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실패공식③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않는다
위기관리 실패공식③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않는다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5.05.11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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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오락가락’ ‘오리무중’ ‘허둥지둥’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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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실패공식① 커뮤니케이션하지 않는다
위기관리 실패공식② 타이밍을 놓친다

[더피알=정용민] 사실 위기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이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것인지,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하는’ 것인지 현장에서도 헷갈릴 때가 있다.

상황이 정형적으로 고체화돼 있는 것이 아니라서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진짜 상황인지도 아리송하다. 제한된 상황 파악과 여러 경로로 내려진 취합 분석으로 인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당연히 확률상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런 배경이나 사정을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은 결코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월호 사고 때도 그랬다. 정확한 탑승자 수를 상당 시간 동안 선박회사도 모르고, 정부도 몰랐다. 후진적 탑승객 관리가 핵심 문제였지만 일선에서 당시 위기관리를 했던 담당자들은 얼마나 속이 타들어 갔을까? 정확하게 알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현실이니 말이다.

이후에도 정부의 헷갈림은 계속됐다. 구조한 탑승객 수도 늘어났다 줄어들었다를 반복했다. 나중에는 거의 모든 정부발표의 신뢰가 바닥을 쳤다. “과연 정부가 이 사태를 제대로 관리하고는 있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떠오른 중요한 이유가 바로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지 못함에 있었다.

반면 어떤 사고가 발생했을 때 “128명이 사고를 당했다. 이중 오후 OO시까지 구조된 사람의 수가 111명이다. 이중 중상자는 99명, 경상자는 12명이다”와 같이 시스템적으로 정확성을 확보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위기관리 주체의 커뮤니케이션을 보면서 ‘이 회사는 그래도 상황을 통제하고는 있구나. 더 이상 문제는 발생하지 않겠구나’하는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안하는 건가 못하는 건가

위기 시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선 우리 회사 인력들이 무엇을 했는지 회사 차원에서도 잘 몰라서다. 스스로 내부 상황파악이 안 되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사 관련 인력들로부터 정보 수소문이 잘 안 되는 것과 같다.

▲ 내부 상황파악이 안 되는 경우 위기 대응에 상당한 혼란이 초래된다.

VIP들이 언론의 포화를 받기 시작했는데, 위기관리 매니저가 연락을 해보면 VIP들 중 어떤 사람도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VIP가 관련된 사안을 아는 사람도 사내에 없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홍보실은 기자들의 이어지는 질문에 정확하지 않은 팩트에 ‘확신’을 실어 커뮤니케이션 하거나, ‘잠깐 기다려달라’는 식으로 홀딩을 하게 된다. 이 경우 언론을 비롯한 주요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내부적으로 아직 제대로 상황 파악도 못하고 있구나’하는 평을 받게 된다.

최초 거짓말을 해도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았다는 사후 비판을 받게 되는 이유가 된다. 처음 문제가 불거졌을 때 “그런 일 없다” 또는 “우리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상대방에서 음해하는 것이다”는 입장을 내놓은 기업이 있다고 하자.

언론이 계속 취재하고 규제기관이 사안을 깊이 들여다보니 여러 문제와 사실관계들이 파악되고, 각종 제보들이 잇따르면서 최초 이 기업 입장이 상당 부분 ‘오리발’이라는 게 드러난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기업들은 “죄송하다” 또는 “일부 불미스러운 사안들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는 변경된 입장을 다시 내놓게 된다. 결국 자사 문제를 숨기려 했다는 비판을 받게 되고, 위기관리는 ‘그로기’(권투에서 심한 타격을 받아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것) 상태에 빠지게 된다.

내부적으로 보고와 공유가 왜곡돼 발생하는 아주 불행한 경우도 있다. 위기가 발생하면 모든 구성원들에게는 각자 ‘정치적’ 입장이 생기게 된다. 자신이 현 상황에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 있는 가능성도 있고, 자신이 감방에 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 정도는 아니어도 사후 인사 조치로 개인적 어려움을 겪게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공유된 정보와 주장들은 상당 부분 왜곡될 수 있다. 이 왜곡된 ‘정치적’ 정보들을 외부에 그대로 전달하면 이내 당황스러운 상황이 발생한다. 홍보실이나 각종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부서들은 내부에서 공유 받은 정보를 ‘확신을 가지고’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데 예상하지 못한 다른 반응이 온다. 간단히 해당 기업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밖에 해석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거다.

언론들로부터 최초 상황 이후 ‘오락가락’ ‘오리무중’ ‘말 바꾸기’ ‘허둥지둥’ ‘거짓말’ 이런 평가와 기사 제목들을 선물 받게 되면 해당 위기관리의 성공가능성은 확실하게 떨어진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이런 변명도 먹히지 않는다. 아마 위기 때 홍보라인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상황이 이런 경우 아닌가 한다.

기업들이 위기 발생 시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하는’ 기타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정확한 상황파악에 실패해서
일선 보고가 여러 이유로 정확하지 않아서(정치적 이유, 조직적 중복 등)
전략적으로 두루뭉술하게 커뮤니케이션하자 해서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전문성이 없어서
아무나 개인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해서(입이 서로 맞지 않아서)
최초 어떤 이유로든 거짓말을 해서
최초 입장정리가 제대로 정확하게 되지 않아서


이런 치명적 상황을 경계하기 위해 기업들은 ‘정확한 상황 파악’을 위한 시스템 구축 노력에 많은 정성을 쏟는다. 위기 시 보고 가이드라인과 타임라인 관리, 정확성의 우선순위에 대한 교육과 훈련 등을 시행한다.

위기관리팀이나 위기관리위원회 차원에서는 내부 크로스 체킹을 통해 취합된 정보의 정확성을 부단하게 점검한다. 이는 기업이 살고 죽는 2차적 위기관리 이슈이기 때문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기업이나 조직들은 ‘무슨 일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정확하게 모른 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먼저 나서곤 한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원인은 상당히 많은데, 그 각각이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에 관한 것이어서 그렇다. 많은 기업이 계속 골치 아파하는 주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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