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실패공식① 커뮤니케이션하지 않는다
위기관리 실패공식① 커뮤니케이션하지 않는다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5.03.18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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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조직이 침묵하는 이유

[더피알=정용민] 수많은 기업·조직들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실패 케이스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발견된다. 아마 대부분의 실패 케이스들이 이 중 한두 개 또는 전부에 해당되도록 실행 했을 것이다.

☞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 타이밍을 놓치고 뒤늦게 커뮤니케이션 한다.
☞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 전략 없이 아무렇게나 커뮤니케이션 한다.
☞ 아무나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 위기에 대한 정의에 있어 조직내부와 외부 간 차이를 보인다.


흔히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거짓말 하지 말라’는 조언도 세 번째와 네 번째에 해당하는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거나, 전략 없이 아무렇게나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공식과 연결된다.

참고로 ‘거짓말 하지 말라’는 조언에는 매우 중요한 핵심이 생략돼 있다. “(제3자 검증이 가능한 팩트에 대해서는 절대) 거짓말 하지 말라”는 게 좀 더 정확하다. 실제 모든 거짓말은 제3자에 의한 아주 쉬운 검증이 가능했던 팩트에 대한 것이어서 문제였다.

먼저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는 실패 공식을 한번 들여다보자.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해당 기업은 별반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다. 종종 기업 위기관리 매니저들에 이런 질문을 받는다. “매번 위기가 발생했을 때 먼저 커뮤니케이션하고 나가야 성공하는 걸까요? 침묵이 오히려 도움이 되는 케이스도 있지 않겠습니까?”

맞다. 침묵도 전략이 될 수 있다. 사실 이 전략에도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다. (모든 개입 준비를 완료하고) 침묵하는 것이 더 정확한 전략이자 조언이 되겠다.

커뮤니케이션할 것인가 침묵할 것인가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가 침묵해야 하는가는 상당히 중요한 전략적 결정이다. 어떤 경우 커뮤니케이션해야 할까? 반대로 어떤 경우에 커뮤니케이션 하지 말아야 할까? 답은 ‘핵심 이해관계자들 대부분이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할 때’다.

누군가는 또 이렇게 묻는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이해관계자들이 우리가 커뮤니케이션하기를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를 어떻게 판단합니까?” 이에 대한 답을 위해 기업은 위기발생시 모니터링을 한다.

구체적으로 핵심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입장과 태도를 보이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활동이다. 학문적으로 여론조사 같은 수준이 아니라, 다양한 채널과 방식으로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을 지속적으로 태핑(tapping)하는 활동이 전제돼야 한다.

시민단체에서 공식적으로 질의가 오고, 규제기관이 원인 조사를 하고,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온라인에서 갖가지 이야기들이 창궐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인공인 해당 기업이 침묵한다는 건 곧 위기관리 실패를 의미한다.

내부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내부 보고가 공유되지 않는 경우도 이 실패공식과 연결되는 문제다. 일부 CEO들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처음부터 내게 공유해 주지 않고, 왜 문제가 무르익어 손 쓸 수 없을 때가 돼서야 매번 나에게 보고하는가?”

아래 임직원들은 반대로 이렇게 항변한다. “매일 매일 자잘하게 발생하는 해프닝들을 다 보고한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양쪽 모두 이해가 되는 입장들이다.

내부적으로 어떤 상황을 어떻게 어느 선까지 보고하고 공유해야 하는가 하는 논쟁은 위기관리 리더십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주제이다. 일부 기업들은 정기적으로 ‘이슈 트레킹 미팅’을 진행하곤 한다. CEO와 임원들이 모여 일선에서 올라온 ‘잠재 이슈’들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우선순위를 부여해 다 같이 들여다보는 세션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이런 미팅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지속적으로 진행되면 장기적으로 기업문화까지 바꾸는 결과를 가져온다. 물론 이슈 트레킹 미팅이 성공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CEO와 핵심 임원들이 올라오는 잠재 이슈들을 ‘문제 관련 직원을 탓하고 벌하는 기회’로 삼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 필요하다. 잠재 이슈를 먼저 발견해 공유한 뒤 안전하게 관리된 결과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기업·조직이 침묵하는 이유라고 보면 이런 것들이 있다.

몰라서 침묵하는 것처럼 보임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않아서 침묵
좋은 이슈가 아니니까 일단 침묵하자 해서(전략적 침묵?)
신경을 미처 못 쓴 일부 채널이 방기돼서
대응 메시지는 있는데 적절한 창구가 없어서
열심히 대응하려 했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VIP가 아무런 결정을 안 내려서
법무나 로펌이 ‘대응 하지 말라고’ 조언해서

마지막으로 이 공식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끝까지 일관성 있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입장을 바꾸는 거다. 밀리고 밀리다 겨우 커뮤니케이션하는 경우다.

결국 “왜 처음부터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았는가” “왜 함구했는가” “왜 쉬쉬한 건가”하는 질문에는 할 답이 없어 다시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안타까운 실패공식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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