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안선혜 기자] 지난해 사내 성추행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출판사 쌤앤파커스가 온라인평판관리 업체를 통해 관련 기사를 삭제하려다 다시금 논란에 휩싸였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쌤앤파커스는 최근 온라인 평판관리업체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이하 산타크루즈)를 통해 복수 언론사에 메일을 보냈다.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이모 전 상무의 무혐의 사실을 언급하면서 기사 삭제를 요청한 것. 하지만 논란이 일자 지난 6일 이를 철회했다.
산타크루즈 측이 보낸 메일에는 ‘당시의 기사제목, 기사 내용만 보고 상무이사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단정적으로 유죄로 판단할 소지가 다분하다’며 이 보도로 이 전 상무와 회사 측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서울서부지검은 “이 상무가 옷을 벗으라는 요구를 하고 키스를 한 점 등은 인정되나 A(피해 여직원)씨의 저항이 없었다”면서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고, 출판사는 9월 이 전 상무를 복직시켰다.
당시 언론들이 해당 처분에 대한 비판 여론을 전하며, 가해자인 상무를 슬그머니 복직시킨 회사 측의 처사를 꼬집으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퍼졌었다.
이에 박시형 전 쌤앤파커스 대표가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등돌린 여론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고, 이후 피해자가 낸 재정신청에서 가해자 편에 서서 진술서를 써주는 등 이중적 행태마저 보이면서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전 대표는 결국 지난해 11월 회사를 매각하면서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현재는 이성만 신임 대표이사가 쌤앤파커스를 맡고 있다.
여러 구설을 뒤로 하고 새로운 수장과 함께 새롭게 시작하려는 시점에서 평판관리 문제로 또다시 구설에 휩싸이게 된 셈이다. 회사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쌤앤파커스 측 관계자는 “(온라인 평판관리를 담당하는) 산타크루즈에서 해명할 것”이라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산타쿠르즈 측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산타쿠르즈 관계자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현재는 그쪽(쌤앤파커스) 업무가 모두 중단된 상태”라며 “업체명이 공개되는 바람에 우리가 진행하는 것들이 오픈돼 업무상 곤란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요청한 곳 중 3분의 1정도가 기사를 삭제한 상태고, (쌤앤파커스와는 별도로)이번에 난 2차 기사와 관련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추가적 분쟁이 예상된다.
이번 사안은 기업이 온라인 평판관리 시 유의할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부정적 이슈라고 해서 무작정 덮으려 시도하다간 되레 이슈를 더 키울 수 있다.
온라인 위기관리 전문가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 컨설턴트는 “부정적 글을 쓴 당사자나 콘텐츠 소유자(기자)와 원만한 커뮤니케이션 과정 없는 무조건적 삭제는 오히려 더 큰 반발을 살 수 있다”며 “팩트가 다르거나 명예훼손 소지가 있으면 모를까 콘텐츠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려는 시도가 평판관리라 불릴 수는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