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내세웠던 귀뚜라미, 거센 역풍
‘세계 최초’ 내세웠던 귀뚜라미, 거센 역풍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4.0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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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거짓·과장광고’로 시정명령…전문가 “객관적 근거 제시했어야”

[더피알=문용필 기자] 자사 제품에 대해 ‘세계 최초’ ‘세계 최대’ ‘국내에서 처음’ 등의 문구를 사용한 보일러 전문기업 귀뚜라미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거짓·과장광고’라는 판정을 받으면서 이에 대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이번 일로 귀뚜라미는 소비자들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과 함께 과거 논란이 됐던 내용까지 재조명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기술력을 지나치게 부각하려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오히려 거센 역풍을 맞게 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 (자료사진) 귀뚜라미 보일러

공정위는 귀뚜라미와 귀뚜라미 홈시스가 지난 2012년 제품 카탈로그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보일러 성능과 관련해 부당하게 광고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거짓·과장 광고에 대한 내용을 담고있는 표시·광고법 제 3조 제 1항 제 1호가 적용됐다.

공정위는 “(귀뚜라미가) 보일러에 적용된 기술, 생산규모 등과 관련해 ‘세계최초’, ‘세계최대’, ‘국내에서 처음’ 등과 같이 객관적인 근거없이 거짓・과장해 광고했다”고 전했다. 또한, 보일러 기술특허와 관련해 사실과 다르게 광고했으며 보일러의 성능과 관련해 객관적 근거없이 거짓, 과장해 광고했다는 것이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문제가 된 표현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귀뚜라미 측은 ‘세계최초 4PASS 열교환기(국내 최고효율 실현)’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4PASS 열교환기는 세계적으로 약 150여 년 전부터 사용되고 있으며 콘덴싱 보일러는 1978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개발했다고 지적했다.  

▲ 문제가 된 귀뚜라미의 광고문구. /사진제공: 공정거래위원회
‘4번타는 펠릿 보일러(세계최초 콘덴싱)’ ‘펠릿보일러를 국내에서 처음 만든’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국내에서 펠릿보일러는 귀뚜라미보다 타사업자가 먼저 개발했으며 오스트리아 오코펜(OKOFEN)사는 귀뚜라미에 앞서 열효율이 106%인 콘덴싱 펠릿보일러를 2004년 세계최초로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세계적인 가스감지 특허기술은 귀뚜라미 밖에 없습니다’라는 표현에 대해 “가스 감지기술은 일반적으로 동종업계에 보편화된 기술로 타 사업자도 특허기술을 보유했다”고 전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보일러로 인정되었습니다’ ‘국내 유일의 무사고 안전보일러’ 등의 표현에는 “광고내용을 입증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보일러 제품관련 사고가 발생했음이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문제 표현 삭제했음에도 ‘비난’

주목되는 부분은 이러한 과장 문구들이 사용된 귀뚜라미 광고가 지난 2012년 집행됐다는 점이다. 3년이나 지난 뒤늦은 시점에서 공정위의 시정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2013년에 신고가 됐는데 신고내용이 많았고 조사와 위원회 의결과정을 거치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사과정에서 (귀뚜라미 측이 문제가 된 문구를) 다 수정하고 삭제했다”고 전했다.

귀뚜라미 관계자도 “이번에 시정명령이 결정돼서 공정위에서 보도자료가 나온 것”이라며 “2013년에 조사가 시작됐고 시정조치는 이미 다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제가 된 문구를)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비록 3년 전의 일이고 시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비판여론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해당 소식을 보도한 언론기사들을 보면 ‘알고보니..다 뻥이었다’ ‘입만 열면 뻥’ ‘거짓 광고 들통’ ‘피노키오 보일러였나’ 등 비판적인 표현들이 가득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4년 전 논란이 됐던 귀뚜라미 측의 ‘처신’도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서울시 선관위는 지난 2011년 8월 서울시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를 앞두고 최진민 현 귀뚜라미 명예회장을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방송사업을 경영하는 자’라는 점을 들어 사내 통신망에 2회에 걸쳐 주민투표 참여와 특정 안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최 명예회장은 당시 귀뚜라미 회장과 대구방송(TBC) 회장을 맡고 있었다.

그에 앞서 귀뚜라미 측은 사내 인트라넷에 ‘회장님 메일공지’라는 제목을 달아 서울시의 무상급식 실시에 반대하는 취지의 글을 올리고 “특별한 경우가 없다면 서울시 주민들은 투표에 참여하도록 하라는 지침을 주셨다”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과장광고와는 전혀 무관한 경영진의 과거 구설까지 회자되며 이슈가 커지는 모양새. 귀뚜라미의 입장에서 보면 과장광고로 인한 역풍을 ‘제대로’ 맞게 된 셈이다.

“제대로 교육받았다면 ‘최초’ 같은 표현 쓰지 않아”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귀뚜라미 측이 누구나 인정할만한 객관적인 근거를 갖추지 못하고 ‘세계 최대’ ‘세계 최초’ 등의 표현을 사용한 데에 대해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한 중견 홍보인은 “객관적으로 입증이 되지 않은 ‘최초’라는 말은 소비자들도 믿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상도의 상 그런 부분은 접어야 한다. 만약 들통이 나면 오히려 데미지를 입을 수 있다. 지금 시대에는 맞지않는 방식”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언론사도 최근에는 특정 기업이 보도자료에 ‘세계 최초’라는 표현을 쓴다고 해도 그 기업이 ‘그렇게 밝혔다’라는 식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위기관리 전문가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역시 “마케팅에서는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한 교육이 가장 기본적인데 제대로 교육을 받은 마케터들이라면 (함부로) 쓰지 않아야 할 표현 중 하나가 ‘최대’ ‘최초’ 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거나 (근거가 되는) 기록 없이 함부로 사용했다가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았다는 것은 기본적인 법제교육이 잘 안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귀뚜라미 관계자는 “(문제가 된) 개별적인 항목에 대해 공식적으로 말씀드리기 힘들다”면서도 “저희 나름의 근거를 갖고 (해당 문구를)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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