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의 사내 소통 ‘기업형 SNS’
손 안의 사내 소통 ‘기업형 SNS’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12.2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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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피드백, ‘공지’ 아닌 ‘공유’가 핵심

[더피알=안선혜 기자]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카카오톡에서 울리는 ‘카톡’ 소리가 아닌 다른 종류의 알림이 울리고 있다. 각 기업에서 그룹웨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결합한 기업형 SNS를 속속 도입하고 있기 때문.

국내에선 3년 전 시작돼 아직 시장이 그리 큰 편은 아니나, 협업과 소통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차원에서는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다. 수직형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한국적 기업문화에서는 여전히 플랫폼이 확대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업무와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에 대한 관심은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 최근 각 기업에서 그룹웨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결합한 기업형 sns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자료사진) 카카오아지트 홈페이지 화면 캡처.

△△△ 부장: 이제 주요 장비가 한참 설치되고 있습니다. PFS충지닉, 라벨기, 블리스터, 스팀제너레이터, 오토클레이브, 드라이오븐 등등…

OOO 임상영양사: 오늘 체인징바디 A반 시작했는데요^^ 아침에 주스 드시고 점심은 반식, 저녁은 고단백으로 잘 챙기고 계신가요? 오늘 하루 동안 드신 식사일기 올려주시고요. 시작하신 소감도 알려주세요~
B반은 내일부터 시작입니다. 두둥^^ 식사일기는 글쓰기 누르신 후 작성해주시고요, 저~~~~아래 공지 사항 보시고 올려주세요.


대웅제약에서 지난 9월부터 도입한 기업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베어톡’에서 오고간 대화 내용이다. 임직원 전용으로 개발된 이 어플리케이션은 다른 SNS와 마찬가지로 타임라인 방식으로 노출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실시간으로 언제 어디에서든 빠른 소통을 하고자 도입됐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기존에는 사무실에서 메일과 게시판으로만 업무가 이뤄졌다면, 미팅이나 외근·출장 등 이동하면서도 실시간 공유와 전파가 쉽게 가능하게 됐다”며 “긴급한 소식이나 공지가 있을 경우에도 장소와 시간에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구성원들의 만족도도 올라가는 추세다. 이 회사 힐리언스 푸드사업파트에서 근무 중인 한 직원은 “직원검색도 바로 할 수 있고, 전화번호를 모를 때 이름 검색만으로 바로 전화를 걸 수 있어 편리하다”며 “타부서와 협업을 하거나 같은 사무실 직원이라도 연락처를 저장해놓지 않았을 때 긴급하게 연락이 가능해서 협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때론 거리가 먼 해외지사의 소식도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사내 동호회의 친목을 도모하는 장이 되기도 한다. 업무에 연관된 직원들끼리 그룹 채팅, 쪽지, 일정관리, 무료통화를 하거나, 소셜 그룹을 만들어 실시간 소통하고 있다.

▲ 대웅제약 베어톡.

다음카카오도 사내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자사에서 만든 폐쇄형 커뮤니티 서비스인 ‘카카오아지트’를 사용 중이다. 역시 타임라인 방식으로 글이 올라오고, 스토리 게시물의 경우는 하나의 글을 여러 멤버들이 동시에 편집하고 관리할 수 있다.

초대를 받은 직원들만이 볼 수 있고, 피드백은 주로 댓글로 이뤄진다. “내부 내용이 직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니 소통 차원에서도 긍정적이고, 피드백을 빠르게 주고받으니까 의사결정이나 정보 공유도 빠르고 신속하게 이뤄진다”고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말했다.

협업과 소통 중시하는 문화에서 주목

카카오아지트의 경우 웹 페이지에 접속하거나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기만 하면 누구나 쓸 수 있는 대중적인 툴이다. 꼭 기업이 아니어도 상관은 없다는 이야기다. 3~4년 전부터 기업형 SNS로 주목받기 시작한 ‘야머’ 역시 유사한 서비스인데, 기업 내에 별도의 서버 구축 없이 그냥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이용을 시작할 수 있다. 다만 야머는 기업 이메일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기업형 SNS는 크게 앞서 설명한 서비스형과 회사 내에 서버를 구축해야 하는 솔루션 방식 두 가지 상품이 있다. 서비스 방식의 경우 회사가 아닌 개발사에서 데이터를 관리하고 저장한다. 솔루션 업체에서 제공하는 기업형 SNS는 회사 내부에 서버를 구축하기에 관련 데이터도 회사 내에 남는다.

국내에서 기업용 SNS 솔루션인 ‘토크온’을 운영 중인 DBK네트웍스 관계자는 “각 기업 요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플랫폼을 제작하고 있다”며 “해외 서비스는 좋은 기능들을 갖고 있으나, 국내 상황과 기업 특색에 맞춰 커스터마이징(맞춤제작)할 수 있다는 게 우리 같은 국내 솔루션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전했다.

기업형 SNS가 주목받게 된 데에는 기업들이 소통과 협업을 중시하게 된 배경이 존재한다. 약 3년 전부터 트위터의 특성을 기업 커뮤니케이션 툴에 적용시킨 야머가 주목을 받으면서 급기야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12억달러에 야머를 인수하기도.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오는 2016년까지 전체 대기업의 50% 이상이 기업 내부 SNS를 구축할 것이란 전망을 발표하기도 했다. 포레스터 리서치 또한 이 시장이 2016년 64억달러까지 커질 것이란 예측을 내놓았다.

▲ (왼쪽부터) 야머 모바일 페이지 이미지, 토크온 모바일 로딩 화면. (사진출처: 야머 홈페이지 및 dbk네트웍스)

김지윤 DBK네트웍스 선임연구원은 “기존 그룹웨어가 브라우저 호환에 어려움을 겪거나 수직하달 방식 커뮤니케이션 성향이 강했다면, 기업형 SNS는 전달이 아닌 공유한다는 느낌이 강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정윤택 DBK네트웍스 수석연구원은 “기존 메일은 수신자가 메일을 언제 받았는지 여부를 알 수가 없고, 메신저는 휘발성으로 움직였는데, 이 둘의 한계가 SNS라는 툴을 통해 보완된다”며 “그룹웨어와 SNS가 통합되는 추세에 있다. SNS에 그룹웨어 기능이 녹아들거나 그룹웨어와 대등하게 연계되기도 한다”면서 현황을 전했다.

기존 SNS처럼 빠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면서도 보안성이 담보된다는 건 기업형 SNS가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이다. ‘스마트 워크 플레이스(Smart Work Place)’ 구축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도 기업형 SNS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실제 대웅제약에서도 ‘베어톡’ 도입을 발표하면서 ‘스마트 워크 플레이스 콘셉트를 기반으로 만들었음’을 밝혔다.

때문에 PC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다양한 기기와의 연동은 기업형 SNS의 필수 덕목처럼 여겨진다. DBK네트웍스에서도 “요즘 니즈는 모바일이 훨씬 강조되고 있다”며 “우리 팀 인력도 상당수가 모바일에 투입돼 있다”고 밝혔다.

상사눈치보기 문화, 기업형 SNS 확산에 ‘발목’

SNS와 유사한 시스템은 커뮤니케이션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주기도 한다. 푸시 알림을 통해 자신이 속한 그룹의 공지사항이나 자신이 올렸던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소셜 타임라인 특성 상 업무 보고 시에도 간략하게 핵심 내용만 전달하면 되기에 부담이 덜하다.

전 직원이 기본적으로 속해 있는 회사 대표 그룹 외에 직원들이 별도의 그룹을 생성해 친목을 도모할 수도 있다. 주로 동호회 활동 등이 여기서 이뤄지는데 페이스북에 전체공개, 친구에게만 공개 등 다양한 게시글 노출 방식이 있듯 기업형 SNS에서도 전체노출과 그룹별 별도 노출이 가능하다. 그밖에도 파일전송, 1:1 혹은 그룹채팅 등 경우에 따라 다양한 기능들이 포함된다.

여타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문화에서는 이런 기업형 SNS의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야머를 도입한 바 있는 한 IT업계 수석연구원은 “회사가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다 보니 소속된 팀 외에 다른 팀의 상황은 잘 몰랐고, 서로 간 정보와 지식을 부담감 없이 공유할 수 있는 툴에 대한 관심이 컸다”며 “하지만 게시판에 글을 올렸을 때 윗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혹시 일도 안 하고 딴 짓하는 것으로 비쳐지지는 않을지 눈치를 보게 되다보니 결국 사용을 별로 안 하게 되더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적 기업문화에서 오는 문제 같다”며 “임원, 상사가 먼저 오픈 마인드로 적극적으로 쓰지 않으면 활성화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기업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결국 좋은 도구 자체도 활용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IT기업들은 이 시장에 여전히 눈독을 들이고 있다. 페이스북은 영국 런던에 기술전문가 팀을 배치하고 직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업무용 웹사이트인 ‘페이스북 앳 워크(Facebook at Work)’를 개발 중임이 알려졌고, ‘잔디’라는 기업용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운영하는 토스랩은 최근 한국 소프트뱅크 벤처스와 중국의 벤처캐피탈 체루빅 벤처스 등에서 총 21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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