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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념에 되묻는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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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피알 (thepr@the-pr.co.kr)
  • 승인 2015.04.0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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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의 브랜딩 에세이] 엉뚱한 질문이 던져준 전혀 다른 세상

[더피알=원충렬] 얼마 전 인상 깊은 이야기 하나를 들었다. 아인슈타인과 상대성이론에 대한 주제였는데, 흥미가 동하는 부분이 있었다. 당시 뉴턴이 정립했던 고전역학과 새롭게 발전 중이던 전자기학은 상호 모순을 일으키고 있었는데, 그 모순을 푼 것이 아인슈타인의 창조적 상상력 덕분이라는 것이다.

▲ 아인슈타인 이론은 기존 과학자들이 가진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아인슈타인 이론은 기존 과학자들이 가진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에서 출발했고, 그것이 옳음을 실증하는 것은 오히려 한참 뒤의 일이었다는 이야기였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에 사고가 갇히지 않고, 직관과 통찰에 영감을 더해 고정관념을 탈피해가는 과정은 흡사 예술가와도 닮아있다.

20세기 과학사 최대의 성과가 한 젊은이의 ‘시간은 정말로 항상 일정하게 흐르는 것일까?’라는 단순하지만 그간의 통념을 뒤집는 발상에서 비롯되고 완성됐다는 사실은 어쩐지 짜릿하다.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가 아니더라도, 고정된 사고를 정면에서 되묻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다.

마케터나 디자이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연한 명제에 물음표 하나를 붙이는 것이 새로운 시간과 공간, 관념과 관점의 탄생을 촉발시킬 수 있다. 또한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 흥미로운 스토리가 되곤 한다. 실제로 그런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다.

질문 하나. 백열전구는 정말 구시대의 유물일까?

‘백열전구 퇴출’. 실제 몇 년 전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문구이다. 에너지 효율이 떨어져 형광등이나 LED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가정용 백열전구의 종언을 선언한 것이다.

2013년 7월 16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전구 퇴출계획을 발표하기 전부터 이미 백열전구가 사라지는 것은 충분히 예견되는 일이었다. EU에서는 끝끝내 백열전구를 몰아냈고, 국내에서도 수입이 중단됐다. 에디슨이 발명한 이래 100년 넘게 빛을 냈던 백열전구는 정말 그렇게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대구 달서구에 꺼져가는 백열전구의 불빛을 감성의 빛으로 되살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에 마지막 남은 백열전구 생산업체인 ‘일광전구’다. 1962년 설립된 이후, 수많은 경쟁자들이 사양산업을 뒤로하고 떠나는 사이에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그들은 백열전구를 놓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고, 그것에 집중하며 다시 50년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사업 영역은 가정용에서 장식용 백열전구로 변화됐다.

▲ 에너지 효율이 떨어져 점점 효용성을 상실해가는 백열전구의 불빛을 일광전구는 감성의 빛으로 되살리고 있다. 사진: 일광전구 홈페이지 화면.

동시에 제품의 가치는 ‘실용’이 아니라 ‘감성’에 집중된다. 회사의 강점도 그에 맞춰 포커스 된다. 차별성 없는 ‘첨단’이 아니라. 소실될 수 없는 증거로서의 ‘역사’에 집중한다. 이때 장인정신이라는 기치는 시대의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오히려 변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이 된다.

백열전구는 에너지의 90%가 열로 소실돼버리는 비효율 빛이다. 효율 우선의 자본주의 시대에는 존재 자체가 역설이다. 하지만 에디슨이 만들었던 그대로의 원형성, 추억이라는 감성을 투영할 수 있는 매개, 시장이 거부했기에 오히려 획득되는 희소성과 같은 가치는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이목을 주목시키고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스토리가 되어 더욱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질문 둘. 카페는 정말 커피를 파는 곳일까?

우리는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간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고 말하는 곳이 있다. 커피를 마시러 가지만 때로 그것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가 된다. 단순히 시간을 때우러, 혹은 대화를 나누거나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급한 작업을 해야 할 때 우리는 카페로 향하곤 했다.

▲ 지퍼블랏(zifferblat)이라는 카페는 커피나 음식이 아닌 '시간'을 판다고 말한다.
지퍼블랏(Zifferblat)이라는 카페는 실제로 커피나 음식이 아닌 ‘시간’을 판다고 말한다. 커피에 돈을 내는 게 아니라 카페를 이용하는 시간에 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러시아에서 처음 문을 열었고 인기를 끌어 마침내 런던에도 진출했다. 1분에 5펜스, 1시간에 3파운드. 커피부터 과일과 비스킷, 와이파이도 모두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하루 종일 있어도 된다. 잠깐 이용하고 나가도 된다.

공간을 해석하는 방식을 달리하니, 서비스의 개념이 바뀌고 제공되는 가치가 시간이라는 관념으로 치환된다. 모두가 감미로운 커피를 이야기할 때, ‘당신의 시간을 위한 공간’으로 이야기의 틀을 바꾸는 것은 확실히 참신한 접근이다. 더불어 실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진 서비스이기도 하니 호응이 이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질문 셋. 쓰레기는 정말 쓰레기일 뿐일까?

“HAND-PICKED from NYC(뉴욕에서 엄선한)”를 외치며 쓰레기를 판다는 발상. 이런 봉이 김선달 같은 아이디어에 사람들이 열광한다니. 미국의 명문 미술대학 중 하나인 SVA(School of Visual Arts)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저스틴 지냑(Justin Gignac)은 2001년부터 길거리의 쓰레기를 수집한 뒤 투명한 아크릴 큐브에 넣어 판매해 오고 있다.

타임스퀘어의 더러운 거리를 살피다 발견한 쓰레기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쓰레기일 뿐이지만, 관점을 뒤틀어 ‘오바마의 취임식’, ‘뉴욕 자이언츠 우승 기념 퍼레이드’, ‘타임스퀘어에서의 12월31일’, ‘공화당 전당 대회’, ‘뉴욕에서 동성애자 결혼이 허용된 첫날’과 같은 시공간적 스토리를 담으면 세상에 없던 가장 특별한 기념품이 된다. ‘오리지널 큐브’는 50달러에 판매되고 있으며 한정판 제품들은 100달러에 판매되고 있는데, 웨이팅 리스트를 작성해야 할 정도로 인기라고 하니 예상을 깨는 놀라운 성과다.

▲ 쓰레기를 판다는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제품이 있다. 미국 버락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을 기념해 만든 한정판 가비지 큐브(왼쪽)와 기본 큐브들.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는 패키지 디자인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동료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는 결국 패키지 디자인의 힘을 증명했으며, 동시에 사람들은 제품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특별한 스토리를 소비하고 싶어 한다는 것도 증명해냈다.

이렇듯 우리가 가졌던 통념상의 상수(常數)를 변수(變數)로 바꾸면, 늘 보던 뻔한 세상의 다른 측면이 보이기 시작한다. 새로운 이야기는 그것이 전에 없던 것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관점으로 그것을 해석해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관심은 충분히 환기된다.

당연한 것에 상상력을 더해 엉뚱한 질문을 해보자. 아인슈타인의 말이 그 시도에 힘이 될 것이다. ‘지식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상상력은 세상의 모든 것들을 아우르고 있다.’(Knowledge is limited while imagination embraces the entir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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