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응원, 힐링이 필요한 그 이름 ‘취준생’
위로와 응원, 힐링이 필요한 그 이름 ‘취준생’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5.04.1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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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한 계층으로 자리잡으며 광고 등에 다양하게 등장

#. 정성스레 이력서를 쓰고 최선을 다해 면접에 임한다. 합격을 예감할 만큼 스스로도 크게 만족하며 축하파티를 위한 케이크를 사들고 귀가한다. 하지만 집 앞에 다다랐을 때 전해진 불합격 소식. 또 다시 실의에 빠져 처량하게 놀이터에 앉아있다. 이 모습을 본 엄마는 취준생 딸에게 다가와 무언의 위로를 건네고, 딸은 엄마가 해준 따뜻한 밥을 먹고 다시 힘을 내 취업이란 전쟁터로 돌아간다.

[더피알=조성미 기자] <어머니의 성원>이라는 제목의 이 광고는 취업난을 겪고 있는 일본 젊은이들의 모습을 너무 리얼하게 담아냈다는 죄(?)로 방영 한 달 만에 중단됐다. 하지만 다시 보고 싶다는 여론이 일본 내에 확산됐고, 결코 남일 같지 않은 이야기에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청년 실업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실업률은 11.1%로 전년 동월 대비 0.2%p 상승했다. 1999년 이후 15년여 만에 최고치인데, 특히 대졸자들의 취업난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화된 청년실업 세태를 반영해 몇 년 전부터는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인구론’(인문계 졸업생 90%는 논다), ‘88만원 세대’(월 소득이 88만원밖에 안 된다), ‘삼포세대’(연예·결혼·출산을 포기한다) 등 청년층의 비참한 현실을 담은 신조어들이 유행처럼 속속 등장해 인구에 회자됐다.

더 큰 문제는 해가 가도 현실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포세대에서 ‘오포세대’(삼포에 더해 인간관계와 집마저 포기)로 진화(?)한 데 이어, ‘청년실신’(청년실업자+신용불량자의 줄임말), ‘장미족’(장기간 취업을 하지 못한 사람), ‘공시폐인’(오랜 기간 공무원 시험 준비에 지친 사람), ‘돌취생’(입사한 회사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취업시장으로 돌아온 이들) 등 듣는 것만으로도 암담함이 느껴지는 말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오포세대·장미족·공시폐인…이 시대 청춘 자화상

과거엔 학교를 졸업하면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당연했다. 취업준비생이라는 말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1997년 IMF를 겪으며 평생직장이란 말이 사라졌고 새로운 직장을 얻는 일도 어려워졌다. 학교를 떠나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취업준비생이라는 표현이 등장했고, 어느새 우리 사회의 한 계층을 나타내는 말로 자리를 잡았다.

이런 세태를 반영해 방송을 비롯해 광고·마케팅 분야에선 일찌감치 취준생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들이 나왔다. 취준생이라는 신분은 과거 혹은 미래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고, 꼭 내가 아니더라도 주변에 같은 이유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인 까닭.

실제 드라마 주인공이 취준생으로 등장하는 모습은 이제 전혀 낯설지 않게 됐고, 그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콘셉트의 마케팅 영상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가장 활발하게 취준생 콘텐츠를 선보이는 곳은 구인구직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들이다. 취준생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방문하는 필수 사이트인 만큼 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크루트는 지난해부터 취준생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은 디지털 캠페인 영상으로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 9월 하반기 공채를 앞두고 선보였던 <취준생 몰카>는 청춘들에게 열정, 도전을 강조하기 보다는 그들의 슬픔, 어려움을 헤아리고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고자 기획됐다. (관련기사: 절제해야 감동이 두배다)

이 영상을 제작한 이노레드의 정원모 과장은 “취업 시장의 본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며, 결국 가장 중요한 취준생 본인이고 또 가장 위로가 되는 것이 부모님의 칭찬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특히 취준생들의 ‘공감’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전했다.

취업전장에 있는 대학생을 둔 부모, 가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스토리를 현실적으로 담아낸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만 조회수 430만 건을 돌파했고, ‘대한민국 광고대상’과 ‘2014년 유튜브 사용자를 사로잡은 그 광고’로 선정되는 등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 최근 다양한 광고들이 취업준비생의 애환을 담아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인크루트는 <어느 취준생의 지친 하루>라는 뮤직드라마를 선보이고 다시 한 번 취준생을 위로하고 나섰다.

뮤직드라마에는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는 대한민국의 흔한 젊은이의 모습이 있다. 열심히 취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사진’ 생각뿐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지쳐가던 그에게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응원이 전해지고…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행복하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이같은 광고 내용에 대해 인크루트 관계자는 “상대방의 직업을 물어볼 때 영어권에서는 ‘what do you do?(당신은 무엇을 합니까?)’라고 질문하는 반면, 우리 사회에서는 ‘너 어디 다녀?’라고 묻는다는 차이에서 착안했다”며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사회가 제시하는 기준에 따라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 그들에게 ‘내가 걷는 이 곳이 나의 길’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뮤직드라마 <어느 취준생의 지친 하루>는 이러한 ‘스토리와 더불어 마음을 울리는 음악’으로 주목 받고 있다. 슈퍼스타K 시즌 6의 우승·준우승자인 곽진언과 김필, 그리고 윤종신이 함께한 노래 <지친 하루> 속 ‘옳은 길 따위는 없는 걸, 내가 걷는 이 곳이 나의 길’이라는 메시지가 취준생들의 마음을 대변하며 더욱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리얼한 모습에 ‘마치 내일 같다’

잡코리아 신입공채, 포트폴리오 SNS 웰던투 운영진이 제작을 도운 웹드라마 <취업전쟁>은 취업을 위한 스펙의 가짓수는 자꾸만 늘어나는 데 반해,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정규직 차지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이 시대 취업준비생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공감과 위로를 선사했다.

이처럼 취업정보 사이트가 자사 주 고객인 취준생 관련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생산해내는 것과 더불어 20대를 타깃으로 하는 업체나 일반 기업들도 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취준생들의 일상은 분명 공감도나 호응도 면에서 훌륭한 콘텐츠다. 하지만 전문가는 단순히 눈길을 끌기 위해 취준생을 광고·홍보의 소재로 삼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윤호상 인사PR연구소장은 “취준생을 소재로 한 광고를 통해 취업시장의 절대적인 피해자인 취준생이 위로받기보다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취준생을 소재로 한 콘텐츠로 심각한 취업난에 놓인 그들의 문제를 부각시키는 것도 좋지만, 그 자체만으로 순수하게 공감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기업들이 취준생의 속내를 털어놓은 광고를 선보였다면 실제로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고 힐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뒷받침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정원모 과장 역시 “최근 취준생 광고물들이 트렌드처럼 제작되고 있는 것은 심리적으로 불안한 시기에 놓여있는 취준생들이 공감을 통해 용기를 얻고,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람이 담긴 것이라 생각된다”면서도 “단순히 브랜드를 알리는 목적 외에 실제 취준생들이 힘든 시기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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