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입맛 잡는 언론의 新메뉴, ‘형식 파괴 늬우스’
까다로운 입맛 잡는 언론의 新메뉴, ‘형식 파괴 늬우스’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5.05.2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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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만화뉴스, 퀴즈뉴스 등…진지 벗고 유머·만화·그래픽으로 무장

[더피알=박형재 기자] 짜장과 짬뽕을 반반 섞은 짬짜면처럼 언론사에도 형식을 파괴한 콘텐츠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카드 한 장으로 주요 이슈를 한눈에 보는 카드뉴스나 만화뉴스, 퀴즈뉴스 등 달라진 뉴스소비자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권위를 벗어던진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주요 이슈를 이미지와 간단한 텍스트로 정리한 ‘카드뉴스’가 있다. 구구절절한 장문의 기사 대신, 10장 내외의 이미지에 설명을 붙인 방식이다. 스마트폰에서는 옆으로 넘겨볼 수 있어 편리하다.

▲ 카드뉴스는 다양한 이슈를 시각적으로 정리해 한눈에 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사진은 한겨레 카드뉴스. (클릭시 해당 기사로 이동합니다)
‘박 대통령의 ‘유체이탈’ 발언 탐구’(한겨레), ‘아이스음료에서 얼음 빼 봤더니…’(MBN) 등 다양한 이슈를 시각적으로 정리해 한눈에 볼 수 있는 점이 특징. 지난해 말부터 SBS를 비롯해 연합뉴스, 조선일보, 한국일보 등 20여개 언론사에서 시도하고 있다.

카드뉴스는 기존 취재 내용을 재가공하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 제작과정은 온라인팀 기자가 아이템을 선정, 텍스트를 작성하면 웹디자이너가 편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스마트폰에서도 손쉽게 이슈를 파악할 수 있어 젊은 세대의 호응이 좋다.

카드뉴스가 깔끔한 일식집 모둠초밥이라면 디지털스토리텔링 뉴스는 주방장 특선 스페셜 메뉴다.

국정원 댓글 사건, 원자력발전 갈등과 같은 거대 담론을 차례로 회를 떠서 독자 앞에 내놓는다. 기사와 동영상, 그래픽 등 각종 자료를 총동원해 주방장이 떠먹여주는 대로(storytelling) 따라가다 보면 “배부르게 잘 먹었다”는 느낌이 난다.

디지털스토리텔링 뉴스는 제작기간이 2개월 이상 소요될 만큼 품이 드는 콘텐츠다. 이 때문에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리는 시의성 있는 주제는 곤란하다.

여러 보도들이 퍼즐처럼 흩어져 신문 지면으로 온전히 담아내기 힘든 주제들이 선정된다. 뉴스가 넘쳐나는 시대에 정리된 기사를 원하는 독자의 요구와 제대로 된 뉴스의 맛을 보여주겠다는 기자들의 열정이 만나 탄생한 큐레이션 서비스인 셈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다룬 ‘응답하라 7452’(시사인)나 빈곤과 고독사 등 노인 문제를 다룬 ‘그 섬 파고다’(아시아경제), 누드의 세계를 엿본 ‘누드, 흑심 만나다’(중앙일보) 등이 대표적인 예다.

▲ 디지털스토리텔링은 여러 보도들이 퍼즐처럼 흩어져 신문 지면으로 온전히 담아내기 힘든 주제들이 선정된다. 사진은 누드의 세계를 엿본 중앙일보 ‘누드, 흑심 만나다’ 기사 일부.

언론의 형식 파괴 실험은 뉴스와 만화를 결합하는 단계까지 진화했다. 마치 일식집 ‘스끼다시’로 콘치즈가 나오는 것처럼 다소 의외의 조합이지만, 독자에겐 재밌고 유익하면 장땡. 4컷 만화, 웹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식을 차용한 ‘만화뉴스’는 모바일과 SNS로 유입되는 뉴스 소비자들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쉽게 읽히고 전달력이 뛰어나 웬만한 기획기사보다 더 많이 공유된다.

▲ 뉴스와 만화를 결합한 ‘만화뉴스’는 모바일과 sns로 유입되는 뉴스 소비자들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사진은 경향신문에서 선보인 ‘원전회의록’.
경향신문이 지난해 말 선보인 디지털스토리텔링 ‘원전회의록’은 국내 최초로 만화와 뉴스의 ‘융합’을 시도한 사례다. 핵발전소 존폐를 두고 동물들이 원탁회의를 하는 장면을 웹툰과 인포그래픽으로 구성했는데, 복잡하고 어려운 원전 지식을 만화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는 평가다.

연합뉴스도 지난 3월부터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기’란 주제로 웹툰 뉴스를 선보였다. 인턴기자 2명이 1주일 동안 스마트폰을 끄고 ‘피쳐폰’으로 생활한 체험기를 웹툰 형식으로 구성했다. 알람·데이트·월급·카메라 편 등 시리즈물로 진행 중이다.

뉴스의 형식파괴 바람은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뉴스와 퀴즈를 결합한 ‘퀴즈뉴스’도 생겨났다. ‘술 먹다 주차 위해 30㎝ 이동하면 음주운전?’(중앙일보), ‘9호선 지하철이 연장 되는 구간은 어디일까요?’(SBS) 등 정보형 기사를 재가공해 퀴즈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나름 문제 푸는 재미가 쏠쏠해 클릭이 나오고 이미 보도됐던 기사를 돌려쓰니 1석2조다.

한겨레는 아예 친절한 뉴스를 표방하고 나섰다. 이슈의 흐름을 세밀하게 정리해주는 ‘더(the) 친절한 기자들’과 불충분하거나 잘못된 뉴스를 애프터서비스 하듯 설명해주는 ‘뉴스AS’ 등을 내놨다.

‘친절한 기자들’은 최근 ‘이완구, 너무나 뻔뻔하게…이쯤이면 상습범이죠?’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완구 총리의 2015년 거짓말 퍼레이드를 총정리했다. 뉴스AS는 지난 3월 ‘김기종의 행동은 테러일까요 습격일까요?’라는 기사를 통해 리퍼트 미국 대사 피습사건을 보도하는 언론마다 왜 제목이 ‘테러’와 ‘피습’으로 다른지 깨알같이 설명했다.

기자가 직접 프레젠테이션?

▲ 뉴스의 형식파괴 바람으로 최근에는 뉴스와 퀴즈를 결합한 ‘퀴즈뉴스’도 생겨났다. 사진은 음주운전에 대한 궁금증을 멀티뉴스로 풀어낸 중앙일보 기사.
글로 독자와 만나던 기자들도 전면에 나서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3월부터 ‘이주연 기자의 PT뉴스’를 선보였다. 복잡한 이슈에 대해 기자가 5분가량의 프레젠테이션으로 의미와 핵심을 짚어주는 방식이다.

MB자원외교 시리즈와 최저임금 등을 동영상으로 명쾌하게 풀어냈다. 수능 족집게 과외 선생처럼 핵심만 짚어주니 독자 입장에선 땡큐다. 기자 얼굴이 노출되는 만큼 진정성이 묻어나고 뉴스를 브랜드화하는 효과도 있다.

팟캐스트도 여러 언론에서 시도하고 있다. SBS는 지난해까지 8시뉴스 앵커였던 김성준 기자를 내세워 팟캐스트 ‘SBS 오디오 취재파일’을 시작했다.

팟캐스트는 방송 뉴스와 달리 분량제한 없이 편한 말투로 깊이 있게 전달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메인뉴스를 본방사수하는 시청자가 점점 줄어드는 만큼 출퇴근 팟캐스트족을 잡으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경향신문, 한겨레, CBS 등 주요 언론들도 전임 편집국장, 논설위원 등 베테랑 기자들을 내세워 팟캐스트에서 입담을 뽐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보는 사람이 늘면서 이에 포맷을 맞추는 경우도 생겨났다. 한국일보의 ‘눈(SNS)사람 인터뷰’는 기존 디지털스토리텔링 기사가 PC에 맞춰 제작된 것과 달리, 모바일에서도 최적화된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인터넷 첫 화면도 블로그처럼 꾸며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독자를 공략했다.

머니투데이는 주요 이슈를 키워드별로 나눠 관련 기사와 동영상,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물까지 연결해 볼 수 있는 모바일 전용 서비스(뉴스큐빅)를 내놨다.

언론사에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콘텐츠들도 주목할 만하다. KBS는 산악사고 6700건을 분석해 만든 산악사고 지도를 만들었다. 우리 동네 산악사고는 언제 어떻게 발생했는지, 등산객은 무엇을 주의해야 할지를 분석해 호응을 얻었다.

사진을 이용한 콘텐츠도 다양하다. 경향신문 사진기자들이 찍은 보도사진을 재구성한 ‘경향이 찍은 오늘’, 한국일보 사진기자가 타임랩스(Time Lapse, 장시간 동안 일어난 일을 짧은 시간으로 압축해 표현)로 찍은 사진을 영상으로 표현한 ‘포토플레이’, 사진이나 이미지 한 장으로 기사 클릭을 유도하는 연합뉴스의 ‘이슈픽’ 등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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