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넘어 세계로…광고회사들, 글로벌行 ‘러시’
한국 넘어 세계로…광고회사들, 글로벌行 ‘러시’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5.01.2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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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설립·현지 광고주 영입으로 영토 확장 중

[더피알=안선혜 기자] 국내 10대 광고회사들은 이미 4년 전부터 해외 취급액이 국내 취급액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제일기획을 필두로 이노션, HS애드 등 국내 유수 광고회사들이 국내 시장의 저성장세와 불확실성을 타개하고자 해외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수합병(M&A), 현지 법인 설립 등을 통해 해외 시장으로 점차 영토를 넓혀가는 중이다.

“중국을 ‘제2의 본사’로 키우겠다.” 지난해 11월 제일기획에서 3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밝힌 내용이다.

제일기획이 지난해 중국에서 3분기까지 올린 매출총이익은 1341억원. 같은 기간 회사 전체 매출총이익 5676억원의 2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당시 3분기 매출 자체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지만, 해외 영업총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하면서 아쉽지만 면을 세웠다는 평가다.

국내 시장의 저성장세와 경기 불확실성을 타개하고자 국내 광고회사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외 지사 혹은 법인 설립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늘려나가고 계열사 해외 물량 뿐 아니라 현지 광고주들을 영입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추세다.

유명 국제광고제에 출품을 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오랜 일이다. 여전히 해외 매출의 상당수가 계열사 물량에서 나온다는 한계는 있지만, 다양한 현지 광고주를 영입하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광고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10대 광고회사들의 전체 광고 취급액 중 국내와 해외 비중은 40 대 60 가량으로, 지난 2012년부터 이 선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10대 광고회사들의 해외광고 취급액이 국내광고 취급액을 넘어선 건 2011년. 물론 이전에도 54 대 46(2009년), 51 대 49(2010년) 등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해외 시장을 향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2013년에는 해외취급액이 전년 대비 최대 117%까지 증가한 광고회사도 있다. 광고협회는 국내 광고주의 글로벌화로 기업들의 해외 광고 물량이 증가함과 동시에 광고회사들이 공격적으로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시도한 데서 이 같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했다.

▲ 자료 출처: 한국광고총연합회(舊 한국광고협회) 발간 광고계동향 276호

거점 확장, M&A 승부수

업계 선두로 꼽히는 제일기획의 경우 지난해 해외 진출 국가 40곳을 돌파하면서 비(非)삼성그룹 계열의 신규 광고주를 늘리는 데에 주력했다. 지난해 세계 각지에서 영입한 현지 광고주 수는 40개에 달한다.

이 중 코카-콜라, 디즈니, 레킷벤키저(Reckitt&Benckise) 등 글로벌 100대 광고주(Adage 발표 기준)에 속하는 기업도 10곳이나 된다. 이 밖에 아랍에미리트(UAE) 최대 이동통신사인 du,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 중국 공상은행 등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업종의 현지 광고주를 영입했다.

▲ (위부터) 제일기획에서 기획한 중국 소어곤 신발 캠페인, 제일기획 폴란드 법인에서 진행한 캠페인,  중국 최대 광고제인 ‘roi 페스티벌’에서 온라인 부문 금상을 수상한 중국 아얼산생수 <시그니처 보틀(signature bottle)> 캠페인 각각 이미지.

제일기획이 국내 광고시장을 넘어 세계로 손을 뻗은 건 1988년 동경에 사무소를 개설하면서로, 당시 국내 업계에선 최초의 해외 진출이었다.

이후 1989년 미국·영국·독일, 1994년 중국, 1995년 러시아, 1997년 브라질 등 글로벌 각지로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가다 지난해에는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등 성장가치가 높은 신흥시장 위주로 확대, 40개국 47개 거점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내부적으로는 미래성장동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제2의 본사’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펼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는 성도·심양 지역에 지점을 추가로 세웠다. 제일기획이 중국에 이처럼 공을 들이는 건 국내 광고시장이 경기 침체 여파로위축된 반면 중국 광고시장은 높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

제일기획 관계자는 “내년에는 중국이 일본을 누르고 글로벌 광고시장에서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시장 성장률은 3%대인 반면, 중국은 이보다 훨씬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전략적으로 중국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거점 확대와 함께 해외 현지 기업 M&A에도 적극적이다. 제일기획은 지난 2008년 영국 광고회사 BMB 인수를 시작으로, 2009년 미국의 디지털 회사 바바리안그룹(TBG), 2012년에는 중국의 브라보(Bravo)와 미국의 맥키니 (McKinney) 등 경쟁력 있는 독립 광고 회사를 꾸준히 인수하며 글로벌 마케팅 역량을 강화해 왔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1월에는 영국의 독립 쇼퍼 마케팅(Shopper Marketing) 전문회사인 ‘아이리스(Iris Worldwide)사’의 인수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미국 자회사 맥키니는 최근 글로벌 신발 브랜드 크록스(Crocs)의 2015년 글로벌 대행을 수주하는 등 인수한 해외 자회사들도 현지 광고주 영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현지인 CEO 체제를 바탕으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추구하고, 본사-네트워크 간 긴밀한 협업으로 시너지를 창출하면서 지난 한 해에만 40개에 이르는 해외 현지 광고주를 영입하게 됐다”며 “2013년에는 매출총이익을 기준 해외에서 약 75% 가량을 벌어들였다”고 강조했다.

비(非)계열 광고주 영입…모그룹 의존도 타개

▲ 이노션 미국법인의 광고주 nrg에너지의 광고컷.

이노션 월드와이드도 현대·기아차그룹과 별도로 비(非)계열 광고주 영입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2012년부터 글로벌 골프 브랜드 ‘풋조이(FootJoy)’, 유럽 최우수 항공사 ‘터키쉬 에어라인(Turkish Airline)’, 미국 최대 전력회사 ‘엔알지 에너지(NRG Energy)’ 등 해외 광고주를 잇따라 영입하며 세계적 광고회사들의 각축장인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주목할 만 한 성과를 냈다.

그밖에 아시아권에서는 중국 국영 에너지 기업인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 인도에선 종합 가전제품 회사인 USHA인터내셔널 등을 광고주로 영입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노션은 설립 첫해인 2005년부터 해외 법인을 세우며 글로벌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펼쳐나갔는데, 지난해 기준으로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 16개국에 21개 거점을 세웠다. 2013년 회계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해외와 국내 매출액 비율은 6 대 4, 취급액 비율은 7 대 3 정도로 해외 거래액이 국내를 추월했다.

이노션은 국내 광고회사 최초로 2010년 슈퍼볼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는데,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의 물량이기는 하다. 그래도 2010년 이후 매년 글로벌 기업들의 광고 전쟁이 펼쳐지는 슈퍼볼 광고를 진행하면서 지난해 2월엔 3년 연속으로 USA 투데이 슈퍼볼 광고조사(USA Today Super Bowl Ad Meter)에서 톱10에 진입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당시 선정된 광고는 현대자동차 신형 제네시스 <아빠의 육감(Dad’s Sixth Sense)>편으로, 전체 57편 중 6위, 자동차 브랜드로는 최고 순위를 차지했다. 2013년에는 싼타페 <팀(Team)>편으로 전체 9위를, 2012년에는 벨로스터 터보 <치나(Cheetah)>편으로 7위를 각각 차지했다.

이노션 관계자는 “외형뿐만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할 수 있는 내부 조직 역량과 크리에이티브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제휴, 합자회사, 글로벌 M&A, 법인 신설 등 모든 방법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언급할만한 단계의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HS애드 역시 광고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 상당히 주목하고 있는 모습이다. HS애드 관계자는 “LG 계열사 외에 현지 광고주들을 포함해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광고대행 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대대행을 맡기거나 대대행을 관리하는 형태가 아니라, 중국에 대한 인사이트와 전략적 사고를 통해 직접 전략 및 광고집행을 수행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 lg전자 g flex  중국광고.

HS애드의 글로벌 광고대행 강화는 다른 인하우스 에이전시(대기업 계열의 광고회사)와 마찬가지로 1차적으로는 모기업 브랜드를 위한 것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LG 그룹사 광고를 넘어서 해외 현지 광고주를 영입해야 한다는 인식에 움직임을 같이하고 있는 추세다.

현재 HS애드가 보유한 해외 지·법인 수는 17개. 지난 한 해에 구축한 신규 네트워크는 4개에 달한다. 국내와 해외 사업 비중은 매출 기준으로 6 대 4로, 국내의 비중이 높기는 하나 그 간극을 좁혀나가고 있다.

HS애드 관계자는 “ATL(TV를 포함한 5대 매체 광고) 위주의 광고사업에서 벗어나 디지털, 프로모션, 전시, 인스토어 매니지먼트 등 전방위적 사업 방식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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