 외로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봉지 과자 160개를 이어 붙여 한강을 건넌 이 퍼포먼스는 대학생 3명이 시작한 작은 프로젝트였지만, 여러 언론에서 주목한 데다 현장에서 시민들이 손수 과자를 건네주는 등 호응도 남달랐다. ▷관련기사: 구호물품 배달?…‘과자뗏목’으로 한강 건너기 성공!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미생>도 직장인들의 일상적 애환을 담으면서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덕분에 원작만화는 요즘 같은 출판시장 불황에도 150만부 이상이 팔려나가는 쾌거를 거두기도.

다소 극적인 과장이 포함됐을지라도 회사 내에서 펼쳐질 법한 경쟁구도와 상사와의 갈등 등이 주요 소재로 다뤄지며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다. ▷관련기사: 대한민국 샐러리맨은 왜 ‘미생’에 열광하는가?

최근에 제작되는 기업의 바이럴 영상들도 공감 형성으로 감동을 이끌어내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어버이날에 맞춰 소셜커머스업체 티켓몬스터(티몬)가 선보인 ‘엄마 사랑해’ 영상이라든지, 취업준비생을 둔 아버지가 짠한 마음을 토로하는 인크루트의 몰래카메라 영상 등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으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관련기사:  어렵고도 쉬운 그 말 “엄마 사랑해”

개그 코드에도 공감대 형성은 필요하다.  옥션은 최근 중고거래 시 겪게 되는 ‘각양 진상’들을 소재로 뮤직비디오를 제작, 공개 일주일 만에 50만뷰를 달성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잘못된 중고거래 “나는 완전히 질맀으~”

김철환 적정마케팅연구소장은 “SNS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으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등을 게시하게 된다”며 “나와 관련성을 찾을 수 없는 이야기는 할 수가 없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공감 가는 콘텐츠가 점점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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